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상꼬맹이 하하의 성공적 복귀

저는 하하라는 연예인의 개인적 팬은 아니지만, 열심히 시청하던 '무한도전'을 잘 안 보기 시작하게 된 것은 하하가 빠지고 나서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무한도전' 내에서 하하의 존재감은 상당했었지요. 군복무 때문에 하하가 일단 하차하면서, 만약 그와 좀 비슷한 느낌을 주는 MC몽이 그 빈자리를 메꾸었다면 저도 계속 시청을 했을 것 같은데, 전진이나 길의 스타일은 하하와 너무 다르다보니, 하하의 스타일에 익숙해져 있던 저로서는 영 적응이 안되더군요.

오늘, 정말 오랜만에 우연히 무한도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했는데, 운 좋게도 하하가 복귀하는 날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옛날 분위기가 아주 물씬 나더라구요. 거침없이 깐족대는 입담과 폭로전... 어쩌면 2년의 공백기간을 거쳤는데 그의 예능감은 하나도 죽지 않고, 오히려 업그레이드 된 것 같았습니다. 그의 존재감은 삽시간에 분위기 전체를 사로잡아 버렸어요.

한동안 쉬다가 돌아온 하하의 예능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테스트하고 이끌어 주기 위해 마련된 '예능의 신' 청문회에서도 '폭로전문 하기자'로 돌아온 하하는 오히려 전체적인 분위기를 쥐락펴락했습니다. 아무래도 준비를 단단히 하고 나온 모양이에요. 그 적극적이고 성실한 준비성에도 기분이 살짝 좋아지더랍니다.

이번 주 '무한도전'은 완전히 하하를 위해 마련된 특집이었어요. 하하의 어머니 융드옥정 여사가 마련해주신 떡을 MBC 예능국장님께 선물하기 위해 하하는 집을 출발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선물하기 위한 떡이 아니라, 동료들을 위한 미션용 떡이었지요. 하하가 운반하던 떡을 중도에 제일 먼저 뺏어 먹는 멤버가 우승하게 되는 거였습니다. 이른바, 빨간 망토 하하와 여섯마리 늑대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었지요.

하하는 미션의 내용을 전혀 모르는 설정이었는데, 제가 보기에는 아주 모르는 것 같지 않더군요. 미리 가르쳐 준 것은 아니겠지만 눈치 100단 하하로서는 알아차리기가 어렵지 않았을 듯해요. 모든 멤버들이 일제히 하하와 통화를 시도하는데, 하하는 철저히 멤버를 구별하여 각자 다르게 통화를 하더군요. 머리싸움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정준하의 전화는 계속 차단하고, 다른 멤버들에게도 살살 약을 올리면서 감질나게 하고는 끊어버리는 등 이미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하는 역시 무한재석교도답게 유재석의 전화는 제일 먼저 반갑게 받더군요. 게다가 만나서 MBC까지 함께 가자는 유재석의 제안을 냉큼 받아들여 그의 차에 올라탔습니다. 하하와 유재석이 함께 있는 장면, 정말 오랜만에 보는데 이상할 정도로 반갑더군요. "앞으로 태어날 아기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고 해주세요~" 라고 무리한 요구까지 하며 재석이형 앞에서 애교를 떠는데, 그 익숙한 설레발에 저절로 웃음이 났습니다. 하지만 유재석이 살살 구스르며 떡 하나만 달라고 말하자, 역시 만만치 않은 예능감의 하하는 이미 눈치를 채고 떡바구니 사수에 들어가더군요.

심지어는 차에서 잠시 내리며 "이거 두고 내려도 되죠, 형?" 하고 묻더니 오히려 잽싸게 끌어안고 도망까지 쳐 버리는 하하는 벌써부터 배신과 속임수가 난무하는 리얼 예능의 한복판에 많이 적응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저질 체력이더군요. 유반장 유재석은 추격 예능 2년만에 추노꾼이 다 되었으나, 하하는 예능을 쉬고 있던 2년만에 민폐언년에 가까운 저질체력으로 떨어져 금방 잡히고 말았습니다. (그 자막 너무 웃겼어요^^)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하하는 탈출에 성공했고, 삽시간에 그의 자취를 잃어버린 다른 6명의 멤버들은 결국 일산 MBC 국장실 앞에서 그를 기다리게 됩니다.

뒤늦게 도착한 하하에게서 6명은 일제히 떡바구니를 잡아 채뜨렸고, 매듭이 풀리며 뒤집어진 떡바구니에서 우르르 쏟아져내린 떡을 너도나도 하나씩 집어 입에 넣었는데, 곧이어 생생하게 일그러지는 그들의 표정은 떡 안의 내용물을 짐작하게 했습니다. 바로 고추냉이 떡이었어요.

예능의 신 청문회도, 떡 뺏어먹기 추격전도 재치와 생동감이 넘쳐서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하하가 물론 2년 전에 비해서는 흐름을 매끄럽게 읽어내지 못하고 약간은 둔한 모습도 보였지만, 그 정도는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엔 그랬어요.

'1박2일'에 화려하게 복귀했으나 몇 달이 지나도록 예능감을 회복하지 못해 고전하고 있는 김종민에 비해, 하하의 복귀는 상당히 그 전망이 밝아 보입니다. 하하는 재능과 노력을 겸비했을 뿐 아니라 운도 상당히 좋아요. '1박2일'은 여행을 컨셉으로 하여 언제나 고정되어 있는 포맷이니, 복귀한 김종민을 위해 아무리 특별한 프로그램을 고안해낸다 해도 분량 전체를 그것으로만 채울 수 없는 한계가 있었지요. 그러나 '무한도전'은 고정된 포맷이 없으니 얼마든지 자유롭게 하하를 위한, 하하에 의한 프로그램으로 한 회를 채울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어쨌든 '무한도전'에 성공적으로 복귀한 상꼬맹이 하하의 활약이 저는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갈증이 날 때 톡 쏘는 콜라 한 잔을 마신듯한 기분이군요. 안 보이는 동안은 몰랐는데 다시 보니 알겠습니다. 제가 생각보다 하하의 예능 스타일을 많이 좋아하고 있었나봐요. 앞으로는 토요일 저녁마다 꼬박꼬박 '무한도전'을 챙겨보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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