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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뮤지컬' 최대 불안요소, 구혜선의 노래 솜씨 본문

드라마를 보다

'더 뮤지컬' 최대 불안요소, 구혜선의 노래 솜씨

빛무리~ 2011. 9. 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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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공들여서 준비해 왔다는 S본부의 금요드라마 '더 뮤지컬'이 시작되었습니다. 거의 사전 제작에 가깝게 만들어졌다는 이 드라마는 이제 후반 3회 정도의 촬영분만 남겨두고 있다는군요. 쪽대본과 생방송에 가까운 촬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국의 드라마 풍토에 일침을 가하기 위해서라도 이 드라마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습니다. 이제껏 사전 제작 드라마는 거의 재미를 못 본 것이 현실이지만, '더 뮤지컬'이 성공한다면 열악한 환경에도 한 줄기 새 바람이 일어날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그런데 1회를 시청한 느낌은 그리 좋다고만 말할 수가 없습니다. 일단 지나치게 과장되고 유치하고 만화적인 스타일이 제 취향에는 썩 맞지 않는지라...;;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고은비(구혜선)는 집안의 반대로 가고 싶은 길을 가지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의과대학에 다니고 있습니다. 지하철 안에서 남들의 시선을 집중시킬 정도로 혼자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까지는 그런가보다 하겠는데, 해부학 강의실을 뮤지컬 무대로 착각하여 교수의 질문에 노래로 화답하는 장면은 아무래도 좀 깬다 싶더군요..;;

평소 동경하던 뮤지컬 배우 배강희(옥주현)의 무대를 감상하고 나온 고은비는 또 혼자서 잔뜩 심취하여, 오밤중에 한강 고수부지에 혼자 서서 돼지 멱따는 소리로 배강희의 노래를 흉내내어 부르는데, 마침 근처 벤치에서 술에 취해 잠들어 있던 천재 작곡가 홍재이(최다니엘)가 그 소리를 듣고 부시시 일어나며 "노래 진짜 못한다"고 그녀에게 퉁박을 줍니다. 그 노래는 그렇게 부르는 것이 아니라고, 재능이 없으면 뮤지컬 배우는 꿈도 꾸지 말라고 합니다. 하지만 고은비는 눈앞의 술주정뱅이가 진짜로 그 노래를 작곡한 홍재이라는 사실을 믿지 못하고, 오히려 상처받은 자존심에 발끈하여 휴학계를 내고는 본격적으로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한 오디션 인생을 시작합니다.

1년 동안 80번의 오디션을 보았지만 모두 낙방한 은비는, 더 이상 소득없는 오디션을 계속하기 위해 또 한 번의 휴학을 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꿈을 포기하고 복학할 것인지 결정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자 다급해집니다. 결국은 어설픈 남장을 하고서 남성 코러스를 뽑는 오디션에까지 지원하지만, 뮤지컬 투자자 유진(박기웅)의 눈에 곧바로 정체가 발각되어 실패하고 맙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변방의 가난한 뮤지컬 배우 사복자(박경림)를 만나고, 그녀의 사기(?)에 넘어가 뮤지컬 수업을 받는다는 핑계로 동거를 시작하는데, 또 우연한 기회에 그 연줄을 타고 작곡가 홍재이와 재회하게 됩니다. 1년 전, 한강 고수부지에서의 짧은 만남을 두 사람이 동시에 떠올리면서 1회는 마무리되었군요.

일단 남자 배우들은 염려할 것이 없어 보입니다. 시크하고 자유로운 영혼의 천재 작곡가 홍재이는 최다니엘에 의해 거의 살아있는 캐릭터처럼 성공적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부드러운 미소 속에 냉혈한 계산이 숨어 있는 재벌가의 불우한 후계자 유진의 역할도 박기웅이라는 배우에게 맞춤옷처럼 자연스럽게 어울립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2명의 여자 배우에게서는 적잖이 걱정스런 면들이 발견되는군요.

일단 옥주현의 경우는 뮤지컬에 최적화된 과장된 연기가 브라운관에 녹아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그녀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에서는 많든 적든 오글거림과 민망함을 느끼게 됩니다. 설상가상 중간에 이상한 장면까지 들어가서 배강희의 캐릭터를 더 우스꽝스러워보이게 하더군요. 이를테면 오디션장의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다가 느닷없이 노래 한 곡의 후렴부를 1~2분 동안이나 신나게 열창하는 장면 같은 것 말입니다. 오디션 참가자의 부족한 부분을 지적해 주기 위해서라면 한두 마디 정도만 불러도 충분했을텐데, 무슨 심사위원이 때 아닌 장소에서 그렇게 자기 노래 자랑을 하는지...;; 게다가 힘이 잔뜩 들어간 옥주현의 연기는 아무래도 드라마의 코믹한 분위기에 쉽게 어우러지지 못할 듯합니다.

