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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나이' 장아론과 서경석, 육사 출신의 특별한 인연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진짜 사나이' 장아론과 서경석, 육사 출신의 특별한 인연

빛무리~ 2013. 8.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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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를 거듭할수록 '진짜 사나이'에서 보여주는 훈련의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시청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서는 매회마다 더욱 강한 자극과 새로운 장면들을 보여주어야 할 테니까요. 특히 '공병부대' 편에서 방송되었던 부교 설치와 도하 장면은 이제껏 군대가 얼마나 다양한 곳인지를 상상조차 못 했던 많은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호강시켜 준 명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에 이어지는 '이기자 수색대대' 편을 시청하며, 저는 갈수록 불편해지는 마음을 억누르기가 힘들더군요. 다른 부대에서는 아무리 힘든 훈련을 받아도 기본적으로 밥 먹고 잠자는 권리는 보장받았던 군인들인데, 무려 3일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잠을 못 자게 하는 수색대대의 교육은 그저 가벼운 재미로 시청할 수 없을 만큼 가혹한 것이었습니다.

 

 

수면욕은 식욕과 더불어 생명 유지를 위한 기본적 욕구입니다. 그런데 '이기자 수색대대'에 입소한 '진짜 사나이' 멤버들과 현역 군인 교육생들은 며칠 동안 잠을 전혀 못 잔 상태로 뜀걸음, 원형 격투, 격투봉 경기, 목봉체조, 은신처 구축 훈련, PT 체조, 지그재그 달리기, 턱걸이, 업고 뛰기, 특공무술 등의 훈련을 받고 있었죠. 잠이 부족하면 그냥 가만히 있어도 몸살 난 것처럼 여기저기 쑤시고 힘든데, 그 몸으로 각종 힘든 훈련을 쉴 새 없이 받다니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이 전해져 오는 듯했습니다. 천하장사도 들어올릴 수 없는 것이 눈꺼풀이라는데, 피곤에 못 이겨 깜박 졸기라도 할라치면 어김없는 얼차려가 주어지더군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저런 고통을 받아야 하는 걸까? 나중엔 너무하다 싶어서 화가 날 지경이었습니다. 아무리 인생은 고해라지만, 인간의 삶에 주어지는 이유없는 고통들이 새삼 부당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전쟁만 없다면, 전쟁의 위협을 걱정할 필요 없는 세상이라면, 우리 소중한 젊은이들이 저런 고통을 겪을 필요도 없을텐데... 골백 번 해봤자 소용도 없는 생각들이 뇌리를 오갔습니다. 따지고 보면 모두 인간이 자초한 고통이지만, 힘 있는 극소수 인간들의 과도한 욕심 때문에 언제나 골병드는 것은 약하고 평범한 대다수의 사람들이죠. 그저 평화롭게 모두들 공존하면 좋으련만, 넘치도록 더 많이 갖기 위해서 남의 것을 빼앗고 전쟁을 일으키고, 한 쪽에서는 사람이 굶어 죽는데 한 쪽에서는 고가의 명품들이 날개돋친 듯 소비되고... 이러한 인간 세상의 구조적 비극을 아무리 한탄해봐야 해결되는 일 하나 없으니 바보같은 짓이지만, 수색대대의 극한 훈련을 보고 있자니 저절로 한숨이 나왔습니다.

 

김수로가 어깨 부상을 이유로 퇴소 조치된 것은 차라리 다행스런 일이었어요. 깨끗이 완치된 후라면 모를까, 아직 덜 나은 상태에서 힘든 훈련을 받다가 잘못되어 평생 후유증이 남기라도 한다면, 아직은 젊었던 40대의 고집을 먼 훗날 반드시 후회하지 않겠습니까? 평소 강인한 체력과 탁월한 운동신경을 자랑하던 류수영과 장혁은 '이기자 수색대대'에서도 타의 모범이 될만한 자세를 보여주었습니다. 처음엔 특유의 어리버리함으로 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했던 아기병사 박형식도 이제는 훌륭히 적응하더군요. 역시 나이가 어린 만큼 순발력은 가장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늘상 기계나 장비 다루기에 취약한 면을 보였던 구멍 병사 손진영도 체력은 탄탄했는지 잘 버티고 있는데, 문제는 서경석과 샘 해밍턴이었죠. 40대 중년병사 서경석과 105kg 호주형 샘 해밍턴의 '이기자 수색대대' 적응기는 그야말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한 편의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진짜 사나이' 멤버들과 함께 훈련을 받고 있는 24번 교육생 장아론의 기세가 어딘가 심상치 않더군요. 거의 멘붕 상태인 다른 훈련병들과 달리 능수능란하고 안정감 있는 모습이랄까요. "가장 힘든 때를 어떻게 견뎌냈는가?"고 묻는 서경석에게 며칠 먼저 입소한 장아론은 자기만의 비법을 전수해 주기도 했습니다. "지금 이 훈련을 마치면 그만 둔다!"는 생각으로 인내심의 주기를 짧게 잡고 견디다 보면 어느 새 시간은 지나간다는 논리였죠.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멍하니 견디는 사람도 많을텐데, 스스로의 확고한 비법을 갖고 타인을 지도할 여유까지 있다는 건 보통 정신력이 아니라고 생각되었어요.

