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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차' 너를 사랑함에 나는 피에 물든 악귀가 된다 본문

드라마를 보다

'야차' 너를 사랑함에 나는 피에 물든 악귀가 된다

빛무리~ 2011. 2. 5.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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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OCN에서 금요일마다 방송 중인 액션 사극 '야차'는, 만약 공중파에서 편성되었다면 작년 겨울의 '추노'에 비견할 수 있을 만큼 호평을 받으며 큰 인기를 끌었을 작품인데, 케이블의 특성상 시청률에 한계가 있으니 매우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공중파에서는 볼 수 없었던 파격적 액션을 선보이며 독특한 매력을 살리고 있지요. 사람마다 시청 포인트는 다를 수 있겠으나, 저는 언제나처럼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갈등구조를 중심으로 감상합니다. 특히 8회와 9회에서는 주인공들의 사랑과 원한과 복수가 본격적인 궤도에 접어들며 긴박감을 고조시켰습니다.

'야차란 원래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이며, 사람을 해치는 귀신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상반된 두 가지 모습을 가진 '야차'는, 이 드라마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살인을 서슴치 않는 주인공의 모습을 뜻하지요. 주인공을 한 명만 꼽으라면 이백록(조동혁)이라 하겠지만, 그 동생인 이백결(서도영)과 형제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여인 정연(전혜빈)의 캐릭터 또한 크게 다를 것이 없습니다. 세 사람은 모두 지독한 사랑의 포로이며, 그 사랑을 위해 큰 죄의식도 없이 살인을 거듭합니다. 특수처리된 CG 효과로 피 튀기는 액션에 현실감이 더해지니, 이 잔혹하고도 섬세한 묘사는 케이블이기에 가능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시대 배경은 조선 중기입니다. 왕은 가상의 인물로 설정되어 있으나, 굳이 가장 비슷한 처지였던 조선의 임금을 모델로 꼽는다면 '강화도령' 철종이 아닐까 싶군요. 백록과 백결 형제는 어려서부터 한 동네에서 자란 이시재(장태훈)와 친하게 지냈습니다. 시재는 특히 백록을 형이라고 부르며 잘 따랐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시재는 느닷없이 왕으로 옹립되어 한양으로 모셔져 올라갑니다. 극심한 당파싸움과 세도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허수아비 왕으로 이용당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러나 이시재는 그렇게 만만한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겉으로는 아무 생각 없는 듯 방탕한 생활을 즐기면서, 속으로는 왕권을 단단히 확립할 기회를 노리며 내실을 다지기 시작합니다. 그 힘을 키우기 위해 '흑운검'이라는 비밀결사조직을 만들었는데, 이들은 주로 왕의 정적을 암살하는 등의 피비린내 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 흑운검의 수장은 바로 왕의 어린 시절 동무였던 이백록입니다. 뛰어난 무술과 순박한 성품을 지닌 백록은 처음에 왕의 요청을 거절했지만, 시재가 예전처럼 나약한 모습으로 자기를 형이라고 부르며 제발 의지할 곳 없는 자기를 도와달라고 애걸하니 차마 뿌리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백록은 야차의 길로 접어들고, 왕을 위해 두 손에 강물같은 피를 묻히기 시작합니다. 

한편 순박한 형과 달리 야심이 컸던 동생 이백결은 다른 인생길을 선택합니다. 원하는 것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가져야만 하는 성격이라, 자기 욕심에 방해가 된다치면 형이라도 없애 버리고 싶어할 만큼 잔혹한 녀석이었지요. 그가 일방적으로 사랑하는 정연이가 속으로 자기 형인 백록을 사랑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그리고 형의 마음 또한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백결은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형에게 대놓고 그녀를 양보해 달라 요구합니다.


"난 가끔 정연이 때문에 형을 죽여버리고 싶다" 면서, 더 이상 이런 나쁜 마음을 갖고 싶지 않으니 형이 물러나 달라고, 말도 안되는 떼를 썼던 것입니다. 그런데 아버지같은 마음으로 동생을 가장 아끼던 백록은 놀랍게도 그 청을 받아들여 정연에게 이별을 고하고 떠납니다. 어쩌면 모든 비극은 이 잘못된 결정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사랑하지도 않는 백결에게 자기를 물건처럼 떠넘기고 가버린 백록의 선택은 정연에게 크나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그녀의 입장에서 보면 진심으로 사랑하던 백록에게서 뼈아픈 배신을 당한 셈이니까요. 정연이가 몸만 자기 곁에 남았을 뿐 마음은 여전히 형을 따르고 있다는 사실에 백결 또한 상처를 받습니다. 원래 자존심 강하고 욕심이 많던 이 녀석은 결국 정연을 버리고 조정의 실세인 좌의정 강치순(손병호)의 딸에게 장가를 갔지요. 백록과 백결 형제로부터 연거푸 배신을 당한 정연은 복수를 꿈꾸는데... 


