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진소라 (2)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제가 보기에 '그 겨울, 바람이 분다' 8~9회는 다소의 시간 끌기(또는 쉬어가기)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한국의 주중 미니시리즈는 기본이 16회니까 어떻게든 그 분량은 채워주어야겠는데, 이 작품은 원래 기본 스토리가 간략해서 웬만큼 살을 붙이고 옷을 덧입혀도 그만큼 채우기는 빠듯하리라 생각되거든요. 일본 드라마가 거의 그렇듯 원작인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도 10부작으로 종영했고, 문근영 김주혁 주연으로 리메이크 했던 영화는 더구나 총 2시간도 못 되는 분량이었습니다. 그런 것을 16부작으로 늘려 놓으려면 대략 두 가지 방법이 있겠죠. 등장인물과 에피소드를 왕창 늘려서 지루할 틈이 없도록 하되 원작의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시키거나, 아니면 주어진 얼개 안에서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이 드라마의 장르는 분명히 정통 멜로인데, 보면 볼수록 추리물이나 스릴러처럼 섬뜩한 느낌이 짙어지니 무슨 까닭일까요? 여주인공 오영(송혜교)의 죽은 오빠로 위장하고 거액의 돈을 노리며 그녀의 대저택에 침투한 남주인공 오수(조인성), 이 사람 때문일까요? 하지만 이 남자는 별로 독하지도 못하고 음흉하지도 못합니다. 지금은 진소라(서효림)의 농간에 걸려 단기간에 78억을 갚지 않으면 꼼짝없이 죽게 될 처지라 어쩔 수 없이 사기를 치고 있지만, 원래는 이런 일에 취미도 없는 사람이에요. 전문 포커 겜블러로서의 뛰어난 실력이 있으니 마음만 먹는다면 그깟 돈쯤은 어렵잖게 손에 넣을 수도 있고, 삶 자체의 목표가 없다 보니 돈에 대한 욕심도 크지 않은 편입니다. 좀 까칠하고 못된 구석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