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화해 (3)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처음부터 큰 기대는 안 했지만 그래도 초중반의 스토리 전개가 괜찮아서 나름 재미있게 시청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결말은 실망스럽다. 요즘 같아서는 수십 년 전의 그 촌스러웠던 '전설의 고향'을 다시 보고 싶어질 지경이다. 너무나 뚜렷해서 소름끼칠 정도였던 '권선징악'의 메시지가 그리워진다는 뜻이다. 언제부턴가 대한민국의 드라마 작가들은 '용서' 또는 '화해'라는 단어에 강박증이 걸려 있는 듯하다. 용서나 화해의 메시지에 대중적 공감을 얻으려면 악역을 적당히 나쁜 놈으로 설정해야 하는데, 문제는 너무 지나치게 악마같은 놈으로 설정해 놓고서 결국은 피해자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용서하게 만들고, 어쨌든 용서하고 화해하니 모두가 행복해졌다면서 다같이 하하하 웃고 끝나게 만드는 것이다. 참 가소롭기 이를 데 없..
원래는 이 포스팅의 제목을 "죽음이 삶에게 전하는 말" 로 정할까 했으나, 생각해 보니 그들은 멀지 않은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일 뿐 죽은 자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사람은 원래 희망으로 살아가는 동물이라 기적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니, 떠난다는 말로 대신합니다. 어차피 드라마 속에서 이 사람들은 김도현(장혁)과 이정연(이민정)을 도와주기 위해 등장했고, 나중에는 어떤 식으로든 그들의 곁을 떠날 테니까요. 방탕한 생활의 극치를 달리다가 중병에 걸리고 나서 천사로 변신한 유명준(노민우)은 하루에도 수십번씩 "내가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그래서 쉬임없이 피아노를 치며 새로운 노래를 만들기도 하고, 소아암 환자를 돕기 위한 재단을 설립하기도 합니다. 한때는 탐욕의 눈으로 바라보던 이정연을 ..
떠날 사람들은 떠나고, 만나야 할 사람들은 만나고... 오랫동안 준비해 오던 일은 드디어 포문을 열며 실행되고... 이렇게 '추노' 역시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궁극적으로 중점을 두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비뚤어진 현실에 대한 끊임없는 저항인지, 아니면 그럼에도 서로를 미워할 수 없는 그들의 더없이 인간적인 화해와 사랑인지, 저는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추노'는 두 가지를 다 그려내고 있으며, 어느 쪽에 더 비중이 있는지도 시청자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최소한 극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에 따라 결말이 주는 여운은 많이 달라질 듯 싶습니다. 1. 외유내강한 짝귀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 포스팅의 주제와 직접적 연관은 없음에도, 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