하지만 그보다도 염려스러운 것은 구혜선의 어정쩡한 노래 실력입니다. 물론 전문 가수가 아니라 배우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괜찮은 솜씨이긴 합니다. 데뷔 전에 한동안 가수 활동을 준비했었다는데, 역시 가수가 되기에는 2% 부족한 실력이라고나 할지... 물론 고은비의 캐릭터 자체가 처음부터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고, 홍재이를 만나서 뮤지컬 배우로 단련되어 가며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차츰 발견해 가는 설정이긴 하지만, 어쨌든 1회에서 구혜선의 노래를 들은 느낌으로는 기대보다 우려가 컸습니다. 저는 들을 때마다 심하게 오글거리더군요. 강의실에서 노래할 때도, 오디션장에서 노래할 때도, 뒷부분으로 가면 좀 들을만한데 특히 처음 시작하는 부분에서 흘러나오는 어린애같은 목소리가 아주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노래를 못하는 사람이 잘하는 척하기도 힘들지만, 잘하는 사람이 못하는 척하기도 만만찮게 어려운 법이죠. 자칫하면 코미디처럼 웃겨 보이거든요. 하지만 고은비에게 있어 뮤지컬 배우는 무엇보다 소중한 꿈입니다. 장난치거나 웃기려고 노래하는 게 아닙니다. 그런 만큼 최소한 노래를 부를 때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해야 하는 것이 고은비의 캐릭터입니다. 그런데 한강 고수부지에서 억지로 음치 흉내를 내면서 고래고래 소리질러 노래하는 구혜선의 모습은, 신인 개그맨이 어설프게 연기하는 것처럼 웃기고도 민망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1회가 끝나갈 무렵, 홍재이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할 때는 미리 녹음해 두고 립싱크를 하는 것 같았는데, 목소리 자체는 구혜선이 맞는 것 같았습니다. 라이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나은 편이긴 했지만 역시 수준급의 실력이라고는 볼 수 없더군요.

안타깝게도 최근 '나는 가수다' 라든가 '슈퍼스타K' 등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성행하면서, 시청자의 듣는 귀는 엄청나게 수준이 높아져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무려 5년 전부터 기획되었고 실제로 제작에 들어간 것도 대략 2년 전쯤이라고 하더군요. 방송이 나갈 당시의 상황이 이렇게 될 줄을 미리 알았다면, 좀 더 심혈을 기울여서 가수 못지않게 굉장히 노래를 잘 하는 여배우를 섭외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이제 웬만큼 잘해서는 "노래 잘한다" 소리를 결코 들을 수도 없고, 그 어떤 감동도 줄 수도 없는 시절이 되어버렸거든요.

이런저런 사정을 다 감안하고 듣는다 해도, 평범한 노래 솜씨에는 저도 모르게 하품이 나는 것을 어쩔 수가 없습니다. 구혜선의 연기력은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라 코믹한 분위기에 자연스레 녹아들고 어울리는데, 노래만 시작하면 그 목소리가 어찌나 어색하고 불안한지 편안한 마음으로 들을 수도 없었고, 민망함과 오글거림은 덤으로 주어지는 선물이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줄지는 모르겠으나 목소리 자체가 변하지도 않을테고, 이 드라마를 위해 집중적으로 보컬 트레이닝을 받았다는 소리도 들어본 적 없으니, 아마도 획기적인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듯 싶군요. 그저 설정상으로만 성장해갈 뿐, 실제 노래 솜씨는 지금과 대동소이하리라 여겨집니다.

드라마 자체가 뮤지컬을 소재로 삼고 있는 데다가 구혜선은 원톱 여주인공을 맡고 있으니, 앞으로 '더 뮤지컬'을 계속 시청한다면 그녀의 노래를 수없이 듣게 될 터인데, 솔직히 별로 귀담아 듣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으니 큰일입니다. 저의 판단으로 '더 뮤지컬'의 최대 불안 요소는 바로 구혜선의 노래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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