그렇게 사라졌던 정연은 소문난 미모의 기생이 되었다가, 강치순 대감의 첩실로 들어갑니다. 일단 복수의 대상은 이백결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백결은 형을 다그쳐서 떠나게 만들었고, 그 자신도 배신자가 되었으니까요. 정연이가 하늘 아래 혼자뿐인 외로운 처지가 된 것은 따지고 보면 이백결이라는 사내 때문이니, 그녀가 강치순의 집안을 몰락시켜 백결의 출세길을 막으려는 것도 이해 못할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처음 복수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큰 피바람이 몰아칠 줄은 예상치 못했습니다. 

임금 이시재와 좌의정 강치순의 힘겨루기 속에서, 흑운검의 수장인 백록과 강치순의 사위인 백결은 서로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적이 되어 칼을 겨눕니다. 그 와중에 헤어졌던 형제는 서로를 알아보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의 수레바퀴에 갇힌지라 둘 중 한 사람은 죽을 수밖에 없었지요. 강치순이 파견한 정예군에 의해 흑운검은 전멸당했고, 이백록 역시 화살을 맞은 채 강물에 떨어지고 맙니다. 투항하면 형의 목숨만은 살려줄 수 있다고 목이 터져라 외치던 이백결도, 멍하니 눈을 뜬 채 형이 죽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진짜로 미쳐버린 것은 정연이었습니다. 아직도 백록을 사랑하고 있던 그녀는, 이백록을 죽인 자들을 모조리 없애버린 후 그를 뒤따라가겠다고 결심합니다. 그녀는 고운 자태와 능란한 화술로 강치순과 그 아들 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후, 악랄한 계책을 세워 가족간의 불신을 조장했지요. 강치순의 둘째아들 강석주가 제일 먼저 그녀의 함정에 걸려들어 범죄자가 되었는데, 그 일을 계기로 아버지가 자기를 죽이려 한다고 오해한 강석주는 도망치던 중 의문의 죽임을 당합니다.

그 사건 후 서로를 경계하게 된 강치순 일가의 운명은 풍전등화에 달했는데, 자살을 위장하여 강석주를 죽인 범인은 다름아닌 이백결입니다. 강석주에게 정연의 정체가 들통나서 그녀가 위험에 처하자, 아직도 사랑을 끊지 못한 백결은 정연을 위해 처남을 죽이고 장인을 배신한 것입니다. 그녀를 강치순의 매서운 손아귀에서 무사히 구출해 내기 위해, 백결은 또 다른 살인도 서슴치 않습니다.


한편 모두가 죽은 줄만 알았던 이백록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져, 일본의 쓰시마섬에 한동안 체류하고 있었습니다. 그를 보자마자 아무 이유도 없이 사랑에 빠져버린 순박한 섬처녀 미요(장윤서)의 도움을 받으면서 말이지요. 쓰시마에는 '검투 노예'라는 것이 있어서, 마치 투견놀이처럼 두 사람의 대결을 붙여 놓고, 어느 한 쪽이 진짜로 죽을 때까지 계속 칼싸움을 하게 만드는 놀이가 유행하고 있었습니다. 출중한 무예를 지닌 백록은 검투 노예가 되어 끌려나갔고, 본의 아니게 또 많은 살인을 저지르게 됩니다. 양보한다는 것은 자기 목숨을 내놓는 일이었으니까요.

그러다가 흑운검 시절의 동료였던 무명(김민기)을 검투 상대로 만나게 되고, 차마 서로를 죽이지 못한 두 사람은 경기의 규칙을 위반해서 흥을 깼다는 이유로 처형을 기다리며 감옥에 갇힙니다. 이에 백록을 사랑하는 섬처녀 미요는 쓰시마섬의 도주에게 몸을 바쳐 백록과 무명을 구해내지만, 도주가 잠든 사이에 그를 찌르려다가 발각되어 오히려 처참한 죽임을 당합니다.


