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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신'을 신파극으로 만들어가는 한수정(배두나)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공부의 신

'공부의 신'을 신파극으로 만들어가는 한수정(배두나)

빛무리~ 2010. 1. 20.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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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신' 6회를 보면서 저는 매우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뭔가 드라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잃고 헤매는 것 같았거든요. 사실 그런 기미는 5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양춘삼(앤서니양)이 천하대 특별반의 새로운 영어교사로 부임해 오면서, 기존에 영어수업을 진행하고 있던 한수정(배두나) 선생과의 마찰이 시작되었지요. 그런데 가볍게 지나갔어야 할 그 에피소드를 '공신'에서는 너무 지나치게 키우고 말았습니다. 5회와 6회에서 가장 큰 테마는 바로 특별반 학생들과 한수정 선생님 사이의 사랑과 의리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그건 지금 이 드라마에서 말해야 내용은 아니지 않나요?


특별반은 어디까지나 특별반입니다. 천하대 합격을 목표로 오직 5명만이 모여서 제한된 시간내에 엄청나게 성적을 올려야 할 역사적(?) 사명을 띤 드림팀이라는 말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착하고 성실하지만 능력은 없는 교사'보다야 그들의 목표를 확실하게 이루어 줄 수 있는 입시전문 강사가 필요한 게 너무도 당연합니다. 그러니까 양춘삼이 없었을 때라면 몰라도 그가 초빙되어 온 이상, 한수정 선생은 조용히 물러나서 그냥 예전처럼 다른 반 학생들을 가르치면 되는 것입니다. 교사 자리에서 쫓겨나는 것도 아닌데 그 문제를 가지고 울고불고 난리를 쳐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한수정은 파직 선고라도 들은 것처럼 5회부터 과도한 억울함을 분출하며 강석호(김수로)에게 반발하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한수정의 영어수업 시간에는 쿨쿨 잠만 자던 아이들이 들고 일어나 "우리는 한수정 선생님한테서가 아니면 영어수업 안 받을 거예요!" 하면서 의리를 과시합니다. 거기서부터 저는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결국 양춘삼과 한수정은 내기를 시작합니다. 이것도 역시 불필요한 에피소드였습니다. 처음부터 시작이 잘못되었으니까요. 3일의 시간내에 각각 2명씩의 학생을 맡아서 지도한 후 영작시험을 실시하여 더 우수한 성적을 낸 사람이 특별반에 남기로 한 거였지요.


이사장(오윤아)은 한수정의 편을 들어 전교에서 가장 실력이 좋은 학생 2명을 골라 그녀에게 선정해 줍니다. 양춘삼은 본인의 희망대로 특별반 내에서 제비를 뽑았는데 황백현(유승호)와 길풀잎(고아성)이 뽑혀서 그의 지도를 받게 되었지요. 아이러니하게도 특별반을 맡은 양춘삼이 승리하면 한수정 선생이 떠나야 하는 상황이므로 원래 황백현은 이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 하였지만, 양춘삼이 몰래 두 학생에게 약속하기를 "내가 승리하더라도 떠나겠다"고 하는 바람에 수락하게 됩니다.

시험 결과는 놀랍게도 성적이 바닥이던 특별반의 승리였습니다. 양춘삼의 맞춤 학습법이 3일만에 이룩해낸 쾌거였지요. 비록 지극히 간단한 문장으로 표현했지만 틀린 부분 없이 써낸 황백현과 길풀잎의 답안에 비해, 한수정의 두 학생은 전교에서 톱을 달리는 자기들의 실력을 믿고 멋을 부리며 긴 문장을 써내려가는 도중에 틀린 부분들이 발생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양춘삼이 승리를 거두었으나 원래 학생들과의 약속대로라면 그가 떠나야 하는 상황이었지요. 그런데 아무래도 양춘삼은 능력은 있되 인성은 좀 못 믿을 사람 같기도 하더군요. 그래서 차기봉(변희봉) 선생님이 그렇게 싫어하시는 것인지 몰라도... 한수정을 다시 몰래 찾아가 말하길 "학생들이 한선생님을 사랑하는 마음에 너무 감동을 받아서 그런 약속을 하기는 했지만, 이제 막 나의 가르침 덕분에 조금씩 영어에 필(feel)을 받기 시작한 아이들을 두고 떠나려니 무척 아쉽군요. 한선생님이 계신 이상, 학생들은 내 수업을 받지 않겠다고 할 것 같은데..." 라고 말꼬리를 흐립니다.

