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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미닛 현아, 시대와 어른들의 서글픈 희생양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포미닛 현아, 시대와 어른들의 서글픈 희생양

빛무리~ 2011. 9. 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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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심한 노출이라든가 정도를 넘어선 야한 춤 등으로 화제가 되곤 했던 10대 소녀, 포미닛의 현아에 대해 저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모두 본인이 원해서 그러는 거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소속사에서 그 아이만 콕 집어서 유난히 그런 쪽의 컨셉을 잡게 하는 데는 본인이 제공하는 이유도 상당히 있지 않을까 싶었고, 별로 호감이 가는 아이는 아니었습니다. 언젠가 '세바퀴'에 나와서 골반 댄스를 추는 모습을 보고는, 너무 낯뜨거워서 이게 정말 현실인가 싶더군요.

춤의 동작 자체가 몹시 선정적이기도 했지만, 그 때는 춤에 걸맞는 복장이 아니라 몹시 짧고도 헐렁한 반바지를 입고 있었던지라, 속이 다 들여다보일 듯해서 너무나 민망한 장면이 연출되었던 것입니다. 현아가 지금은 스무 살이지만 그 때만 해도 10대의 미성년자였는데, 소녀에게 일부러 그런 춤을 시켜 놓고는 아버지와 삼촌뻘의 남자 패널들은 모두 신이 나서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특히 김구라와 조형기가 어찌나 좋아하던지, 그것을 보며 씁쓸했던 기분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리고 제작진은 그 장면을 편집하지 않고 온전히 방송에 내보냈습니다. 물론 시끄러운 논란을 예상했을 것이고, 무반응보다는 차라리 논란이 낫다는 생각에 그랬겠지요.

현아는 그저 시키는 대로 열심히 했을 뿐이니 그 일에 관해 비난받을 이유는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언젠가 다른 프로그램에서 현아는 "뮤직비디오를 찍으면서 물을 맞는 장면이 있었는데, 한 겨울에 덥히지도 않은 차가운 물을 쏘아대는 바람에 몇 시간 동안이나 그 물을 맞으면서 촬영했을 때가 제일 힘들었다. 골반은 백 번 천 번이라도 튕길 수 있는데, 그 때는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 발언으로 보아 현아는 본인의 야한 컨셉에 별로 거부감이나 괴로움을 느끼고 있지는 않은 듯했습니다. 청순함과 부끄러움이 어울릴 법한 10대 소녀로서, 어른들도 부담스러워하는 19금 선정성의 상징이 되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던 이유는 뭘까요?

현아의 이름을 떠올리면 언제나 그런 것만 연상이 되었는데, 어제는 또 새로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군요. '자유선언 토요일'에 '시크릿'이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불후의 명곡2'에 이어서 방송되는 것인데, 스타들을 모아 놓고 게임에서 진 사람에게는 그의 비밀이 공개되는 벌칙을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출연한 스타의 지인들이 직접 폭로해 준 비밀은 일단 화면에 고이 담겨서 숨겨져 있지요. 방송에 공개되는 것이니만큼 비밀이라고 해봤자 보통은 애교 수준의 별 것 아닌 일들이고, 진짜로 심각한 내용은 거의 없더군요. 하지만 아주 가끔은 진짜로 좀 타격이 있겠다 싶은, 약간 무거운 내용들이 끼어 있기도 했습니다. 제가 보기엔 현아의 비밀(?)도 좀 그런 편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현아의 시크릿은 '막말의 대가'라는 제목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화면에 증인으로 등장한 사람은 바로 김용만이었습니다. 그의 모습을 보자 현아는 "아, 삼촌~" 이라고 외쳤는데, 어딘가 반가움보다는 난처함이 깃든 목소리였습니다. 김용만과 현아는 예전에 거의 1년 동안이나 함께 방송을 한 적이 있었다는군요. 그런데 김용만은 거의 웃음기도 없는 진지한 얼굴로 현아에 대한 폭로를 시작했습니다.

