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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 명곡' 김진호, 살다가 이런 노래도 듣게 되는군!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불후의 명곡' 김진호, 살다가 이런 노래도 듣게 되는군!

빛무리~ 2013. 10.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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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불후의 명곡2'은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가수들을 기리는 '추모 연가' 특집으로 방송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친형 故김재기의 노래 '사랑할수록'을 부른 김재희의 무대, 故서지원의 '내 눈물 모아'를 부른 강민경의 무대, 故채동하를 추억하며 '살다가'를 부른 김진호의 무대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 중에도 김진호의 '살다가'는 이제껏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신선한 충격과 전율을 안겨주었다.   

 

 

SG워너비의 김진호는 운명처럼 마지막 무대에 섰다. 한동안 방송에서 보기 어렵다 싶었더니 그저 마이크 하나로 살아남는, 가장 가수다운 인생을 살고 싶어서 대학교나 병원들을 다니며 무료로 노래를 들려주고 있었더란다. 같은 그룹의 동료였던 故채동하를 기리는 뜻에서 '불명2'의 초대를 거부하지 않고 참석했지만, 김진호의 마음은 무거워 보였다. "동하 형의 팬들께 비애가 되지 않았으면... 동하 형의 목소리를 기억하시는 분들께 불편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시종일관 담담한 듯 무표정한 얼굴이 왠지 더 슬펐다. '살다가'는 채동하의 노래일 뿐만 아니라 김진호 자신의 노래이기도 하건만, 그는 상처입기 쉬운 유리알을 만지듯 조심스러웠다.

 

노래가 시작되었다. 김진호의 모습... 그 목소리를 무어라 표현하면 좋을까? 의자에 앉아 있던 초반에는 마치 슬픔을 귓가에 속삭이는 듯하더니, 점점 견디기 힘들어지는 고통 속에 결연히 일어선 후반에는 잊지 못할 차가운 절규가 펼쳐졌다. 만약 임재범이 이 노래를 불렀다면 울부짖는 호랑이의 포효가 연상되며 슬픔이 극에 달해 피를 토하는 듯한 뜨거움이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김진호의 표현 방식은 완연히 달랐다. 극도의 절제... 그것은 밖으로 터져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힘껏 안으로 밀어넣는 절규였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지만, 그래도 마지막 숨이 다할 때까지 참아 보련다 하는 듯한... 절대 무너져서는 안 된다며 자신을 채찍질하는 서슬 퍼런 기운이 느껴졌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니래... 너 없는 하늘에 창 없는 감옥 같아서... 웃어도 웃는 게 아니래... 초라해 보이고 우는것 같아 보인대...' 이런 가사의 노래를 왜 그 때 풋풋하고 행복하기만 했던 20대 젊은이들이 불렀을까... 이제 왜 나는 이런 무대에서 이 노래를 이런 의미로 불러야 하나..."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김진호는 독백하듯 말했다. '살다가'는 2005년 발표 당시 선풍적 인기를 끌며 각종 가요 프로그램에서 1위를 달성했던, SG워너비의 최대 히트곡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김진호에게 축제의 즐거움을 되새기는 노래가 아니라, 인생의 슬픔을 간직하고 그 의미를 찾게 하는 노래가 되어버린 듯했다. 흡사 그것은 싯다르타의 고뇌와도 같았고, 그래서인지 무대에 우뚝 선 김진호의 모습은 마치 스스로 택한 고행길을 걷는 수도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같은 소속사 후배로서 SG워너비와 함께 활동했던 다비치의 강민경은, 채동하가 갑자기 죽었을 때 김진호가 참 많이 괴로워했음을 전했다. 아픔을 떨쳐내기 위해 김진호는 한동안 음악실에서 곡 작업에만 몰두하기도 했고, 자주 여행을 떠남으로써 자신을 비우려고도 노력했다고 한다. 그 와중에 깨달음이 있었던지 창법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듯했다. 직업 가수로서 각종 행사와 방송 출연을 통한 금전적 유혹의 달콤함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은 일일텐데, 병원 등을 순례하며 무료 공연에 힘쓰고 있다니 김진호의 길 찾기는 아직도 진행중인 모양이다. 오랫동안 찾아 헤맨 그 길을 발견하면, 세상의 모든 슬픔도 그 길을 따라 흘려보낼 수 있지 않을까? 찰나에 허무하게 떠나간 동료처럼 오늘도 슬퍼하며 죽어가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김진호는 끝없이 밤낮으로 그 길을 찾고 있는 것일까?

 

"살다가 살다가 살다가 너 힘들 때... 나로 인한 슬픔으로 후련할 때까지... 울다가 울다가 울다가 너 지칠 때... 정 힘들면 단 한번만 기억하겠니, 살다가..." 이 노래의 가사가 이토록 가슴을 후비는 내용인 줄 나는 처음 알았다. 울다가 울다가 지칠 때 정 힘들면 내게로 돌아오겠니... 보통은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법인데,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단 한 번만 기억하라니, 이토록 가혹한 인내심의 요구가 있을까? 목 말라 시들어가는 사람에게 한 모금의 물이 아니라 한 방울의 물로 입술만 축여주는 것처럼 잔인하다. 하지만 이 노래의 화자(話者)는 그 한 방울의 물조차 감사하며, 그 한 방울로 또 내일의 하루를 버틸 수 있는 힘을 얻는 것 같다. '살다가'를 노래하는 김진호의 목소리는 그토록 단호하고 강인했으며, 무대에 버티고 선 두 다리는 천근의 바위처럼 무거웠다. 그것은 영원히 흔들릴 수 없는 진심의 무게였고 사랑의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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