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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응답하라 1994' 13회에서 쓰레기(정우)와 성나정(고아라)의 키스신이 등장했다. 그것도 아주 격렬하고 기나긴 입맞춤이었다. 그 동안 억누르며 숨겨왔던 감정을 처음으로 분출시키는 쓰레기의 행동은 굉장히 저돌적이었고, 오빠에 대한 사랑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적극적으로 다가서던 나정은 오히려 한껏 수줍은 모습을 보였다. 두 팔로 쓰레기의 허리를 감싸 안지는 못하고 그저 옆구리의 옷자락만 꼭 움켜쥐는 귀여운 반응이라니... 하지만 그 수줍은 눈빛에 형언할 수 없는 기쁨과 행복이 깃들어 있었음은 물론이다. 내가 바라던 커플은 아니지만, 그 순간 두 사람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나는 '성나정-쓰레기'의 '나레기' 커플보다, '칠봉이-성나정'의 '사이다' 커플이 잘 되기를 응원해 왔다. 순전히 나의 개인적 취..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며 온갖 추측과 스포일러를 난무하게 만들던 '황달중 사건'이 드디어 수면 위로 떠올랐군요. 신상덕(윤주상) 변호사와 더불어 그 사건을 맡게 된 장혜성(이보영)은, 때마침 능력을 되찾은 박수하(이종석) 덕분에 결정적 단서를 잡게 됩니다. 26년 전에 사망 처리된 전영자와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손채옥이 동일 인물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딸을 찾아야만 했는데, 박수하의 도움 없이는 절대 찾을 수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시청자들은 모두 알고 있었지만 극 중에서는 아무도 상상 못 했던, 어마어마한 출생의 비밀이 숨어있는 사건이었습니다. 버젓이 살아있는 아내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26년이나 감옥살이를 해야만 했던 황달중(김병옥)의 인생은 너무나 비극적입니다. 그 유죄 판결이 잘못..
명품 아역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는 '여왕의 교실'에 또 한 명의 새로운 다크호스가 나타났습니다. 초반에 심하나(김향기)의 남자친구로 등장하여 과감한 놀이터 키스신(?)을 선보였지만, 캐나다로 유학을 떠난다는 설정 때문에 곧바로 퇴장했던 김도진(강찬희)이 다시 돌아왔거든요. '여왕의 교실' 작가들은 아마도 '신사의 품격' 팬이었던 듯 김은숙 작가의 남녀 주인공 김도진, 서이수의 이름을 그대로 차용했는데, 이건 무슨 장난인가 싶을 정도로 뜬금없는 설정이라 조금은 황당했답니다. 1회에서 심하나는 가슴 아픈 첫키스의 추억을 남기고 떠난 첫사랑 김도진이 사실은 옆 반 서이수와도 키스를 했다는 사실을 알고 배신감에 치를 떨었었죠. 그래서 6개월만에 다시 만난 김도진을 별로 반가워하지 않았지만, 김도진은 놀라운 언변..
어춘심(김해숙) 아줌마가 죽는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너무 끔찍하고 억울하고 슬픈 일이라, 저는 설마 아닐거야, 아닐거야... 계속 되뇌이고 있었지요. 아무리 드라마 속의 일이라지만 그래도 정말 믿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민준국(정웅인), 이 나쁜 놈, 천벌을 받을 놈은 스패너로 춘심 아줌마의 머리를 때리고 손발을 테이프로 묶은 뒤 가게에 불을 질러 처참히 살해하고 말았습니다. 선량하고 따뜻하고 용감하고 정의롭던 우리의 국민엄마는 그렇게 떠났습니다. 혹시 딸이 복수심에 사로잡혀 불행해질까봐 "사람 미워하느라 네 인생 낭비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고 그렇게 떠났습니다. 자기에게 그토록 잘해주던 아줌마의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칠 때, 그 놈의 머릿속에는 무슨 생각이 들어차 있었을까요? 이제 민준국의 과거에 그..
