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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둥지' 장서희의 복수보다 기대되는 간절한 모정 본문

드라마를 보다

'뻐꾸기 둥지' 장서희의 복수보다 기대되는 간절한 모정

빛무리~ 2014. 6. 2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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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 주의보'를 계기로 취미 없던 일일연속극에 맛을 들여놨더니, 요즘은 볼만한 작품이 없는데도 그 시간이 좀 허전해서 일일연속극 하나쯤 골라 시청하게 된다. '믿고 보는 배우' 중 한 명인 장서희가 오랜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기에 나름대로는 '뻐꾸기 둥지'에 기대가 컸다. 황순영 작가의 전작들 중 맘에 끌리는 작품이 없어서 좀 염려스럽긴 했지만, 장서희의 안목을 믿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인어 아가씨', '아내의 유혹' 이후 복수극의 여신이라 불리는 장서희가 다시 복수극으로 컴백했다는데, 궁금증 때문에라도 어찌 안 볼 수 있겠는가? 하지만 드라마는 예상과 달리 진행되고 있다. 복수의 칼자루는 뜻밖에도 장서희가 아니라 내공 부족한 여배우 이채영에게 넘어갔다.

 

이전 리뷰에서도 누차 밝혔지만, 백연희(장서희)를 향한 이화영(이채영)의 복수는 오해와 아집에서 비롯된 억지일 뿐이다. 정당성 확보가 전혀 안 되었으니 시청자의 공감은 기대할 수도 없다. 복수의 주체인 이화영에게 몰입하고 응원을 보내긴 커녕 모두가 "저 나쁜 년!" 하면서 분노하게 되는 상황이니, 이화영의 캐릭터는 변명의 여지조차 없는 악녀에 불과하다. 그런데 현재 '뻐꾸기 둥지'의 초반은 온통 악녀 이화영에게 지배당하고 있다. 이화영은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며 복수의 덫을 촘촘히 설치하고, 영문도 모르는 백연희는 차츰 그 덫에 걸려들고 있는 중이다. 막장스럽고 재미없다.

 

 

한 가닥 희망이 있다면 이화영의 복수 속도가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아, 머지 않아 이화영에 의해 모든 것을 빼앗긴 백연희의 재복수가 시작될 거라는 예감이다. 그러면 드디어 복수의 여신 장서희의 연약한 듯하면서도 냉혹하고 강인한 카리스마를 감상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나는 왠지 장서희의 복수에도 별로 마음이 끌리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인어 아가씨'는 열혈 애청했지만 '아내의 유혹'은 거의 안 봤는데, 바람피운 남편을 응징하는 아내의 복수란 그 자체가 나에겐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너무 흔하기도 하고... 더욱이 악녀 이화영의 캐릭터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너무 추잡하고 역겨워서, 백연희의 재복수가 시작될 때까지 꾹 참고 시청할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백연희를 괴롭히기 위해 그녀의 남편뿐만 아니라 친정아버지까지 유혹하는 이화영의 끈적한 모습에는 저절로 토악질이 나올 지경이다. 백연희의 남편 정병국(황동주)이 지나치게 우유부단한 것도 속터지고, 딸 같은 여자의 유혹에 너무나 흐뭇한 미소로 화답하는 백철(임채무)의 모습을 보면 식용유 한 사발을 들이킨 것처럼 속이 느끼해진다. '인어 아가씨'에서 이복 여동생의 약혼자를 유혹하기 위해 살사댄스를 추거나 '가슴앓이'를 노래하던 아리영(장서희)의 모습은 같은 여자가 봐도 아찔하게 매혹적이었다. 그런데 정병국과 백철을 유혹하는 이화영의 모습은 정말 역겹기 그지없다. 똑같이 남자를 유혹하는데 어쩌면 이렇게 느낌이 다를까? 이것은 기본적으로 작가가 창조해낸 캐릭터 '이화영'의 문제지만, 배우 이채영의 연기력에도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대리모였던 이화영은 정병국과 백연희의 아들 진우(정지훈)가 자기 아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온갖 수단을 다 사용해서 백연희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려 할 것이다. 이화영의 폭탄 선언에 놀라 넋 빠진 사람들은 유전자 검사 따위는 해 볼 생각도 못할 것이고, 속절없이 밀려난 백연희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것이다. 설상가상 친정 아버지까지 이화영에게 놀아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수치심과 굴욕감이 뼈에 사무칠 것이다. 그 이후 백연희가 복수를 한다면 최종 목표는 무엇이 될까? 악녀 이화영을 파멸시키는 것? 하지만 까짓 거 파멸시켜서 뭐하게? 어차피 남편도 못난 녀석인데, 둘이 짝짜쿵 잘 살라고 침이나 퉤퉤 뱉어주고 새 인생 시작하는 편이 훨씬 낫다.

 

 

그런데 백연희에게는 포기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가 있다. 정병국의 아내가 아니라 정진우의 엄마라는 자신의 위치, 바로 그것이다. 아무리 제 핏줄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지만, 이제껏 진심으로 사랑하며 엄마로써 그 아이를 품어냈는데 어떻게 생판 남이 된단 말인가? 백연희는 절대 그러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고, 어떻게든 진우의 엄마로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다시 말해 백연희는 이화영에게 복수하려고 몸부림치는 것이 아니라, 진우의 엄마로 돌아가기 위해 가혹한 현실과 싸워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전개된다면 그 무렵부터는 '뻐꾸기 둥지'도 좀 볼만한 드라마가 될 것 같다. 빼앗긴 아들 진우를 향한 백연희의 절실한 모정...

 

 

 

그러다가 진실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의사 전명석(안홍진)이 나타나, 그 누구도 알지 못했던 비밀을 폭로하는 순간 백연희의 힘겨운 싸움은 끝나게 될 것이다. (관련 리뷰 : 진실의 열쇠는 의사 선생이 쥐고 있다?) 유전자 검사 결과 진우는 백연희의 친자로 밝혀질 것이고, 제 핏줄이 아닌 줄 알면서도 그토록 사랑했던 백연희의 마음은 환희로 가득찰 것이다. 뜨거운 가슴으로 되찾은 아들을 포옹하며 흘리게 될 장서희의 눈물을 기대하며, 이화영의 역겨운 쇼타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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