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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드디어 15년 전 납치 사건의 비밀이 밝혀졌다. 주중원을 납치해서 잔인한 추리소설을 읽히며 난독증에 걸리게 한 사람은 차희주였고, 폭발하는 차량에 갇혀 비참하게 죽은 사람은 차희주의 쌍둥이 언니인 한나 브라운이었다. 똑같이 생긴 두 사람을 구분하지 못했던 주중원(소지섭)은 이제껏 차희주(한보름)를 생각할 때마다 혼란스러움을 느끼곤 했다. 납치범의 정체가 자신임을 밝히며 "미안하게 됐어, 주중원!" 하고 말하던 순간의 얼음장 같은 모습과, 불타는 차에 갇혀 죽어갈 때의 애달픈 눈빛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증오해야 할지 가여워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사실은 전혀 다른 두 사람이었다. 주중원이 사랑했던 착한 한나는 죽었고, 질투심에 눈 멀어 납치와 살인이라는 범죄를 저지른 차희주는 뻔뻔하게 살아 ..
중반부터 후반에 이르기까지의 스토리가 굉장히 독특하게 진행되길래, 엽기적일 만큼은 아니어도 약간은 특이한 엔딩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내심 있었더랬습니다. 그토록 엷은 기대감마저 민망해질 만큼 식상한 엔딩... 어찌 보면 동화에 가깝다 싶을 만큼 작위적인 해피엔딩에 조금은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모든 등장인물이 약속이나 한 듯 너그러운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중년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저마다의 꿈을 이루고, 외로움에 시달리던 청춘들은 또 저마다의 짝을 찾고... 저는 다만 이삼재(천호진)가 죽지 않기만을 바랐을 뿐인데, 주인공 서영이(이보영)가 너무 불쌍해지지 않기만을 바랐을 뿐인데, 이건 행복해도 너무 행복해져 버렸으니 염려했던 마음조차 뻘쭘해지네요. 현실 속에서라면 어느 한쪽에서는..
모든 일이 기적처럼 잘 풀려가던 참이었습니다. 끝내 꺾이지 않을 것 같던 이서영(이보영)의 자존심도 끝내 아버지 이삼재(천호진)의 사랑 앞에서는 허물어지고 말았네요. 최근 아버지의 변화된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자기를 위해 얼마나 많은 배려를 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면서, 이서영의 차가운 마음은 조금씩 녹아들고 있었죠. 그러다가 3년 전 자기의 결혼식에 아버지가 하객 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러 왔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면서 이서영은 결국 무너져 내립니다. 아버지에게 해도 너무한 잘못을 저질렀다는 죄책감, 그런데도 내색하지 않고 참고 견디며 묵묵히 행복을 빌어주었던 아버지의 사랑, 그리고 예전 아버지의 잘못된 행동들도 사실은 자식들을 위하는 마음 때문에 무리한 것이었다는 깨달음 등, 이서영은 뒤..
드럼 학원에서 차지선(김혜옥)에게 접근해 왔던 마술사 배영택(전노민)의 정체는 안타깝게도 좋은 친구가 아니라 사기꾼이었습니다. 위너스 그룹의 하청업체를 운영하면서 각종 비리를 저지르다가 회장 강기범(최정우)에게 축출당한 안사장이 앙심을 먹고 일부러 배영택 부부를 사주해서 차지선을 이용하려 했던 것이지요. 가뜩이나 외로움 많이 타고 심기가 약한 차지선에게 최근 불어닥치는 시련들은 참으로 모질기만 하군요. 사랑하는 막내아들 강성재(이정신)가 남편 강기범의 혼외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믿었던 며느리 이서영(이보영)이 엄청난 거짓말을 하고 시집왔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는데, 이제는 제비한테 당해서 억울한 누명까지 쓰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남편의 비서 윤소미(조은숙)에게 속고, 며느리에게..
엔딩은 점점 다가오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어가는 스토리를 보고 있자니 당혹스러웠습니다. 자존심이 아무리 소중해도 사랑보다 앞선 가치는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저는 이서영(이보영)이 한 번쯤은 자존심을 꺾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너무 자기 방식대로 강압적이었던 강우재(이상윤)의 사랑 방식도 올바른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속임수 없고 진실했던 강우재에 비한다면 시종일관 엄청난 비밀을 숨긴 채 그를 기만하며 살아왔던 이서영이 훨씬 더 잘못한 거라는 생각만 했습니다. 게다가 이서영은 남편과의 상의도 없이 3년 동안이나 몰래 피임약을 먹으며 임신을 거부해 왔던 잘못까지 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 속이고 또 속인 셈이니 강우재가 어떻게 분노하지 않을 수 있으며, 어떻게 그녀를 이해..
