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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 배다해가 흘린 눈물의 의미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남자의 자격' 배다해가 흘린 눈물의 의미

빛무리~ 2010. 9. 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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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 - 하모니' 다섯번째 방송은 잠시도 저의 눈과 귀를 다른 곳으로 돌리지 못하게 했습니다. 어찌나 집중했는지 방송을 다 보고 나니까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어요. 놀랍게도 이 명품 예능은 그 한 자락에 충분한 웃음과 눈물을 함께 쓸어담고 있었습니다. 솔로 선정의 결과나 합창대회의 결과는 미리 흘러나온 스포에 의해 모두 알고 있었지만, 그런 것 따위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습니다. 언제나 그랬지만 이번에는 특히, 과정이 중요할 뿐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서 흘러넘치는 열정과 감동에 우리는 그저 빠져들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1. 웃음 - 아저씨들의 율동, 그 전율스러운 귀여움에 대하여

더욱 완벽에 가까운 하모니를 이루기 위하여 그들은 MT를 떠났습니다. 춘천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각 파트별로 한 곡의 노래를 정하여 개성적인 하모니를 만들어 내라는 과제가 주어졌는데, 거기서부터 이미 심상치 않은 웃음의 조짐이 보였지요. 뜻밖에도 가장 평균연령이 높고 순발력이 떨어지는 베이스파트에서 반란이 시작되었습니다.


굵직하게 울려퍼지는 남자의 목소리로 소녀시대의 'Gee'를 부른다는 것 자체가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만들었는데, 점잖은 중년 직장인의 표상 같던 고종석씨가 단독 열혈댄스를 선보일 줄이야 꿈에도 짐작 못한 일이었지요. 역시 사람은 겉만 봐서는 알 수 없나 봅니다. 갑갑한 도시의 일상을 떠나 물 맑은 춘천에서... 아저씨들의 전율스러운 귀여움은 그들의 내면에서 조금씩 튀어나오려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제2합창곡이 '만화주제곡 메들리'로 정해졌기 때문인지 박칼린은 부하(?) 최재림으로 하여금 적절한 율동을 고안해 오도록 지시한 모양입니다. 예상컨대, 얼마나 난감했을까요? 만화주제곡에 걸맞는 율동이란 아무리 고상하게 짜낸다 해도 유치할 수밖에 없습니다. 애써 준비해 왔지만 어지간히 민망했던지, 최재림은 시작도 하기 전에 "굉장히 유치하지만 여럿이 동작을 맞춰서 하면 멀리서 보기엔 괜찮다"는 말로 연막을 치고 나서야 비로소 비장의 율동을 공개했습니다.


그야말로 손발이 오그라드는 민망함으로 33인의 율동은 시작되었습니다. 여자들이야 괜찮은데 문제는 역시 아저씨들이었지요. 무릎을 굽혔다가 일어서면서 까치발을 드는 단순한 동작을 하는데 벌써부터 제 얼굴에는 웃다 못해 경련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유치원생들이 하듯이 고개를 왼쪽 오른쪽으로 까딱까딱하는데 도저히 더는 참을 수 없어 배를 움켜쥐고 뒹굴기 시작했습니다. 그 진지한 표정들이라니, 정말 두고두고 보아도 질리지 않을 최고의 코믹 장면이었습니다.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거나 몸을 낮추어 공격태세를 취하는 등, 웃음 폭탄은 쉴새 없이 계속해서 터졌습니다. 그리고 거의 다 큰형뻘이나 삼촌뻘되는 제자들 앞에서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반말까지 섞어 가면서 휘어잡고 가르치는 최재림의 카리스마도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창피한 거 알아요! 앞에서 하는 나는 얼마나 창피하겠어? 혼자서 하는데!" 그 말에 또 저는 혼자서 빵 터졌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너무 적나라하게 표현한 말 같았거든요. 하여튼 그렇게 한참을 웃고 나서 잠시 한숨을 돌리니 그 다음에는 눈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2. 눈물 - 그것은 슬픔이 아니라... 뜨거운 마음, 그리고 간절한 소망


소프라노 솔로를 맡게 된 두 사람, 선우와 배다해는 박칼린에게서 특별한 보컬 트레이닝을 받았습니다. 비교적 최근까지 성악을 놓지 않고 있었던 선우는 그래도 조금은 덜 혼이 났지만, 배다해는 그야말로 혹독한 채찍질을 견디어 내야 했습니다. 오디션 때부터 "목소리가 예쁘네~" 하면서 그녀를 흡족해하던 박칼린이, 마치 다른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눈을 매섭게 번뜩이며 폭풍이 몰아치듯 훈련시키는데 좀 무섭긴 하더군요.

