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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제가 좋아하고 신뢰하는 소현경 작가의 신작이지만 '투윅스'는 방송 전부터 몇 가지의 의문점을 품게 했습니다. 우선 내용과 인물 설정을 보면 진지하고 묵직한 드라마인데, 제목이 하필 '투윅스'라서 초콜릿 바를 연상케 한다는 점이 황당하게 느껴졌지요. 물론 의미를 따지면 운명의 2주일(週日), 살인 누명을 쓰게 된 아버지가 백혈병에 걸린 딸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14일간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뜻이지만요. 다른 좋은 제목을 찾을 수는 없었을까, 반드시 '투윅스' 라야만 했을까, 그보다는 차라리 '2주일'이 낫지 않았을까 등 여러가지 아쉬운 생각이 들더군요. 전작인 '내 딸 서영이'도 내용상의 퀄리티와 시청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으나 제목은 꽝이더니 (먼저 방영된 드라마 '내 딸 꽃님이'를 따라한 것처..
드라마 '여왕의 교실'에 등장하는 아이들을 보면 감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배우들 각각의 연기도 물론 훌륭하지만, 수많은 아역 캐릭터를 이토록 개성적이며 섬세하게 그려놓은 드라마는 이제껏 본 적이 없었어요. 언제나 1등을 놓치지 않는 수재로서 어려움에 처한 친구를 보면 용감히 나서서 편을 들어 줄 줄도 아는 완벽한 김서현(김새론), 비록 공부는 꼴찌이지만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면서도 항상 밝고 의리있는 오동구(천보근), 소심한 성격으로 학창시절 내내 은따(은근한 따돌림)를 당하며 존재감 없이 살아가는 은보미(서신애), 부잣집 외동딸의 화려함으로 주변을 사로잡는 고나리(이영유), 그리고 왕따를 당하면서도 불굴의 의지력과 긍정적 마인드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심하나(김향기)까지,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는 눈을 ..
너희들이 나 미생랑(美生郞)을 아느냐? 나는 10세 풍월주로서 미진부공의 아들이며 미실궁주의 아우이니라. 생전에 진흥대제께서 나를 얼마나 총애하셨는지 아느냐? 나를 자주 궁으로 부르시어 태자님들과 어울리어 춤추며 놀게 하셨느니라. 그러다가 수많은 공주들이 나의 빼어난 용모와 화술에 혹하여 먼저들 손을 뻗어오니 내 어찌 거부할 수 있을소냐? 그 일을 아신 진흥대제께서 잠시 노하셨으나 곧 슬쩍 넘어가 주셨느니라. 나를 향한 대제의 총애가 얼마나 지극했는지를 알법하지 않으냐? 물론 누님의 입김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야 없지만 말이다. 누님께 천신황녀의 자리를 선물한 자는 애초에 사다함이라 하겠으나,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처리했던 나 미생의 활약이 없었더라면 어찌 가능하기나 했을소냐! 비록 월천대사처럼 천문학에..
당연히 긴박감이 넘쳐야 하는 대목인데도 이상할 만큼 지루한 느낌이 들었다. 훗날의 선덕여왕, 덕만의 정체가 드디어 흥미진진하게 밝혀지고 있건만,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대체 언제까지 남자네, 여자네, 누구 딸이네, 누구 동생이네 하면서 저러고만 있을 건가?" 이런 것들뿐이었다. 역사적 사실과 픽션을 적당히 얼버무려 만들어지고 있는 이 드라마에서, 어차피 출생의 비밀이라는 그 부분은 100% 픽션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가 알고 있다. 실제 선덕여왕은 태어나자마자 버려지지도 않았고, 사막에서 자라나지도 않았고, 남장을 한 채 낭도 생활을 한 적도 없다는 것을 우리는 다 알면서도 기꺼이 속아주는 기분으로(?)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길어도 너무 길다. 게다가 뜬금없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
어제 선덕여왕 17회는 지난주 16회에 최고조에 달했던 답답함을 속 시원히 풀어주는 한 회였다. 16회 내내 미실의 포스에 짓눌려 깜짝깜짝 놀라기만 했던 덕만이 어느새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미실에게 대항할 수 있게 되었으며, 유신과 천명공주와 알천랑 등 덕만의 사람들이 점점 더 의지를 굳건히 하여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소엽도를 매개체로 하여 숨겨져 있던 덕만의 정체가 드러나기 일보직전의 상황까지 도달했다. (먼저 잠시 소품에 대해 언급한다면, 이 소엽도라는 소품은 정말 100% 멋지게 활용되었다. 소엽도는 진흥대제의 전설을 담고 있으며, 마야부인의 생명을 구함으로써 천명과 덕만을 탄생하게 하였고, 소화의 손에 들려 칠숙을 찌름으로써 덕만을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였고, 이제 다시 중요한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