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밤이면 밤마다' 정선희, 하소연은 이제 그만!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밤이면 밤마다' 정선희, 하소연은 이제 그만!

빛무리~ 2011. 1. 18. 07:01
반응형





저는 '밤이면 밤마다'를 '무릎팍 도사'의 SBS 버젼이라고 생각합니다. 갖가지 오해와 루머와 비난 등에 휩싸였던 연예인들도 이 프로그램에서 자기의 모든 것(?)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면, 전체 다는 아니더라도 일부분이나마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는 점을 여러 차례 느꼈거든요. '무릎팍 도사'는 오히려 초반의 날카로운 기세가 확연히 꺾여서 부드러운 방송이 되어버린 반면에, 이제 막 탄생한 '밤밤'은 신생아의 힘찬 울음소리처럼 기세등등했습니다.

정선희가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아직도 속시원히 밝혀지지 않은 의문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지만, 그 사안이 지나치게 심각한지라 공중파에서 대놓고 자기 입으로 모든 사실을 밝히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밤밤'이라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아주 조금은 기대를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강심장'이나 '해피투게더'에서는 차마 꺼낼 수 없었던 이야기라도, '밤밤'에서는 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할 테니까요.

요즈음 부쩍 브라운관에 자주 등장하는 정선희를 보며, 그녀의 녹슬지 않은 입담과 재치에 감탄하고, 차원이 다른 명품 성대모사에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속으로는 어딘가 마음이 편치 않고 계속 찜찜했었는데, 기왕에 용기를 내어 '밤밤' 출연을 결심했다면 저 같은 시청자의 답답증을 조금이라도 풀어 줄 수 있을 만큼의 성의는 보여주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혹시나는 역시나로 마무리되고 말았습니다.

20분 가량의 시간을 할애하여 정선희가 주절주절 내뱉은 말들은 해명도 아니고 유머도 아니고 그저 하소연에 불과했습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그 말을 꺼내지 말고 '강심장'이나 '해피투게더'에서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나 하다가 돌아가는 편이 훨씬 나았겠다 싶었습니다. 그녀의 고통스런 감정을 털어놓고 주변 사람들의 위로를 받는 장면은, 벌써 몇 개월 전 '놀러와'에 전격 출연함으로써 공중파에 복귀했던 그 때 모두 보았던 장면이었습니다. 오히려 그 때는 일종의 공감도 느꼈고, 그녀의 아픔을 자기 일처럼 함께 해주는 이경실의 모습에 감동을 받기도 했습니다. 특히 김제동이 영화의 대사를 인용하며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라고 말해 주던 장면이 인상깊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한 번이면 족합니다. 비슷한 방송을 또 해야 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주변의 차가운 시선을 못이겨 방송국에 출근하면서도 한구석의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던 이야기며, 불안과 두려움에 스스로 움츠러들던 심경이며, 너무 빠른 시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경제적 압박 때문에 라디오로 복귀했던 이야기며, 믿었던 사람이 오히려 자기의 뒷담화를 하고 다녀서 상처받은 이야기며, 한때는 해명을 한답시고 열심히 했지만 별 소용없이 또 다른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비집고 나와 점점 더 루머만 커졌던 이야기며... 여러가지로 그녀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1/10 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지요. 그러나 시청자들은 그녀의 개인적 친구가 아닙니다. 그녀의 하소연을 듣고 싶어서 TV를 시청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거예요.


더구나 제가 듣기에는 좀 실수하는구나 싶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박명수가 "그 억울함에 대해서 왜 그 당시에 자세한 해명을 하지 못했습니까?" 라고 묻자 정선희는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조금 잔인한 상상이지만 내 가족이라고 생각을 해보시면 어떨까요? 내 딸이, 내 누이가, 혹은 내가 이런 일을 맨 처음 당했을 땐 어떨까요? 그 사람이 외부의 이야기들에 반응할 수 있는 상태일까요? 일단 아닙니다. 반응을 못 해요. 반응 자체가 힘들어요. 그렇게 어영부영 시간이 지났고, 정신을 차렸을 땐 인간적인 배신감에 어이가 없어서 차라리 얘기를 안하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했어요. 누구나 살다가 힘든 일을 겪을 수 있는 것이고 저도 그런 일을 만난 것뿐인데, 그런 일에 대해서 일일이 나 자신을 해명해야 한다는 것이 좀 화가 났어요."

물론 그녀의 솔직한 마음일 테고,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입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저 발언은 백해무익이었습니다. 안좋은 방향으로 해석한다면, 무조건 자기의 입장을 이해해 주지 않는다고 시청자에게 항의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녀에 대해 악의적인 루머를 퍼뜨리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그녀를 가엾이 여기며, 여러가지 의문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공중파에 모습을 드러내고 해맑게 웃는 그녀의 얼굴을 보는 것이 사실은 불편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억누르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 불편함도 엷어지겠지" 라고 생각하며, 애써 그녀를 이해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선희는 그런 절대 다수의 선량한 시청자를 앞에 놓고 "당신들도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 보세요! 왜 나의 입장에서 이해해 주지 않죠? 일일이 해명해야만 한다는 게 나는 화가 나요!" 라고 말한 셈이 되었습니다. 물론 그런 뜻은 아니었겠지만 충분히 그렇게 느껴질만한 뉘앙스였습니다. 좋게 표현하면 부주의했고, 나쁘게 표현하면 뻔뻔했습니다. 그녀의 말대로 어쩌다가 불행한 일을 당한 것일 뿐 자신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다 하더라도, 그렇게 말할 일은 아니었습니다. 자기 의사와 관계없이 대중의 눈에 불편한 존재가 된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 책임을 대중에게 전가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정선희 관련해서 지난 번에 올린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과 눈에 보이는 것은 엄청나게 다릅니다. 그녀가 연예인 활동을 접고 일반인으로서 살아간다면 더 이상 아무도 그녀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자꾸만 눈에 보이니까,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문들과 그 엄청나게 어두운 기억이 그녀를 볼 때마다 자꾸 떠오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녀에게도 그녀만의 입장이 있듯이, 보는 사람들에게도 보는 사람의 입장이 있습니다. 불편한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니까 연예인 활동을 계속할 생각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그녀가 불편함을 해소시켜 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것을 천박한 호기심이나 잔인한 추궁으로 폄하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정선희는 충분히, 대놓고, 속시원하게 모든 사실을 밝히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시청자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해야 합니다. 입방아를 찧어대며 그녀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 열 명이라면,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며 참아 주고 인내해 주는 사람은 천 명이라고 봐야 합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요, 라고 그녀가 했던 말은 다시 그대로 그녀 자신에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저는 이제 그녀에게서 속시원한 해명을 듣는 일은 포기했습니다. 그녀의 방송 출연도, 불편하지만 그냥 덮어두고 이해하려 합니다. 아마도 저와 같은 시청자가 상당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군요. 그러니 얼마나 힘들었는지에 대한 감정적 하소연은 이제 그만 했으면 합니다. 오히려 긁어부스럼이라고 할 만큼 짜증스럽고, 애써 억누르고 있는 불편함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만들 뿐입니다. 제가 한 사람의 시청자로서 정선희에게 바라는 것은, 외부로 드러난 일부 대중의 악의에 분노하고 서러워하기보다, 드러나지 않은 채 침묵하는 대다수 사람들의 인내와 이해심을 고맙게 여기고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현재 상황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것 밖에 없을 듯 싶군요.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