 

 

줄곧 예리하고 초롱초롱한 눈빛을 유지하는 듯 싶었지만, 그도 인간이었나 봅니다. 졸고 있는 훈련병들을 체크하기 위해 생활관에 들어선 조교의 시선에 딱 걸리고 말았군요. "24번 교육생, 졸립습니까?" 지적이 들어오자 장아론은 벌떡 일어나 "아닙니다!"를 외쳤습니다. 그런데 외치는 기세가 마치 반항이라도 하는 것처럼 거칠어 보이니 이건 웬일일까요? 조교는 기싸움이라도 하는 것처럼 계속 "졸립습니까?"를 외쳤고, 장아론은 들이받을 듯 사나운 기세로 "아닙니다!"를 반복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잠시 후 서경석이 졸다가 지목당해 얼차려를 받을 때, 장아론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나아가 함께 팔굽혀 펴기를 하더군요. 그것도 굳이 조교의 코 앞으로 바짝 다가가 엎드리는 저돌적인 자세로 말입니다. 교육생이 그렇게 튀는 행동을 했는데도 조교는 아무 반응 없이 그냥 나가 버리니, 그 또한 이상한 일이었죠.

 

 

알고 보니 장아론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의 장교였습니다. 육사 69기생인 그는 2009년 스페인 육사 위탁교육생으로 선발된 후 약 2년 동안 스페인 육사에서 교육 및 훈련을 받았고, 올해 3월 8일 육사를 졸업해 소위로 임관했으며, 현재는 장교로서 수색대대 훈련을 받는 중이었다는군요. 사후의 인터뷰에서 장아론은 여유로운 미소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졸음을 참아야 되는데 참지 못하는 제 모습에 화가 나고, 지적을 받으니까 자존심이 상한 것도 있고 해서 악을 한 번 보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서경석과 함께 자진 얼차려를 받은 이유도 "자신과 끝까지 싸워서 이기겠다는 의지 표현" 이었다고 했어요.

 

 

 

육사 출신 젊은 장교의 극한 의지 표명은 나름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아무리 장교라도 교육생으로서 그런 행동이 타당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조교가 아무 말 없이 용납한 것을 보면 그럴만 해서 그랬겠죠..ㅎㅎ 장아론의 행동으로 생활관 전체에 긴장감이 맴돌며 잠이 싹 달아났으니 긍정적인 효과도 본 셈이고요. 그런데 육사 출신이 언급되다 보니 잊혀졌던 서경석의 과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네요. 고교 시절 집안 형편이 어려웠던 서경석은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학비가 들지 않는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했었답니다. 그것도 육사 50기 수석 입학이었다니 상당히 화려한 시작이었죠. 무사히 졸업하여 그 길을 계속 갔다면 지금은 아마도 중령쯤 되었을 거라고 사람들은 예측하더군요.

 

 

하지만 군대 생활과 학교 생활을 병행하는 육군사관학교가 적성에 맞지 않았던 서경석은 1학기 수료 후에 자퇴를 하고 서울대 불문과에 다시 입학했다고 합니다. '진짜 사나이'에서 맨 처음 방문했던 백마부대의 대대장이 바로 서경석의 육사 입학 동기였다는 사실도 이제야 알게 되었네요. 벌써 오래 전에 지난 일이지만 한때 동기였던 대대장 앞에 이등병 신분으로 서는 마음이 유쾌하지는 않았을 듯 싶은데, 전혀 개의치 않는 서경석의 의연함과 굳건함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40대의 나이에, 장혁이나 김수로처럼 운동으로 다져진 체력도 아닌 서경석이 조카뻘 되는 현역 군인들과 함께 훈련받는 모습은 볼 때마다 가슴이 짠했는데요. 어머니와 통화할 때 "저를 건강하게 낳아 주셔서 이렇게 잘 버티고 있다"며 감사하던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힘든 날이 있으면, 옛말 하며 살게 될 좋은 날도 오겠지요. 서경석 파이팅! 진짜 사나이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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