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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퀴' 조형기의 투정(?)을 들으며...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세바퀴' 조형기의 투정(?)을 들으며...

빛무리~ 2009. 11. 1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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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퀴'는 제가 가장 즐겨 보는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입니다. 스튜디오 내에서 하는 촬영인 데다가 고정 패널이 많다 보니 자칫 식상해질 수 있는 약점을 갖고 있음에도, 조금씩 새로운 포맷을 구성하면서 변함없는 웃음과 즐거움을 주는 '세바퀴'가 저는 참 좋습니다.


특히 출연자들의 연령층이 비교적 높다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줍니다. 아저씨 아줌마들의 거침없는 수다에, 때로는 모든 것을 달관하신 듯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선우용녀, 전원주, 이정섭 등)의 유머감각까지 볼 수 있다는 것은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사실 요즘 젊은 연예인들의 트렌드는 너무 빠르게 바뀌어가고, 매일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스타들은 너무 많아서 일일이 알아보기도 힘들 정도이기에, 어느 정도 연령이 높거나 유행에 민감하지 못한 시청자들은 대부분의 오락프로그램에서 만족감을 찾기 힘든 상황이지요. 그런 면에서 '세바퀴'는 매우 유리하여 당분간은 지금과 같은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빼놓지 않고 열심히 시청하다 보니 조금씩은 눈에 거슬리는 점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물론 좋은 점이 훨씬 많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 약간의 티를 수정해 주었으면 싶은 부분들이 보이는 것이지요.

요즘은 그야말로 '솔직함이 대세' 입니다. 열애설의 경우 '묻지 않아도 알아서 공개' 하는 커플까지 생길 정도이고, 토크는 나날이 자극적이 되어 가지요. 그러니 웬만한 솔직함은 솔직함 축에도 들지 못하는 상황이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의 고충도 짐작하지 못할 바는 아닙니다.

'세바퀴'에 새로 생긴지 얼마 안되는 코너 중에 '시인의 마을'이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그 주에 선정된 주제를 가지고 각자가 미리 준비해 온 짧은 시를 낭독하면, MC 박미선이 우승자를 선정하는 포맷이지요. 글솜씨보다는 재미를 추구하는 목적인지라 특별히 시를 잘 쓰지 않아도 되며, 그 와중에 의외로 드러나는 연예인들의 놀라운 재치도 발견할 수 있었기에 저는 개인적으로 꽤 좋아하는 코너입니다.


이를테면 예전에 브아걸의 나르샤가 출연했을 때 그녀의 놀라운 시 짓기 능력은 감탄을 절로 자아냈습니다. 운율까지 맞추어서 재치있게 써내려간 그녀의 시는, 어린시절 비롯된 그녀의 꿈과 질투에서부터 현실의 상황에 이르기까지를 멋지게 함축하여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어렸을 때 집이 가난하여 도시락 반찬이 빈곤했던 자신에 비해, 동네의 큰 수퍼를 운영하는 집 딸이었던 친구는 날마다 고급스런 반찬을 싸가지고 와서 부러웠다는 내용 후에는 이런 문장이 이어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제 우리 / 어른 됐네 / 매일매일 / 고기먹던 / 너는 아직 / 수퍼집 딸 / 매일매일 / 김치 먹던 / 나는 이제 / 수퍼스타" (그 당시 방송을 다시 볼 수가 없어 제 머릿속에 기억된 대로 쓴 것이라, 원래 나르샤가 썼던 표현과는 미세한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내용과 운율은 똑같이 재현하였습니다..^^)

저토록 풍자적이면서도 품격이 높은 유머를 감상할 수 있으니 '시인의 마을' 코너가 저는 무척 좋더군요. 그런데 이번 주에 조형기씨가 발표한 시의 내용은 솔직히 제 마음에 서운함과 실망감을 안겨 주었습니다.


"세바퀴가 점점 힘들어진다. 다짜고짜 퀴즈, 잘 나가는 연예인 섭외도 해야 되는데, 미용실을 바꿔 볼까? '구라의 명곡'에선 가사도 만들어야 되고, '시인의 마을'에선 시까지 쓰란다. 50이 넘었는데 숙제까지 내주는 세바퀴..."

