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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즐겨라' 서지석의 아름다웠던 부상 투혼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오늘을 즐겨라' 서지석의 아름다웠던 부상 투혼

빛무리~ 2010. 10. 1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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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강심장'에 출연했던 서지석은 자신의 드라마틱한 인생사를 털어놓았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육상 선수로서 국가대표급의 100m 기록을 보유했었는데, 불의의 교통사고로 평생 키워 온 체육인의 꿈을 접을 수 밖에 없었던 슬픈 이야기였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불법주차된 차량들 때문에 정류장에서 내리지 못하고 중간 차선에서 하차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순간 차에 치어서 20~30m를 날아갔었다고 합니다.

병원에서도 3일간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했으며, 진단 결과는 하반신 마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천만다행히 재활치료에 성공한다 해도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거라고 하니, 미래가 촉망되던 육상선수로서는 절망적인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서지석은 독하게도 이를 악물고 4개월만에 재활치료를 끝내고 선수 생활에 복귀했습니다.


그러나 원래 10초대를 기록하던 성적은 아무리 피나는 노력을 해도 11초대에서 더 이상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사고 이후에 찾아 온 신체적 한계였습니다. 1초의 차이는 엄청났습니다. 1~2등의 우승을 다투던 선수가 1000등 이후로 밀려난 셈이었거든요. 그렇게 소년 서지석의 꿈은 그의 인생에서 멀어져갔습니다. 몇 년 후, 대형마트의 주차장 입구에서 차량 정리 요원으로 일하던 서지석은 운명처럼 대형 엔터테인먼트 사장의 눈에 띄어 전격 스카웃되며 제2의 인생을 시작합니다.

'강심장'에서 털어놓는 이야기를 듣고 저는 서지석이라는 인물을 다시 보기 시작했습니다. 연기를 아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외모가 특별히 뛰어난 것도 아닌, 그저 평범한 연예인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와 뜨거운 열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최근 들어 다시 그를 주목하는 이유는, 제가 현재 가장 빠져들어서 보고 있는 드라마 '글로리아' 때문이었습니다. '글로리아'는 막장과 자극적 요소가 판치는 이 시대에 막장 없는 따뜻한 드라마일 뿐 아니라, 감칠맛나는 재미도 있고 모든 캐릭터들이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낮은 시청률이 정말 안타까운 명작이거든요.

'글로리아'에서 서지석이 맡은 역할은 재벌가의 까칠한 서자로서, 진정한 사랑을 깨달으며 변해가는 히어로 '이강석' 입니다. 현재 그의 연기를 수준급이라고 평가해 줄 수는 없지만, 대사 처리만 조금 더 신경쓴다면 풍부한 표정 연기와 눈빛은 캐릭터를 아주 잘 표현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구나 상대역 배두나의 출중한 연기력에 힘입어 '글로리아'의 서지석은 갈수록 빛을 발하고 있는 중입니다. 여윈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독한 포스도 장난 아니고, 배두나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을 때면 제 입가에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저는 요즘 한창 그들 커플에 빠져 있다지요.


저는 10월 10일에 '1박2일'을 시청하지 않고 '오늘을 즐겨라' 쪽에 채널을 고정했습니다. '아이돌 육상선수권대회' 메달리스트들이 출연해서 '오즐'의 고정멤버들과 대결을 벌인다는 기사를 미리 보고는 잔뜩 기다리던 중이었거든요. 사실은 누가 보더라도 승패는 벌써 갈린 것이었지요. 모두 40줄의 아저씨들인 신현준, 정준호, 김현철, 공형진 등과 20대 초반의 팔팔한 아이돌 스타들이 어떻게 공정한 대결을 할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동년배들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지닌 메달리스트들인데, 삼촌뻘의 '오즐' 멤버들이 무슨 상대가 되겠어요?

