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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왕 김탁구' 미순과 탁구의 쌍둥이같은 사랑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제빵왕 김탁구

'제빵왕 김탁구' 미순과 탁구의 쌍둥이같은 사랑

빛무리~ 2010. 8. 1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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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미순(이영아)의 사랑이 드디어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보니 이 귀여운 아가씨의 사랑은 김탁구(윤시윤)의 그것과 매우 닮아 있었네요. 두 사람은 마치 쌍둥이 같았습니다. 포옹하고 있는 모습은 마치 샴쌍둥이 같았다고나 할까요. 왜 그렇게 느꼈는지는 잠시 후에 언급하기로 하고, 우선은 스스로 파멸해가는 구마준(주원)의 이야기부터 잠시 해 보려 합니다.

저는 한동안 구마준을 동정심과 애틋함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으나, 이제 거의 놓아버린 상태입니다. 지난 주에 탁구가 설빙초를 먹는 것을 막기 위해 "안 돼!" 하고 소리치며 허겁지겁 달려갈 때, 그리고 탁구가 설빙초 한 숟가락을 삼키는 것을 보며 절망적인 눈빛으로 주저앉을 때 "그래, 너도 사실은 탁구를 해치고 싶지 않았던 거야." 라고 생각했었지요. 모처럼 선량한 본성을 드러낸다 싶어서 울컥할 만큼 반가웠는데, 이번 주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이건 내 뜻이 아니야. 네 운명이다, 김탁구" 라고 책임회피성의 독백을 중얼거리는 마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바람에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이러다가 나중에 개과천선할지는 모르겠으나, 벌써 너무 심하게 망가졌기 때문에 참회의 감동도 별로 크게 다가올 것 같지는 않네요. 작가는 마준의 캐릭터에 애정이 없는 것 같습니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했잖아!" 자신이 왜 후각과 미각을 잃었는지 영문을 모르고 패닉 상태에 빠진 탁구에게, 스스로 범인임을 너무 쉽게 털어놓는 태도는 좀 의외였습니다. 그 황당한 유치함을 애써 좋게 생각해 본다면, 자책감에 시달리다 못해 위악적 성향이 나타나는 거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내가 잘못한 거야." 라고 생각하면 너무 괴로우니까 "나는 원래 나쁜 놈이고, 미리 경고까지 했어. 넋 놓고 있다가 당한 것은 그 녀석 탓이야." 라고 생각하며, 당당한 척하고 상대방에게 선포까지 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언제 누가 들을지도 모르는 제빵실에서 큰소리로 떠들어대는 건 머리가 나쁘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팔봉 선생(장항선)의 인증서도 포기하고 아예 팔봉 빵집을 떠날 생각을 하는 거였다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다 망가진 거, 될 대로 되라 하는 식으로 자폭하는 셈이니까요. 하지만 구마준은 절대 경합을 포기하거나 떠날 생각이 없었고, 오히려 어떻게든 탁구를 이겨야겠다는 집념에 불타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누구에게도 자기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편이 현명하지요. 탁구의 인품을 알고 있기에, 그 약을 직접 자기에게 먹인 양미순의 입장을 생각해서라도 남에게 발설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믿었겠지만, 그렇다고 자기 입으로 말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물론 그간의 허술한 행동으로 인해 팔봉 선생과 조진구(박성웅)에게 벌써 덜미를 잡힌 상황이긴 했으나, 구마준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지요.