감옥에서 풀려난 후 이 사실을 알게 된 백록은, 거침없이 달려가 도주를 살해하여 미요의 원수를 갚고, 무명과 더불어 밀입국 형식을 취해 조선으로 돌아옵니다. 이 무렵은 강치순 일가를 향한 정연의 복수극이 절정에 달한 때인데, 뜻밖에도 정연은 무명의 전갈을 받고는 이백록이 살아있음을 알게 되지요. 이상이 바로 현재 방송된 9회까지의 내용입니다. 

양대 권력의 주인인 왕과 좌의정은 둘 다 권모술수에 능하고 자신을 완벽히 위장할 줄 아는데, 우리의 주인공들은 너무 곧이곧대로 순진하기만 합니다. 못된 패륜아 이백결조차도 이시재나 강치순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에 지나지 않아요. 독한 여자 정연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격한 사랑은 그들의 눈을 멀게 해서, 옆이나 뒤를 돌아보지 못하게 합니다. 아무리 부인하려 해도 그들이 볼 수 있는 것은 사랑하는 오직 한 사람뿐이에요. 그래서 그들은 참 쉽게 남에게 이용당하고, 점점 더 큰 상처를 받습니다. 이렇게 되면 '야차'의 결말은 절대 해피엔딩일 수가 없지요. 저는 벌써부터 새드엔딩의 눈물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8회에는 나름대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키스신이 있는데, '빨대 키스'라고 부르더군요. 실제로 빨대를 물고 키스했다는 게 아니라(-_-;;), 후궁으로 간택된 형조판서의 딸 인빈(박하민)이 왕을 유혹해서 약간 농염한 키스신을 연출한 것을 두고 그렇게 이름지은 것입니다. 케이블 드라마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제가 보기에는 '야차'의 노출이 그리 심하지도 않았고, 키스의 형식도 두 배우가 신인이어서 좀 더 과감해보였던 것 뿐, 그 수위는 요즘 공중파에서도 적잖이 볼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아마도 '시크릿 가든'의 '거품 키스'나 '아이리스'의 '사탕 키스' 등이 인기몰이를 하니까, 그에 비견될만한 화제성을 노리고 '빨대 키스'라고 명명한 듯합니다. 그러나 별 특징도 없는 키스신에 이름만 갖다붙인다고 해서 트렌드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그렇다고 더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이어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사탕'이나 '카푸치노'처럼 독특한 아이템과 신선한 발상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빈과 하지원의 '거품 키스'는 실제로 전혀 야하지 않았지만, 묘한 설레임으로 폭발적인 화제를 모으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역시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 겠지요.


어쨌든 다음 주에 방송될 '야차' 10회에서는 드디어 오랜만에 세 명의 주인공이 재회를 하겠군요. 그러나 얼싸안고 회포를 풀기에는 그들의 운명이 너무도 비극적이니, 정연에게 백록의 소식을 전해주러 갔던 무명은 강치순에게 붙잡혀 살해를 당할 것이고, 백결과 정연 역시 강치순의 의심에서 벗어나지 못해 위험에 처할 것입니다. 손에서 피를 씻어내고 조용히 살려 했던 백록은, 동생과 정연을 보호함과 동시에 무명의 원수를 갚기 위해 다시금 야차의 길로 접어들겠군요. 그 와중에 영악한 왕 이시재는 백록의 생환을 알게 될 것이고, 또 어떤 식으로든 그를 이용하려 들겠지요.

조동혁, 서도영, 전혜빈 이 세 사람의 우월한 비주얼은 작품 전체에서 빛나고 있으며, 이들의 연기 또한 이번 드라마를 통해 일취월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예능 출연으로 재미있는 아저씨의 인상을 심어 준 손병호의 냉혈한 악역 변신도 흥미로우며, 왕과 후궁 등의 꽤 중요한 역할을 맡은 배우들 대다수가 낯선 얼굴의 신인인데, 크게 흠잡을 곳 없이 모두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참 괜찮은 작품입니다. 과연 이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사랑과 원한의 매듭은 어떤 식으로 풀려나갈까요? 그 처연한 결말을 저는 기다리고 있습니다.

* 본문에 삽입된 이미지는 '야차'의 방송 캡처 화면과 포스터입니다. 저작권은 드라마 제작사에 있습니다.

* '야차' 홈페이지 바로가기  <--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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