아무리 '솔직함이 대세'라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종류의 솔직함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우리 시청자들이 굳이 몰라도 되는 무대 뒤편의 이야기를 앞으로 끌어내는 류의 솔직함 말입니다. 물론 단발성 게스트들이야 한 번 준비해 오면 그만이지만, 고정 패널들의 입장에서는 조형기씨의 발언대로 큰 부담과 고충일 수도 있겠지요. 매주 다른 주제로 시를 써야 하고, 전화 통화할 동료 연예인도 섭외해야 하고, 가사도 만들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그게 그렇게 공개적으로 투정(?)을 부릴만한 일일까요?

물론 웃자고 써 본 시에 너무 지나치게 태클을 건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그냥 패널과 게스트들이 조형기씨의 시에 대공감하며 유쾌하게 웃으니까, 덩달아 따라 웃은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학창시절에도 숙제 안해서 매일 복도에 손 들고 서 있었는데, 지금도 옆에서 손 들고 있으면 안되겠소, 피디님?" 이런 부분은 조형기씨 특유의 재치가 잘 살아나서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건 예능이건, 어떤 프로그램이건 사전에 준비가 필요하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그냥 와서 멍하니 앉았다가 즉흥적으로 멘트 몇 번만 날리고 가면 되는 그런 프로그램이 있다면 그야말로 날방송이라 해야겠지요. 더구나 조형기씨의 본래 직업은 배우인데, 드라마 촬영 전에 당연히 대본도 외우셨을 거고, 배역에 감정이입을 해야 하니까 여러가지 사전 준비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더구나 의상 등등도 신경써야 했을 것이구요. 그에 비하면 '세바퀴'에서 내주는 숙제는 별 것 아니지 않을까요?


요즈음 조형기씨를 드라마나 영화에서 못 본지가 꽤 되는 것 같더군요. 예능에서도 '세바퀴'를 제외하고는 못 본 것 같구요. 제가 보기에는 많이 바빠 보이지 않으시던데... '세바퀴'에서 요구하는 그 정도의 준비작업을 고달프다고 시청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말씀하시는 모습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사실 요즘의 시청자들은 '1박2일'이나 '무한도전'류의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출연자들이 겪는 갖은 고생에 눈이 익어 있습니다. '남자의 자격'은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이경규씨를 비롯하여 평균 연령도 꽤 높은 편이지만, 그 역시 출연자들에게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고생을 시키고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세바퀴'는 상당히 편안해 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는 이전에도 연예인들이 '지나치게 솔직해져 가는 추세'를 경계하는 내용의 포스팅을 한 두 번 했습니다. 제가 즐기지 않는 연예인의 솔직함이란, 첫째로는 지나치게 사생활을 공개하는 것이고, 둘째로는 무대 뒤편의 이야기들을 굳이 시청자들에게 늘어놓는 것입니다.

웃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먼저 깔깔대고 웃어버리면 듣는 사람은 재미가 없습니다. 슬픈 이야기를 하다가 중간에 먼저 펑펑 울어버리면 듣는 사람은 맥이 풀립니다. 힘들어하면서도 의연한 모습을 보이면 공감을 얻을 수 있지만 "힘들어~ 힘들어~ 힘들어~" 이런 식으로 하면 보는 사람에게 짜증을 불러 일으킵니다. 그러므로 '적절한 감정의 절제'는 무대에 선 사람들에게 언제나 중요한 덕목입니다. 아무리 이 시대에 솔직함이 대세라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여전히 적당한 절제는 필요하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애정을 갖고 있지 않은 연예인에 대해서는 글을 쓰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귀찮아서 쓰기가 싫거든요. 좋아하지도 않는데 내 귀한 시간을 들여가면서 그 사람에 대한 글을 쓰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조형기씨를 매우 좋아하고 그분의 유머를 즐기는 편입니다.

별 생각 없이 재미있으라고 써 오신 짧은 시에 대해서 제가 너무 예민한 것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연예인들의 '지나친 솔직함' 이 달갑지 않습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멈출 줄을 모르고 나날이 심해져만 가는 그런 추세에 조금이라도 제동을 걸고 싶기 때문입니다. 조형기씨와 같은 선배 연예인들께서 아무쪼록 적절한 선을 유지할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 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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