"탁구도 내 제자고, 태조도 내 제자인 것을... 곤경에 처하면 처한 대로 극복할 기회를 줘야 하고, 잘못을 저질렀으면 저지른 대로 만회할 기회를 줘야 하는 법... 일단 그 두 아이를 좀 더 지켜보는 게 어떻겠느냐?" 하고 조진구에게 권유한 뒤 "그나저나 태조, 너는 어찌 이런 무리수를 두었단 말이냐..." 하고 장탄식을 하던 팔봉 선생의 모습은 무척 가슴이 아팠습니다. 좀처럼 사랑하고 받아주기 어려운 구마준이라는 가시투성이 녀석을 어떻게든 감싸 안고자 했던 그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러던 팔봉 선생도 자기 실력이 아니라 남에게 받은 레시피를 이용해서 경합에 참가한 구마준의 뻔뻔함을 접하자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의문의 춘배 선생(최일화)이 대체 어떤 목적으로 마준에게 접근해서 봉빵의 레시피를 알려주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역시 머리가 나쁜 구마준은 아무런 의심도 없이 그의 말을 덥석 받아들여서 빵을 만들고는 시치미를 뚝 떼고 자기가 만들었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빵의 달인인 팔봉 선생을 그렇게 속여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어이 없지요.

팔봉 선생은 '거자필반'이라는 쪽지와 함께 날아들었던 돌멩이로 인해, 이미 춘배가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익숙한 봉빵의 맛을 보자 즉시 춘배의 레시피임을 알았을 것이고, 춘배와의 아픈 기억이 떠올랐을 것이고, 마준의 발칙함에 대한 분노가 겹쳐졌을 테니 불같이 화를 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습니다.

결국 구마준은 경합에서 탈락했습니다. 그리고 비록 이스트 없이 온전한 빵을 만드는 데는 실패했으나, 갖가지 실험을 통해 진정한 제빵 기술 개발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었던 김탁구는 통과했습니다. 그 뜻은 이해하겠으나 아무리 그래도 빵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는데 통과를 준다는 것은 너무 자의적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어쨌든 그거야 팔봉 선생 마음이지요.


쓰다 보니 주인공들을 제쳐놓고 다른 사람들 이야기만 너무 길어졌네요. 제가 21회에서 가장 주의 깊게 보았던 인물은 바로 양미순이었습니다. 그 동안은 신유경(유진)에 비해 한결 존재감이 약했는데 한 순간에 만회하더군요. 그저 밝고 명랑하고 순진하게만 보였던 이 아가씨가 사실은 얼마나 속이 깊고 현명한지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마준의 서랍에 들어 있던 설빙초를 감기약인 줄 알고 탁구에게 먹인 것은 사실 양미순의 책임이 아니었습니다. 그 약을 꺼내서 탁구에게 먹이라고 재촉했던 것도 그녀의 어머니였어요. 하지만 직접 숟가락에 약을 받아서 탁구의 입에 흘려넣었던 양미순은, 그 약이 미각과 후각을 마비시키는 독초였음을 알게 되자 극심한 자책감에 빠집니다. 머리 나쁜 구마준이 제빵실에서 떠들어댈 때, 아니나 다를까 한쪽에서 그녀가 듣고 있었던 거예요.

"내가 네 입맛이 되고, 네 후각이 될게." 양미순의 솔직한 마음이 오래 전부터 그것이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요? 저 대사는 미안한 김에 사랑 고백(?)을 하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그리고 양미순은 끝없이 계속되는 탁구의 실패를 곁에서 지켜보며, 그의 후각과 미각을 대신해 주었습니다. 자기의 경합 준비만으로도 바빴을 텐데 말이에요. 아, 그러고 보니 밀가루 없이 멋진 쌀가루 케잌을 만들어 경합에 통과한 그녀의 재능은 역시 인정할만 하더군요.


생각해 보니 양미순은 탁구를 사랑하면서도 그에게 무언가를 받으려 한 적이 없었습니다. 언제나 도움만 주고 있었어요. 제빵의 기본조차 모르는 탁구를 위해 감기는 눈을 억지로 떠가며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쳐 주었던 것도 바로 그녀였지요. 탁구가 유경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 아파하면서도 홀로 참아 넘겼고, 유경의 편지도 늦지 않게 전해 주었습니다.