그래도 기다렸던 이유는 육상선수 출신 서지석이 제대로 달리는 모습을 마음껏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강심장'에서 그의 드라마틱한 과거를 들은 이후로 항상 궁금했거든요. 이미 추억 속에 잠긴 꿈이지만, 왕년의 실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꼭 한 번은 보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이번이 유일한 기회인지도 모를 일이었어요. 그의 나이도 이미 서른인데다가 운동을 그만둔지도 오래 되었으니, 전체 경기에서 아이돌 팀을 이길 거라고는 기대 안했지만 그래도 한 두 종목에서는 극적으로 우승을 차지해 주길 바랬지요. 과연 서지석은 '멀리뛰기' 부문에서 아이돌 금메달리스트 이현(에이트)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저의 기대에 부응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랫동안 쉬던 서른살의 근육은 갑작스럽고 무리한 운동을 감당하지 못했습니다. 허들 경기는 주종목도 아니었는데 차라리 쉬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나중에야 들더군요. 빅뱅의 승리도 연습 중에 부상을 당해서 참가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40대의 형들에게만 맡겨두고 쉴 수도 없었겠지만요. 높은 허들을 넘으면서 다리의 근육이 한껏 당겨진 데다가, 100m 경기 참가자를 정하기 위한 50m 예선에서 너무 힘을 많이 쓴 탓인지, 서지석은 허벅지에 경련을 일으키며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주종목인 100m 경기는 시작되기도 전이었습니다.

맛사지를 비롯한 응급처치를 받긴 했지만 경련을 시작한 근육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100m 경기에는 참가했으나 초반에 선두를 유지하던 서지석은, 점차 통증을 이기지 못하고 속도가 떨어지며 3위를 차지하는 것에서 만족해야 했지요. 1위는 '제국의 아이들'의 김동준, 2위는 '2AM'의 조권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아이돌 육상대회'의 100m 금메달리스트인 조권이 그 때만큼 전력질주를 하지 않은 듯 했어요. 그는 서지석의 바로 옆 라인에 있었는데, 출발 자세를 잡던 서지석이 허벅지의 통증 때문에 신음소리를 내자 조권이 흠칫 돌아보며 "어떡해~" 하고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잠시 보였거든요. 아픈 형을 이기겠다고 전력질주하는 게 미안했는지 좀 머뭇거리는 듯한 기색이 보였습니다. 그냥 제가 보기엔 그랬다구요..ㅎㅎ

100m 경기 후 상태는 더욱 악화되었고, 서지석은 눈물을 삼키며 마지막 경기인 400m 계주에 불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처럼 방송에서 자신의 장기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어이없게도 주종목을 앞두고 경련을 일으켜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으니 억울하고 속상하기도 했을 것이며, 나이 많은 형들에게 엔딩을 맡겨두고 벤치에 앉아 있으려니 미안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의 눈물을 보니 저절로 제 눈시울도 뜨거워지더군요.


'남자의 자격 - 하모니' 편에서 배다해의 눈물을 보던 때와 비슷한 감정이었습니다. 배다해도 연습기간 중에 감기에 오래 시달려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하니까요. 더 잘 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좀처럼 뜻대로 되지 않는 안타까움이며, 그런 자기 때문에 더 힘든 몫을 감당해야 하는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 등의 감정이 뒤섞여 있었겠지요. 배다해의 눈물이 음악에 대한 열정이었다면 서지석의 눈물은 스포츠에 대한 열정이었습니다. 둘 다 피치못할 사정으로 중간에 떠나 왔지만, 오랫동안 소중히 꾸어 온 꿈이었으니까요.

현재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보기에 서지석은 바야흐로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조금씩 나아지는 연기력으로 캐릭터의 매력을 높이고 있으며, 예능에서는 의외의 끼와 신선한 예능감으로 존재감을 확보해 나가는 중입니다. 하지마비 판정 직전까지 갔던 몸을 불과 4개월만에 극강의 의지력으로 완치시킨 그의 독한 열정이면 무슨 일을 하더라도 결국엔 성공하지 않을까 싶군요. '오늘을 즐겨라 - 육상대회'볼수록 호감이 가는 배우 서지석의 특별한 매력을 만끽하는 기회가 되어 주었습니다. 


* 덧붙이기 : 400m 계주에 참가할 수 없게 된 서지석을 대신하여 마지막 주자를 맡았던 큰형 신현준은 "너의 투혼을 생각하며 뛰겠다"는 말로 동생을 위로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노장 투혼을 불사르더군요. 그런 형의 배려심이 서지석의 마음에 큰 위로가 되었을 거예요. 미안해하고 위로하며 서로를 아끼는 모습들이 더없이 멋지고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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