"현아양은 참 유쾌하고 발랄하고 재미있는 친구죠. 하지만 그 뒤에 숨겨진 모습들이 있습니다. 자기 생각대로 일이 풀려가지 않으면, 말을 아무 말이나 막 해요. 자기가 멘트를 하려다가 막혔는데, 왜 갑자기 옆에 있던 정형돈한테 '야, 이 돼지야!' 그럽니까? 그리고 저한테도 '눈 똑바로 떠라', '머리만 커가지고...', '당신이 뭘 알아?' 이러면서 온갖 소리 다 했어요. 그 모든 자료화면이 곱게 편집돼서 방송국 창고에 한가득 쌓여 있을 겁니다. 그 쪽 MC가 이휘재씨죠? 휘재씨도 조심하세요. 어떤 말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현아씨, 제발 다른 MC한테는 그렇게 막말하지 마세요."

조금 과장하면 김용만은 말하면서 약간 울먹이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심각해 보였습니다. 듣고 있던 신봉선이 중얼거리더군요. "한이 맺히셨어... 한이 맺히셨어..." 생각해 보면 1967년생, 올해 45세의 김용만은 현재 방송가에서 그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을 만큼의 대선배입니다. 물론 그 위쪽에는 이미 노령에 이르른 한 세대 위의 인물들이 있지만, 아직 현역에서 활동하는 방송인 중에서는 이경규를 비롯한 몇 명만 제외하면 김용만이 거의 최고 연배일 것입니다. 스무 살 현아에게는 연령으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족히 아버지뻘 되는 사람이지요.

그런 아이에게 1년 넘도록 '눈 똑바로 떠라', '머리만 커가지고...', '당신이 뭘 알아?' 이런 지독한 소리를 들으며 화도 못 내고 참아야 했으니, 가슴에 한이 맺힐만도 합니다. 듣자 하니 김용만은 천성이 순하고 마음이 여리다더군요. 박명수나 김구라 같은 성격의 선배였다면 현아도 차마 그러지는 못했겠죠. 하지만 순한 사람은 내색을 하지 못할 뿐, 마음이 약하기 때문에 오히려 상처는 더욱 깊게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에이~ 현아씨 왜 그랬어요?" 하고 이휘재가 묻자 곧바로 현아는 "제가 잘못했습니다아~" 라고 사과하더군요. "그냥 재미있게 하려다 보니까... 그리고 삼촌들이 너무 잘 해주시니까... 편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너무 순순히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니, 현아에게 무슨 악의가 있었던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버지뻘 되는 사람에게 눈을 똑바로 뜨라는 둥, 당신이 뭘 아느냐는 둥의 말은 해도 너무 심한 것이라 한동안 충격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만으로 스무 살이 되지 못한 1992년생 김현아는 수시로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사람들 앞에 나서서 극도의 야한 춤을 춥니다. 남자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휘파람을 불어대고 좋아하니까, 그게 정말 좋은 건 줄 알고 스스로 즐기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그리고 아버지뻘의 대선배에게 반말과 막말을 퍼부으면서 그게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이 소녀를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물론 개인적인 잘못도 있겠지만, 어린 현아에게만 모든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딸 같은 아이에게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야한 춤을 시켜 놓고는 얼굴이 시뻘개지도록 좋아하며 박수를 쳐대는 어른들... 방송 중에 툭하면 막말 퍼레이드를 벌이면서, 남에게 상처를 주든 말든 그게 퍽이나 재미있다고 웃어 제끼는 어른들... 무조건 시선을 끌고 봐야 한다면서 하루가 다르게 더욱 더 자극적인 것만 추구하는 방송가의 선배들... 이런 어른들이 소녀의 눈에 왜곡된 세상을 심어 주었겠지요.

이 소녀는 뭐가 정말 재미있는 것인지, 뭐가 정말 좋은 것인지를 잘 모르고 있는 듯합니다. 남들이 박수치고 웃어댄다 해서, 무조건 그게 좋은 것은 아닌데 말입니다. 아무래도 현아는 혼탁한 이 시대의 서글픈 희생양들을 대표하는 존재가 아닐까 싶군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그녀와 비슷한 아이들이... 또 많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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