순둥이같은 캐릭터 고은비(구혜선)가 여주인공인 '더 뮤지컬'에서, 배강희(옥주현)는 필연적으로 악녀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요. 하지만 요즘은 주인공보다 매력적인 악역도 많기 때문에, 만약 배강희가 '선덕여왕'의 미실 만큼 카리스마 있고 매력적인 악역이라면 옥주현의 이미지에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처음 시작할 때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이건 지나치게 막장스런 악역이군요. 정말 해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입니다. 배강희는 뮤지컬계의 디바로서 국내 최고의 스타입니다. 과거엔 천재 작곡가 홍재이(최다니엘)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지만 두 사람은 헤어졌고, 지금 배강희에게는 남편이 있습니다. 대형 극단의 대표인 한상원(현성)입니다. 배강희와 헤어진 후 한동안 활동을 접고 외국..
이제까지 모델 장윤주라는 인물을 떠올리면 참으로 멋진 여자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젊은 나이에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거만하지 않고 소탈한 느낌이 좋았고, 그러면서도 당당하고 늘 자신감 있는 모습이 좋아 보였습니다. 언젠가 '무릎팍 도사'에 나왔을 때, 자신의 20대를 돌이켜 보면 아무런 후회가 없을 만큼 하고 싶은 일을 모두 다 해봤고 누릴 수 있는 것을 거의 다 누려 보았기 때문에 너무나 감사할 뿐이라고, 그런 식으로 말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또한 루시드폴, 이적, 정재형 등의 뮤지션과 더불어 '놀러와'에 출연했을 때는 생각지도 못한 청아한 목소리로 프로급에 가까운 노래 실력까지 선보였습니다. 게다가 그 때 불렀던 노래는 장윤주의 자작곡이라고 하더군요. 직업이 모델이면서도 뮤지션들과 ..
'보스를 지켜라' 5회는 두 커플의 달달한 키스씬으로 마무리 되었었습니다. 차지헌(지성)이 노은설(최강희)에게 마음을 고백한 후 이 두 사람의 애정 전선은 거침없이 진행중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서나윤(왕지혜)과 노은설 사이에서 상당히 애매해 보였던 차무원(김재중)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뜻밖의 수확이었습니다. 저는 무척이나 그 장면이 반갑더군요. 드디어 식상한 사각관계에서 벗어난, 유니크한 설정의 드라마를 보게 되나 싶었거든요. 만날 두 남자는 한 여자를 같이 좋아하면서 연적이 되고, 한쪽 옆에는 또 다른 여자가 있어서 질투심을 불태우고... 꼭 이런 식이 아니어도 되지 않을까, 왜 주인공들의 애정 전선은 항상 겹치고 꼬여야만 하는 걸까, 저는 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차무원이 서..
공중파보다 비교적 자유로운 케이블 방송이기에 오히려 김병욱표 시트콤의 진가를 보여주리라 기대했던 '원스어폰어타임 인 생초리'가 벌써 13회에 이르렀는데, 지금까지의 행보는 솔직히 실망스러운 편이었습니다. 시트콤의 특성상 각 회마다 개별적 에피소드로 진행된다 해도, 그 중심이 되는 큰 줄거리는 뚜렷이 잡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굉장히 산만했거든요. 멜로는 멜로대로 밍숭밍숭하니 지지부진하고, 심각한 미스테리 부분도 뭘 어쩌자는 건지 계속 떡밥만 흘릴 뿐 그닥 진전되는 것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주인공들의 감정이 섬세하게 표현되지 못해서 몰입도가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멜로의 중심에 서 있는 4명의 남녀 중, 이제까지 자신의 감정을 명확히 자각하고 있는 사람은 오직 한지민(김동윤) 밖에 없었지요. 다른 ..
오랫동안 수없이 많은 드라마를 즐겨 왔지만, 이렇게 독특한 커플은 처음입니다. 그런데 저는 감히 이들을 최고(最高)의 커플이라 말하고 싶군요. 물론 이보다 더 애틋하고 절절한 사랑의 이야기도 많이 있었으나, 제가 박개인과 전진호 커플을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은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드라마 '개인의 취향'은 우리에게, 사람과 사람이 사랑하는 여러가지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단순한 남녀간의 사랑이야기가 아닙니다. 등장인물 중 오직 김인희(왕지혜)만이 아직도 사람을 사랑할 줄 모르고 여기저기 민폐를 끼치는 바람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모든 사람이 예쁘기만 하면 그것도 재미없을지 모르지요. 요즈음 보면 한창렬(김지석)도 진정한 사랑을 배워가며 예뻐지고 있는 중입니다. 피도 섞이지 않은 서모(庶母)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