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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탁구야, 너와 함께 있을 때만 나는 웃을 수 있어. 어린 시절, 하루도 빠짐없이 술에 취한 아버지에게서 매를 맞던 그 지옥 속에서도 너는 나를 웃게 해 주었지. 헤어져 있는 동안, 나는 한 번도 잊은 적 없어. 탁구야, 내 마음 속에서라도 너와 함께 있을 때만 나는 웃을 수 있었고, 그래서 너를 생각해야만, 나는 웃고 살 수 있었어. 오랜 시간이 흘러서 우리는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슬픈 세상은 달라진 게 없구나. 너를 다시 만나 행복했던 시간은 꿈처럼 너무 빨리 스쳐 지나가고, 아무리 반항해 봐야 힘이 없으면 무엇도 변화시킬 수 없다는 사실만 뼈에 새긴 채, 우리는 또 다시 2년 동안 헤어져야 했었지. 바보, 그 약속은 지키지 않아도 되는 거였지만, 나는 탁구 너를 알기 때문에 그냥 기다리고 있었어...
구일중은 참으로 나쁜 아버지입니다. 14년만에 재회한 아들 탁구(윤시윤)와 끌어안고 폭풍 눈물을 흘리는 전광렬의 연기는 더할 수 없는 명품이었으나, 그 순간에도 제 마음은 차갑기 이를데 없었습니다. 오히려 속으로 "탁구야, 속지 마!" 라고 되뇌었다죠. 탁구의 인생 중 12년을 허비하게 만든 장본인은 사실 조진구(박성웅)가 아니라 구일중이었습니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가장 자애로운 아버지인 척하고 탁구를 끌어안고 있으니 제 눈에는 가증스럽게만 보였습니다. 그는 탁구를 사랑했다기보다는 욕심을 냈던 것입니다. 천부적인 후각을 타고나서 제빵 사업에 큰 도움이 될만한 아들 탁구를 온전히 자기 소유로 만들기 위해, 모자간에 생이별을 시키려 했던 것이지요. 아무래도 후계자 자리에 앉힐 장남이..
1965년, 내 아들 마준이가 태어나던 날... 인숙이가 결코 내 여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나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언제나 아름답고 도도하고 부유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내가 감히 그녀를 욕심낼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가질 수 없더라도 나는 그녀를 바라보고 싶었다. 평생 일중이의 밑에서 허리를 숙이고 살아가기로 결심한 것은, 달리 살 길이 없어서는 아니었다. 일중이의 품에 안겨 있는 인숙이를 보는 것이, 그녀를 못 보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었다. 그래, 나는 그녀를 처음 보는 순간부터 미친 놈이었다. 내 영혼은 삽시간에 그녀에게로 빨려들어가 버렸다. 그녀를 빼고 나면, 내 안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일중이 곁에서 행복하지 못한 그녀를 보며, 나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1. 김탁구 (윤시윤) 나에게 아버지는 그리움이다. 아버지가 없는 줄 알고 어머니와 둘이 살았던 청산에서도 나는 언제나 아버지가 그리웠다. 엄마만 있으면 세상에 아무것도 부러울 게 없었지만, 사람들이 아비 없는 자식이라고 놀려도 괜찮았지만, 가끔씩 다른 녀석들이 아버지의 무등을 타고 가는 모습을 보면 누군지도 모르는 아버지가 그리웠다. 내게도 아버지가 있다면 저렇게 해주실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도 아버지가 생겼다. 내 아버지는 그 커다란 공장에서 산처럼 수북히 쏟아져 나오는 빵들의 주인이었고, 대궐같이 으리으리한 집에 사는 임금님이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였지만,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어머니는 나를 그 집에 남겨두고 홀로 청산으로 돌아갔다. 나는 외로웠다. 이제껏 한 ..
강화도 교동으로 놀러간 '1박2일'을 보면서 저는 반가움을 느꼈습니다. 왠지 이제서야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다고나 할까요? 제가 '1박2일'을 사랑하던 이유는, 그들이 대중의 별인 연예인임을 잘 알면서도 마치 우리와 똑같은 평범한 사람들인 양 느껴지는 정다움 때문이었거든요. 그 누구 못지 않게 잘 나가는 MC이며 가수인 그들이, 당장이라도 손만 내밀면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는 내 친구들처럼 느껴지는, 그 감미로운 착각이 바로 '1박2일'이라는 프로그램이 우리에게 주는 특징적 선물이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제2회 시청자투어를 3주 동안 시청하면서 물론 저도 즐거웠습니다만, 기대했던 것에 비해 감동은 크지 않았습니다. 너무 스케일이 방대해서였을까요? '1박2일'만이 가지고 있는 아기자기함은 어디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