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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앤크' 김병만, 기적을 만들어낸 열정과 노력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키앤크' 김병만, 기적을 만들어낸 열정과 노력

빛무리~ 2011. 8. 23.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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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의 키스앤크라이'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시즌2의 가능성이 열려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확정된 것이 없으니, 일단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해야 할 듯 싶습니다. 애초의 약속대로 우승팀에게는 '올댓 스케이트 서머 2011 아이스쇼'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는 특혜가 주어졌습니다. 그 영광을 차지한 팀은 제가 일찌감치 예상했던 대로 크리스탈과 이동훈 커플이었습니다. 한없이 기뻐하는 크리스탈의 소녀다운 모습이 참 귀엽더군요.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특설링크에서 열린 아이스쇼는 8월 13일부터 15일까지 총 3차례 공연으로 이루어졌는데, 그 규모가 생각보다 굉장히 크더군요. 전세계에서 몰려든 1만여 명의 관객이 객석을 가득 메웠고, 쇼에 참가한 피겨스타들의 금메달 갯수를 합치면 50개 이상이 된다고 합니다. 참가한 스타들 거의 모두가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경험이 있는 전·현직 피겨선수들이었거든요.

이 어마어마한 무대의 피날레는 원래 김연아의 공연으로 마무리될 것이었지만, 김연아는 특별히 자신의 순서 뒤에 '키앤크' 챔피언의 무대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아마추어인 크리스탈은 물론이거니와 전 국가대표 선수였던 이동훈 역시 한 번도 서 본 적 없는 세계 최고 권위의 아이스쇼인데, 졸지에 그들이 피날레를 장식하게 된 것입니다. 그토록 원하던 꿈의 무대... 5개월 동안 이 순간을 바라고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 왔건만, 황홀한 기쁨의 순간이 지나가니 곧바로 밀려드는 것은 엄청난 부담감이었습니다.

특히 나이 어린 크리스탈로서는 그 부담감을 견뎌내기가 쉽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키앤크' 경기장의 거의 4배에 달하도록 넓은 아이스링크를 보는 순간부터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주저앉고 말더군요. 설상가상 파트너 이동훈이 최종 경연 리허설 중에 무릎 부상을 입고 말았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동훈은 현역 선수 시절부터 계속된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었지요. 국내에서 유일하게 공중 4회전 점프가 가능한 유망주였으나, 누적된 점프의 충격으로 양쪽 무릎 슬개골 뼛조각이 돌아다닌다는 충격적 진단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아직까지도 그 부상의 여파로 무릎이 좋지 않은 편인데, 리허설 중 실수로 무릎을 벽에 부딪히면서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고 말았습니다.

공연을 하루 앞둔 시점에도 연습을 전혀 할 수 없을 만큼 통증이 심했고, 병원에서는 최소한 내일까지만이라도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고 진단을 내렸습니다. 결국 이동훈은 아이스쇼의 첫날 공연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그 자리를 대신해 줄 누군가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급한 연락을 받은 사람이 바로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던 김병만이었습니다.

'키앤크'의 시청자라면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겠지요. 참가한 모든 팀이 열심히 했지만 그 중에서도 김병만은 압권이었습니다. 매번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짜내고, 치밀한 준비와 끝없는 연습으로 완벽한 무대를 선보였던 김병만의 노력은 김연아의 눈에서 수차례나 눈물을 자아냈고, 많은 사람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최종 경연에서 큰 실수를 하면서 우승과는 멀어졌지만 그 노력은 충분히 빛나는 것이었습니다.

세계적 스타들과 함께 아이스쇼에 서는 영광은 오직 챔피언의 것이었는데, 이동훈으로부터 생각지도 않은 부탁을 받은 김병만은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김병만과 호흡을 맞추던 파트너 이수경은 시간이 허락치 않아서 쇼에 참가할 수 없었고, 그래서 또 급히 누군가에게 SOS를 쳤습니다. 연락을 받은 사람은 손담비와 커플을 이루어 '키앤크' 최종 4위를 차지했던 차오름 선수였습니다.

