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차동주 (2)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봉영규(정보석)는 지적 장애인입니다. 남들이 바보라고 놀리면, 그는 바보가 아주 좋은 것이라면서 싱글벙글 웃습니다. 그의 나이는 어느 새 50을 훌쩍 넘겼으니 지천명(知天命)이라 할 것인데, 따지고 보면 하늘의 뜻을 그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그는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하며, 누구에게도 앙심을 먹지 않습니다. 햇님은 환하게 세상을 비추어 주니 고맙고, 새싹은 물만 먹고도 무럭무럭 자라서 예쁜 꽃을 피워 주니 고맙습니다. 온통 눈 마주치는 것마다 예쁜 것, 고마운 것 투성이입니다. 그는 어머니(윤여정)를 좋아하고 딸 봉우리(황정음)를 아주 많이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살 수 있어서 봉영규는 행복합니다. 참, 깜박 잊을 뻔했는데 좋은 사람들이 또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남들이 바보라..
"안개 속을 혼자 거닐면 정말 이상하다. 덩쿨과 돌은 모두 외롭고, 나무들도 서로를 보지 못한다. 모두가 다 혼자다. 내 삶에 밝은 빛이 비추던 때엔, 세상은 친구로 가득하였다. 그러나 지금 안개가 내리니 그 누구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 살아있다는 것은 고독하다는 것. 사람들은 서로를 알지 못한다. 모두가 혼자다." - 헤르만 헤세 헤세는 안개 속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세상을 노래했다. 하지만 나는 들리지 않는 세상으로 바꾸어 노래한다. 내 삶에 온갖 소리들이 존재할 때엔, 세상은 사랑할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하지만 이제 조용한 안개가 내려와 두 귀를 막으니 소리와 함께 모든 것이 사라져 갔다. 아빠는 내 친아빠가 아니었지만 그런 것쯤은 별 상관이 없었다, 내 나이 13살, 운명의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