"너는 할 일이 많잖아. 엄마도 찾아야지, 제빵사도 되어야지, 지금 당장 2차 경합 통과도 해야지.... 먹고 기운 내. 기운을 차려야 다시 가서 유경씨를 붙잡든 뭘 하든 할 거 아냐." 유경을 마준에게 빼앗기고 앓아 누운 탁구를 위로하는 마음인들 편했을까마는, 양미순은 조금도 자기의 아픈 속을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탁구가 행복하기만을 바랬을 뿐입니다.


"괜찮아... 나한테 미안해하지 마, 유경아. 사실은 나... 너한테 이 말 하려고 온 거야. 너는 나보다 똑똑하니까... 나보다 아는 것도 많으니까, 틀림없이 네가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택했을 거라고 믿을 테니까... 그런 거지? 네가 행복해지려고 선택한 거, 맞지? ... 됐어, 그럼. 이제부터 뒤돌아 보지 말고, 나한테 미안해하지도 마. 지금부턴 네가 행복해지는 것만 생각해. 유경이 넌 무조건 행복해져야 되니까... 정말 잘 살아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겠다고 약속해..."

차마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던 탁구와 유경의 재회... 죽을 만큼 아프면서도 탁구는 유경에게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유경이 행복하기만을 바랬을 뿐입니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탁구도 무조건 유경에게 베풀어 주기만 했을 뿐 뭔가를 받으려 한 적은 없었네요. 양미순의 사랑과 김탁구의 사랑이 쌍둥이처럼 똑같은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독을 써서 자기의 후각을 망가뜨린 구마준을 뼛속까지 증오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그래도 미워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탁구를 보며 "저게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직 유경의 행복을 바라는 탁구의 마음을 알고 나니 조금은 이해할 것도 같았습니다. 이제 유경의 곁에 있어 줄 남자는 자기가 아니라 마준인데, 그를 미워하고 그가 불행해지기를 바랄 수야 없었겠지요. 양미순의 입장을 생각해서 발설하지 않은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신유경을 사랑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른들로부터 올바른 사랑을 받고 자란 김탁구와 양미순은, 사랑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웠습니다. 그에 비해 사랑받지 못했던 신유경과 비뚤어진 사랑을 받았던 구마준은, 사랑의 방법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습니다. 구마준은 언제나 노골적으로 받으려고만 했고, 신유경 또한 주고 싶은 마음보다는 받고 싶은 마음이 훨씬 더 컸지요. 지금 사랑하지도 않는 그들이 서로를 붙잡고 주변에 온통 상처를 주고 있는 것도, 바로 사랑의 방식을 잘못 배운 탓입니다.

설빙초의 독을 잘 아는 팔봉 선생이 별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이 정도 양을 먹었다면 당분간은 후각을 잃겠구나..." 정도로 넘겼으니, 탁구의 후각과 미각은 곧 다시 돌아오겠지요. 게다가 비온 뒤에 땅이 더 굳는다고, 덕분에 "손이 즐거워지며 눈이 재밌어지는" 경험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탁월한 후각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빛을 못 보고 있던 시각과 촉각이 깨어나는 계기가 된 셈이에요.


탁구는 노력을 인정받아 2차 경합에 통과도 했고, 평생 찾아 헤매던 어머니를 만날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눈물로 유경을 떠나 보냈지만 이제 더 밝고 따뜻한, 새로운 사랑이 그의 품에 찾아들겠지요. 지난 주에는 유경과 마준 때문에 함께 아파했었는데, 이번 주에는 탁구와 미순 때문에 함께 행복해질 것 같네요. 아직 고난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탁구의 행복이 조금씩 시작되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착한 사람이 이기는 세상이 맞십니꺼?" 라던 어린 탁구의 질문에 팔봉 선생은 "네가 그렇다고 믿으면 그런 게다." 라고 대답했었지요? 과연 우리도 "그렇다고 믿으면 그렇게 되는 세상에" 살고 있음을 느끼게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이라도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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