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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며 온갖 추측과 스포일러를 난무하게 만들던 '황달중 사건'이 드디어 수면 위로 떠올랐군요. 신상덕(윤주상) 변호사와 더불어 그 사건을 맡게 된 장혜성(이보영)은, 때마침 능력을 되찾은 박수하(이종석) 덕분에 결정적 단서를 잡게 됩니다. 26년 전에 사망 처리된 전영자와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손채옥이 동일 인물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딸을 찾아야만 했는데, 박수하의 도움 없이는 절대 찾을 수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시청자들은 모두 알고 있었지만 극 중에서는 아무도 상상 못 했던, 어마어마한 출생의 비밀이 숨어있는 사건이었습니다. 버젓이 살아있는 아내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26년이나 감옥살이를 해야만 했던 황달중(김병옥)의 인생은 너무나 비극적입니다. 그 유죄 판결이 잘못..
개인적으로 중견배우 이재용의 연기를 아주 많이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는 명실상부한 정극 배우입니다만, 처음으로 그의 존재가 제 머릿속에 각인되었던 작품은 놀랍게도 시트콤 '달려라 울엄마' 였지요. 작품 자체도 워낙 재미있었고 김영애, 이보희, 이원종 등 쟁쟁한 중견배우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서 그들의 연기를 보는 즐거움이 적지 않았는데, 그 중에도 이재용의 독특한 캐릭터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재용은 그 시트콤을 계기로 '쟁반노래방'에도 2차례나 출연했었는데, 연기할 때 못지 않게 실제로도 만만치 않은 예능감을 지닌 것을 보고 새삼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의 출연작은 워낙 많아서 일일이 열거할 수 없지만, '해신', '주몽', '이산' 등의 사극에서 특히 그의 연기가 돋보이더군요. 최근 종영한 '동이..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이하 '클스') 의 출발은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고수의 아역 김수현과 한예슬의 아역 남지현, 그리고 비록 시간은 짧았지만 한지완의 오빠 한지용으로 등장했던 송중기의 모습들이 매우 신선하게 눈길을 사로잡았지요. 그리고 원숙한 이미지로 또 다른 사랑의 한 갈래를 보여주는 천호진과 조민수의 모습은, 젊은이들의 아픈 사랑과 더불어 씨줄과 날줄이 교차되며 고운 베를 짜내려가듯, 애잔한 아름다움을 만들어 갔습니다. 차강진과 한지완은 이미 학창시절부터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지만, 불가항력적인 헤어짐이 그들 앞에 기다리고 있었지요. 지완이가 잃어버리게 한 강진의 펜던트를 찾아주려고 차가운 강물 속에 들어갔던, 지완의 오빠 지용이가 그대로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한지용의 죽음은 두 사람의..
절대 아닐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는 결코 그런 식상한 출생의 비밀을 이용하여 남녀 주인공을 남매로 만들지 않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왠지 불안합니다. 9회에서 보여준 차강진(고수)과 한준수(천호진)의 내면적 모습이 너무나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너무 닮아 보이더군요. 차강진은 의심의 여지 없이 한지완(한예슬)을 사랑하지만, 자기가 그녀에게 상처가 되는 인물임을 깨닫고 그녀를 위해 물러섭니다. 자기를 향한 그녀의 사랑이 깊다는 것을 알기에, 억지로라도 떼어내기 위해서 일부러 나쁜 남자가 됩니다. 그녀의 눈앞에서 사랑하지도 않는 여자에게 입을 맞추는 치사스런 방법이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1년 후에 다시 만나서도 그의 '가짜 나쁜 남자' 행..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그녀가 오랫동안 아팠습니다. 나는 모르고 있었는데, 그녀가 나 때문에 참 오랫동안 많이도 아팠습니다. 그녀는 나를 피해 도망쳤는데, 나는 자꾸 그녀에게 다가섰습니다. 그녀가 점점 더 아파하는 것도 모르고, 나 혼자 웃으며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나는 모르고 있었는데, 나 때문에 그녀의 오빠가 죽었다고 합니다. 내가 강물에 빠뜨린 펜던트를 찾아 주려다가, 그 차가운 강물 속에서 죽었다고 합니다. 나는 그녀의 오빠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먼 옛날, 아직 소년이던 나를 찾아와, 그녀를 부탁하던 그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나는 그에게 약속했었습니다. 그녀에게 상처주지 않고, 울리지 않겠다고, 그녀를 매일 행복하게 해주고, 웃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나 때..
세월의 저편에서 문득 꿈처럼 다가와, 당신이 나에게 묻습니다. 차강진, 당신을 모르느냐고 묻습니다. 차라리 모른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겠습니다. 이 펜던트가 내 목에 걸려있는 동안, 어떻게 잠시라도 잊을 수 있었을까요? 당신의 것이지만, 내 오빠의 마지막 선물이라... 당신에게 차마 건네주지 못하고 이 마음을 숨기듯 그저 숨기고만 있었습니다. 당신의 잘못은 아니었습니다. 나의 잘못이었지요. 당신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펜던트를 잃어버리게 한 것도 나였고 그것을 대신 찾아주겠다고 차가운 강물 속으로 걸어들어가던 오빠를 멀뚱히 바라보던 것도 나였으니까요. 나의 잘못이기에, 더 많이 아팠습니다. 너무 아파서 한시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미 당신의 존재는 오빠의 죽음과 쌍둥이처럼 붙어다니게 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