그러자 한수정은 "그러니까... 제가 없어져야 학생들이 양선생님의 수업을 받고, 성적을 올릴 수 있겠군요?" 라고 힘없이 되묻더니 한동안 혼자 앉아서 눈물을 글썽이며 고민을 합니다. 그리고는 이사장의 책상 위에 사표를 써놓고 떠나 버리지요. 도대체 이건 무슨 신파극이란 말입니까?


도대체 특별반 학생들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까지 한수정의 영어수업에 집착을 하는 것이며, 한수정은 그냥 아이들을 잘 타일러서 양춘삼의 수업을 받게 하고 자기는 예전처럼 다른 반 수업을 하면 될텐데 왜 눈물바람을 하면서 떠나는 오버액션을 하는 것입니까? 고작 저런 이유로 교사와 같은 안정적 직업을 포기한다는 것이 설득력이 있습니까?

한수정을 찾아 헤매던 강석호는 결국 허름한 술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다가 떡이 되어 쓰러진 그녀를 발견하고 병원으로 옮깁니다. 그리고 "차기봉 선생님을 책임지고 다시 모셔 오세요! 한선생님 때문에 떠나셨습니다." 라고 말합니다.


어쩌면 이 드라마의 선생님들은 모두 이렇게 감정적이고 제멋대로입니까? 평생을 교육계에 헌신해 오셨던 노교사 차기봉 선생님(변희봉)이, 한때는 자기 제자였던 양춘삼이 영어 강사로 초빙되어 왔을 때부터 "저 녀석 마음에 안든다."면서 같이 일 못한다고, 체신머리 없이 계속 툴툴거리던 모습도 이상했거니와, 나중에 양춘삼과의 문제로 한수정이 사표를 내고 사라지자,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자리 털고 일어나서 무책임하게 사라져버린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선생님의 자리가 무슨 장난도 아니고 툭하면 그만둡니까? 

하여튼 자기 때문에 차기봉 선생님이 떠나셨다는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란 한수정은, 그를 다시 모셔오기 위해 급히 그의 은신처인 시골로 달려갑니다. 그런데 한수정이 사표를 내고 떠났다는 소식까지만 전해들은 특별반 학생들은 극도로 분개하여 모두 특별반을 그만두고 나가버렸네요. '특별반 해체'라는 글씨만 칠판에 써 놓은 채 말입니다. 선생님들이 하나같이 저 모양이니 학생들도 당연하다는 듯 제멋대로이군요.


무슨 70년대 영화 '엄마없는 하늘아래'도 아니고, 천하대 입시를 위해서 모인 특별반 학생들이 마치 젖먹이가 엄마라도 찾듯이 한수정 선생의 품을 파고들려는 모습들도 어이가 없고, 한수정은 자기 능력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그냥 다른 방면으로 지원해 주는 착한 선생님 역할을 하면 되는 것인데 굳이 잘 가르치지도 못하면서 특별반 수업을 꼭 자기가 해야만 하겠다고 고집부리는 것도 이해가 안됩니다.

심지어는 어딘가에 나온 7회 예고를 보니, 한수정에게 설득당해 돌아온 차기봉 선생의 호통으로 결국 양춘삼은 쫓겨나고 다시 한수정이 특별반 영어수업을 맡게 된다던데 사실인지 모르겠군요. 대체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치열한 입시 드라마인 줄 알았는데 점점 신파극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한수정의 캐릭터는 그냥 '착한 조력자'로 남아 있을 때가 제일 좋았습니다. 당연히 학생들을 중심으로 돌아가야 할 드라마가, 지금은 한수정 선생, 그녀를 주인공으로 삼아서 주변의 모든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 양상은 좀 아니지 않나요? 정말 매력없고 재미없습니다. 계속 이런 식이면 드라마의 인기가 지속된다고 보장할 수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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