전문가의 귀를 갖지 못한 저로서는 그저 들을 때마다 감탄할 수밖에 없는 천상의 노래이건만, 박칼린이 듣기에는 헛점투성이였나 봅니다. 목소리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자세부터 바르게 해야 하는데, 습관적으로 몸을 흔드는 배다해의 자세가 무척이나 못마땅했는지, 박칼린은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와중에 벽을 가리키며 "저 벽에 가서 서!" 라고 말했지요. 하지만 그녀의 눈물은, 결코 야속함이나 상처 때문이 아니었음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혹독한 가르침 속에는 살이 델 것처럼 뜨거운 마음이 흘러넘쳤습니다. 넬라판타지아... 어딘가에 존재할, 그 머나먼 이상향을 꿈꾸는 마음처럼... 그 어떤 고난이 닥치더라도 이겨내고 반드시 그 곳에 도착하고야 말겠다는 피맺힌 열망처럼... 보다 완벽한 솔로를 키워내려는 박칼린의 트레이닝에는 뜨거운 열정이 그대로 담겨 있었던 것입니다.

박칼린은 어설프게 겉멋 들린 창법을 가차없이 꺾어 버리고 그 대신 정직하고 힘찬 목소리를 이끌어냈으며, 텅 빈 껍데기와도 같던 목소리에 혼을 채워 넣는 방법을 가르쳤습니다. 배다해의 흔들리는 자세와 눈빛을 끊임없이 지적한 것도, 그녀가 자신의 혼과 감정을 온전히 노래에 쏟아넣고 있지 않음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강마에(김명민)가 단원들에게 처음 가르친 것도 바로 '연주에 감정 넣기' 였지요. "감정 없이 하는 연주는 사람의 마음을 감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때려 죽이고 싶게 만든다" 던가, 대략 그런 식의 대사를 강마에는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 추억하다보니 독설을 퍼붓던 강마에가 그리워지네요^^) 박칼린 역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바로 '감정'이었습니다.

특히 '넬라판타지아'는 이상향으로 혼자 나아가려는 노래가 아니라 수만명을 이끌고 함께 가려 하는... 자기가 앞에 나서서 모든 고난을 극복하는 방패가 되어 주며, 그 뒤따르는 이들을 행복의 땅으로 인도하려는 숭고한 희생 정신이 담겨 있는 노래였기에, 그것을 표현하는 감정은 더욱 뜨거워야만 했던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모두 함께 그 곳에 가고 싶어합니다. 넬라판타지아의 선율에 젖어든 이상, 이것은 포기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꿈이 되어 버렸어요. 솔로를 맡은 배다해는 자신의 목소리를 타고 그 곳으로 날아가기를 원했으며, 동료들이 자신의 뒤를 따라 올 수 있도록 깃발을 높이 들기를 원했지요. 그런데 간절한 소망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으니 그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렸던 것입니다.

겉으로는 더 노래를 잘 부를 수 없어서, 애를 써도 원하는 목소리가 나와 주지 않아서 속상한 마음에 우는 듯 보였지만, 내면적으로는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을 제가 어떻게 아느냐구요? 비록 솔로는 해 본 적이 없지만, 저도 합창을 하면서 그렇게... 똑같은 눈물을 흘려 본 적이 있었거든요. 당시에는 스스로도 이유를 잘 몰랐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생각하니 슬픔이나 야속함 때문이 아니라 열망 때문이었습니다. 그 눈물은 아프기보다 차라리 감미로웠습니다.


어쩌면 아직도 그녀의 목소리는 미완성이겠지만, 그들은 애초의 뜻대로 하모니를 이루어 합창대회에 참가했고, 그간의 피땀과 노력을 모두 쏟아부었으며, 서로 다른 목소리가 하나로 일치되는 기적을 체험했습니다. 그 황홀한 신세계... 이미 그들은 열망하던 이상향에 도착한 것입니다. 앞으로 이어지는 방송에서 그 결실의 장면을 생생히 접하게 되면, 지켜보던 우리도 함께 그 곳에 도착할 수 있겠지요.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던 소망... 눈물 흘리던 다해의 간절한 소망은 이렇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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