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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은근히 기대되는 정재형의 조정가(漕艇歌)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무한도전' 은근히 기대되는 정재형의 조정가(漕艇歌)

빛무리~ 2011. 7. 25.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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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돼지앵의 기상천외함은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합니다. 조정(漕艇)은 물론이거니와 이제껏 그 어떤 스포츠도 그 종목 자체를 주제로 삼아 만들어진 노래가 있다는 소리는 못 들어 보았는데 말이죠. 정형돈도 설마 승낙을 얻어낼 수 있으리라고는 확신 못한 채로 막 던져 본 거였을텐데, 그토록 쉽게 꼬임에 넘어가서 냉큼 '조정곡'이라는 것을 만들어 주겠다고 승낙하는 뮤지션 정재형의 모습이 진짜 신기했습니다. 이적이 참여하기로 했다는 정형돈의 뻔한 거짓말에 설마 진짜로 속은 건지, 은근히 샘을 내면서 자기도 하고 싶어하는 듯한 표정이 참 어이없지만 귀엽기도 하더군요.

파리에서 8년이나 살았다면서도 일상적인 불어 회화조차 능숙하게 못하는 정재형의 모습은 약간 뜻밖이었습니다. 너무 똑똑해 보이는 사람이라 어학적으로도 왠지 뛰어날 것 같았거든요. 방송이 끝난 후 정재형이 불어를 못해서 굴욕을 당했다는 기사가 포털 메인에 떴길래,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나 해서 가장 추천이 많은 댓글을 살펴보았더니 "아하항항항~ 오호홍홍홍~ 그럴수도 있지 뭐~" 이게 1위였습니다..ㅎㅎ 하긴 그럴 수도 있지요. 정재형이 파리에 불어 공부를 하러 간 것도 아니고, 외국 생활을 오래 했다 해서 모두 그 나라의 말을 잘 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정형돈과 노홍철을 파리로 초대한 정재형은 그들과 파티를 즐기기 위해 손수 갖가지 음식을 만들고, 현지의 친구들까지 초대하여 작은 파티를 벌였습니다. 예정에 없던 만남... 다시 볼 기약 없는 낯선 이들과의 건배... 즉흥적으로 이루어진 조촐한 음악회까지... 파리에서 함께 보낸 그들의 시간은 꿈처럼 짧고 아름다웠습니다. 화면을 통해 지켜보는 저 자신까지도 왠지 꿈을 꾸고 있는 듯했습니다.

'순정마초'의 이국적인 멜로디는 한국보다 그 곳 파리에 더욱 잘 어울리더군요. 평소엔 휘청휘청 허술하고 만만해 보이다가도 피아노 앞에만 앉으면 갑자기 카리스마 작렬하는 정재형은,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다른 반주가 전혀 없는데도 그 웅장한 분위기를 훌륭히 재현해 냈습니다.

그리고 현지의 친구들은 '무한도전'의 방문 덕분에 처음으로 정재형의 라이브를 감상할 수 있었지요. 그들은 이제껏 정재형이 노래하는 모습을 인터넷 영상으로만 볼 수 있었다는데 말입니다. 어찌 생각하면 좀 신기한 일입니다. 뻔히 노래하는 친구인 줄을 알면서 왜 한 번도 직접 노래를 들려달라는 요청을 안 했을까요? 뭐 어려운 부탁도 아니고, 친구가 요청하면 거절할 성격의 정재형도 아닌 것 같은데 말입니다.

아마도 문화의 차이겠지요? 타인에게 뭔가 부탁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한국인들과 달리, 서구의 개인주의 사회에서는 작은 부탁조차 쉽게 건네지 못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어쨌든 파리돼지앵의 작은 음악회는 친구들의 따뜻한 시선 속에서 그렇게 치러졌습니다.

그런데 정형돈이 마지막에 기어이 사고를 쳤군요. 갑자기 외국인 친구들을 모두 일으켜 세우더니 그들을 증인으로 삼아, 정재형으로부터 '조정곡'을 만들어 주겠다는 확답을 기어이 받아내고야 만 것입니다. 정재형은 "그런데 조정 주제곡이라는 게 있긴 있어?" 라면서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지만 "처음이에요! 형이 세계 최초의 일을 하는 거예요!" 라고 정형돈이 부추기니 그 말에 솔깃했는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승낙했습니다.

한 술 더 떠서 승낙했다는 의미로 노래 한 곡을 불러달라 청하니, 거절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처럼 정재형은 또 선뜻 피아노 앞에 앉아 자작곡 '러닝'을 연주하는군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멜로디가 왠지 조정과 잘 어울리는 것처럼 느껴지니, 아무래도 제가 파리돼지앵의 매력에 단단히 홀린 모양입니다. 형돈과 홍철은 그 멜로디에 맞춰 신나게 노젓는 시늉을 하며 놀았습니다. 

함께 하는 시간이 길지 않으리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작별하는 모습은 애틋했습니다. 형돈과 더불어 마지막 포옹과 볼키스(?)를 나누더니, 정재형은 미소지으며 두 손을 흔들고 돌아서서 걸어갔습니다. 망설이지 않고 쿨하게 돌아섰지만, 특유의 휘청거리는 듯한 몸놀림과 마른 체격 때문인지 제 눈에는 또 약간 슬퍼 보였습니다. (밝음 속에서 번번이 슬픔을 찾아내는 이 습관도 병이라면 병...;;)

그래도 다행히 정재형이 만든 '조정곡' 1악장이 곧 공개될 거라는 자막이 뜨면서 저의 서운한 마음을 달래 주더군요. 순간 누군가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어이~ 어디 가?... 나? 조정 가~" 라고 하는 랩(?) 소리가 어렴풋이 들리던데, 그게 '조정가'의 도입부였을까요? 푸하하...

어쨌든 저는 그 말도 안 되는 '조정가'가 은근히 기대됩니다. 웃자고 시작한 일이 죽자고 커진다더니, 정형돈이 대충 떠오르는 대로 던져 본 말 때문에 그야말로 세계 최초의 '조정 주제곡'이 탄생하게 생겼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정재형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명곡(?)을 탄생시킬 수 있을 거라 믿기에, 저는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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