개인적인 추억 때문에 소현경 작가를 특별히 아끼는 저로서는 '내 딸 서영이'라는 제목이 아주 못마땅하고 창피스러웠습니다. 왜냐하면 작년에 방송된 인기 드라마 중 '내 딸 꽃님이'라는 제목이 있었거든요. 아마도 이건 작가의 뜻이 아니라 제작사 또는 방송사 측의 압력에 의한 울며 겨자먹기식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지요. 아무리 내용은 전혀 다르다지만 제목이 얼마나 중요한데 이토록 '대놓고 따라하기'의 굴욕이라니, 작가의 입장에서는 절대 그러고 싶지 않았을 거예요. 어쨌든 드라마를 재미있게 시청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제목이 조그만 가시처럼 걸려 있었는데, 37회의 엔딩을 보고는 그 찜찜한 마음을 약간이나마 달랠 수 있었습니다. 비록 구차스런 따라쟁이 형식의 제목이지만, 그안에는 작품의 주제가 온전히 녹아..
드라마 '내 딸 서영이'에는 정말 깜찍하게 주변 사람들을 속여 온 두 명의 여성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하나는 아버지와 남동생이 있는데도 없는 것처럼 고아라고 거짓말한 채 강우재(이상윤)와 결혼해 3년 동안이나 속이며 살아 온 여주인공 이서영(이보영)이고, 또 하나는 상사 강기범(최정우)의 아들 강성재(이정신)를 낳아 업둥이로 위장해 몰래 생부의 집에 들여보낸 후 20여 년 동안이나 자기 정체를 숨긴 채 그 주변을 맴돌며 살아 온 여비서 윤소미(조은숙)입니다. 두 여자 모두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을 저질렀지만, 굳이 비교한다면 윤소미가 이서영보다 훨씬 더 뻔뻔하지요. 진심으로 뉘우치거나 사죄하는 태도는 눈꼽만치도 없이 그저 건성으로 "죄송합니다" 맘에도 없는 사과의 말 한마디만 던진 채,..
그저 사랑스런 업둥이라고만 생각했던 아이... 제 속으로 낳은 자식들보다도 훨씬 더 큰 애정을 쏟으며 금이야 옥이야 키워낸 막내아들이 사실은 남편과 여비서의 불륜(?)으로 태어난 아이였음을 알게 된다면 그 어떤 여자라도 깊은 충격과 슬픔에 빠질 것입니다. 설상가상 그 아들의 생모는 "기왕 들키고 말았으니 이젠 아이를 데려가겠다"면서 뻔뻔하게 엄마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으며, 남편은 "그저 한 순간의 실수였을 뿐이고 나는 기억도 못하지만 어쨌든 결과가 이렇게 되었으니 책임을 지겠다"면서, "이혼이든 뭐든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해 주겠다"고 쿨하게 나옵니다. 사실 감정을 철저히 배제하고 이성적으로만 따진다면 남편 강기범(최정우)의 그런 태도가 최선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상하게도 강기범의 쿨하다 못해 당당한 태..
정말 고마웠습니다. 끝까지 기운을 잃지 않고 꿋꿋이 버텨 주어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드라마가 용두사미꼴의 아쉬운 결말을 면하기 힘든 현실인데, 그 열악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초심을 밀고 나가며 실망스럽지 않은 최고의 결말을 마련해 주어서,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우리 가슴 속 희망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는 내용으로 마무리해 주어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이로써 대중적 인기를 끄는 톱스타 한 명 없이 조촐하게 출발했던 '추적자'는 놀랍게도 한국 드라마 역사에 찬란히 빛나는 금자탑을 세우게 되었군요. 정신도 멀쩡했고 법에 어긋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것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노라고, 잘못이라는 건 알지만 또 다시 그런 상황에 닥친다 해도 자신은 같은 행동을 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진술..
최정우(류승수) 검사는 참으로 듬직하고 매력적이며 희망적인 캐릭터입니다. 그는 서지원(고준희)와 더불어 가진 자이면서도 못 가진 자의 편에서 함께 싸워주는 젊은이죠. 국내 최고의 명문대학을 나와 검찰청에 선후배 동문이 수두룩하고, 그의 부친은 한 때 대법관 물망에 올랐을 정도로 쟁쟁한 집안이니, 서지원에 필적할만한 부자는 아니더라도 그만하면 평범한 인생과는 거리가 먼, 상위 1%의 엘리트 인생을 영위해 왔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과거 최정우는 자기 아버지의 대수롭지 않은 비리를 적발하여 대법관 후보의 자리에서 끌어내렸지만, 정작 그의 아버지 대신 대법관이 된 것은 장병호(전국환) 같은 썩어빠진 인물이었습니다. 혈육의 정도 무시하고 엄격한 법을 적용한 것은 조금이나마 깨끗한 세상을 만들려는 열혈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