최종 경연 날, 김병만은 막간의 쉬는 시간을 이용해서 차오름과 함께 코믹 컨셉의 남남커플(?) 쇼를 마련했었는데 그 때 객석의 반응이 아주 폭발적이었죠. 이제 내일 당장 이동훈을 대신하여 아이스쇼에 서야 하는데, 하루 남은 시간 동안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연습할 여유는 없었고... 이렇게 해서 그냥 한 번 놀아 보자고 즉흥적으로 만들었던 코믹 쇼는 생각지도 않은 '올댓 스케이트 서머' 무대에 올려져, 전세계의 피겨팬들 앞에서 펼쳐지게 되었습니다. 정말 아이러니하고 재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병만은 찰리 채플린으로, 차오름은 경찰관 복장으로 분장하고 그들은 과감히 은반 위로 미끄러져 나갔습니다. 코믹 쇼의 보완된 스토리는 이러했습니다. 아이스쇼를 구경하고 싶었지만 초대받지 못한 채플린은 몰래 링크장으로 숨어들었는데, 한참을 구경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흥이 나서 얼음판으로 뛰어들어가 제멋대로 춤을 추며 난동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그런 채플린을 발견하고, 경찰관 차오름이 급히 달려와 체포해서 끌고 가는 것입니다.

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물론 스케이팅 실력이야 프로 선수들과 비할 바가 아니었지만, 김병만 특유의 코믹한 표정과 몸놀림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켰습니다. 1만여 명의 관객들이 김병만과 차오름을 향해 뜨거운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개그맨 김병만은 세계 최고의 피겨스타들로부터 칭찬을 받았고,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관중에게 인사했습니다. 김연아의 손을 잡고 넓은 링크장을 함께 돌며, 끊이지 않는 관중의 환호성에 손을 흔들어 화답하기도 했습니다. 그 영광스런 순간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요? 김병만은 평생 간직하게 될 커다란 선물을 받았던 것입니다.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음에도 김병만에게 이러한 기회가 주어진 것은, 그의 극진한 노력과 열정이 하늘을 감동시켰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토록 감동적인 우연이 있겠습니까?

아, 만약 이동훈 선수의 부상 정도가 심해서 결국 크리스탈과 이동훈이 우승자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영광을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면, 그 안타까운 상황을 두고 저도 감히 이렇게 말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다행히도 이틀간의 치료와 휴식을 통해 부상은 어느 정도 완화되었고, 이동훈은 크리스탈과 함께 아이스쇼의 마지막 날 무대에 설 수 있었습니다.

김연아의 '오마주 투 코리아'에 이어진 크리스탈·이동훈의 '카르멘' 공연은 역시 대성공을 거두었고, 김병만 못지 않은 환호를 받았습니다. 이만하면 그들도 충분한 기쁨과 영광을 누린 셈이니 아쉬움은 없겠지요. 다만 그 영광을 맛본 사람이 2명에서 4명으로 늘어난 것뿐입니다.

김병만에게 주어진 놀라운 선물을 보면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속담이 과연 틀리지 않다는 것을 저는 느낍니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노력했다면, 그 결과가 생각보다 좋지 않다 해서 반드시 실망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느낍니다. 언제 또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여 불운이 행운으로 바뀔지 알 수 없는 일이니까요.

불과 5개월 전, 태어나 처음으로 스케이트를 신어 본 김병만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런 줄 몰랐는데, 스케이트가 이렇게 불편한 신발이었군요!" 그러나 5개월이 흐른 지금, 그는 당당히 은반 위에 서서 세계인의 박수갈채를 받은 '행복한 스케이터'가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기적입니다. 그리고 이 기적을 만들어낸 것은 지칠 줄 모르는 작은 거인, 김병만의 열정과 노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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