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지붕킥 (49)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윤시윤이라는 연기자를 처음 본 것이 바로 '지붕뚫고 하이킥' 이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어디에서도 본 기억이 없어요. 그런데 '지붕킥'으로 인해서 뜨고 난 후에,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에 나왔었다는 이야기를 어딘가에서 듣고 일부러 찾아서 보았던 기억은 있습니다. 그런데 역시, 아직 제대로 뜨기 전의 신인에게 있어 일반인으로서의 모습을 공개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실제 자기 나이보다 한참 어린 고등학생으로 출연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면도 있겠지만, 하여튼 순수한 사랑의 결정체인 준혁의 이미지와 걸맞지 않게, '스친소'에서의 이미지는 여성들을 앞에 두고 저울질하는 모습이라 안 보느니만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거침없이 하이킥'의 윤호(정일우)에 비해서 '지붕킥'의 ..
'지붕뚫고 하이킥' 122회를 보고 제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회자정리(會者定離)' 였습니다.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진다는 뜻의 불교용어지요. 모든 것이 무상함을 나타내는 말인데, 왠지 듣기만 해도 가슴이 살짝 저려오는 이 단어는 김병욱표 시트콤의 결말에 참 잘 어울리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1. 세경 - 가녀린 그녀, 당차게 떠날 것을 결심하다 그녀의 아버지가 편지를 보내오신 나라는 남태평양의 어느 섬이었습니다. 부유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작고 가난한 나라였나봐요. 아빠와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오히려 이곳에서의 생활보다 더욱 쪼들리고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정상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을지, 학교에 갈 수 있을지는 더구나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세경은 꼬박 이..
'지붕뚫고 하이킥' 114회는 그간의 갈증을 아주 조금이나마 해소해 주었습니다. 사실 '지붕킥'은 최근 들어 출연자들의 신종플루 충격 이후로 제작진이 교체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식상하고 유치하고 재미없게 진행되고 있었지요. 그래서 더 이상 이 시트콤에 대하여 할 말이 없게 될 것 같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오늘 방송을 보고는 마음이 조금 풀렸습니다..^^ 김자옥 여사의 소녀적 취향을 비웃던 젊은이들의 심리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이가 많건 적건 간에 남들과 좀 달라 보이게 튀는 행동을 하면 괜시리 미움을 받게 되는 것이 사회의 보편적인 현상이니까요. 하지만 차분히 생각해보면 참으로 불합리한 일입니다. 특이한 행동을 했다 해서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사람..
'지붕뚫고 하이킥' 배우들의 신종플루로 인하여 모처럼 얻었던 일주일의 휴식기간을 나는 불만스럽게 여기지 않았다. 엄청나게 무리를 하고 있었을 그들이 휴식을 취하고 나면, 훨씬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 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휴식을 취한 후 '지붕킥'의 행보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현재의 '지붕킥'은 김빠진 맥주처럼 닝닝하다. 1. 반복 설정과 반복 눈물로 지겨워지는 러브라인 휴식을 취하고 온 제작진은 현재 '지붕킥' 흐름의 핵심인 러브라인에 과감히 '반복' 설정을 집어넣었다. 지훈과 정음의 데이트 장면을 세경은 모두 세 번이나 목격했다. 미술관에서 처음 보던 날 세경은 울었고, 두번째로 준혁의 '내게 오는 길'을 듣고 돌아오던 길에도 우연히 그들을 목격하고는 또 울었다. 세..
'지붕뚫고 하이킥' 98회를 보는 동안, 저는 마치 곪을대로 곪은 상처를 째고 그 썩은 속살을 적나라하게 눈앞에 드러내는 듯한, 서슬 시퍼런 칼날을 느꼈습니다. '지붕킥'을 꾸준히 시청해 오면서, 김병욱 PD의 칼날이 번뜩 스쳐가는 것을 보고 섬뜩함을 느낀 적이 한두번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정말 지독하다 싶더군요. 그는 정말이지 봐주는 것이 없습니다. 숨가쁜 고삐를 살짝 늦추어 주는가 싶으면, 곧바로 다시 잡아채어 더욱 바짝 조이는 형국입니다. 불행한 사람은 계속 불행하고, 외로운 사람은 계속 외롭습니다.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기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것처럼, 언제나 그렇듯이 오늘도 어제처럼 흘러가는, 이토록 잔인한 현실을 그는 에누리 없이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의 시트콤 속에서 웃다 보면, 어느 새 ..
사실 '지붕뚫고 하이킥' 에서 황정음 캐릭터의 변화는 이미 예정되어 있던 수순입니다. 그런데 역시 시트콤은 시트콤인지라, 깜찍한 된장녀가 갑자기 현모양처형 천사로 확 둔갑해 버렸네요. 예전에는 지훈(최다니엘)의 개털 알레르기를 이용해서 골탕먹이려고 그의 방에다가 개털 폭탄을 풀어놓던 무개념 민폐녀 황정음이, 이젠 새벽부터 일어나서 그의 도시락을 싸고 있습니다. 확실히 애인일 때와 애인이 아닐 때는 무척 다르군요. 치매 환자인 할아버지를 위로하기 위해 할머니 분장까지 하고 된장국을 끓여주는 정음의 모습은, 역시 너무 과장되기는 했지만 이상하지는 않았습니다. 자기보다 가진 것 없고 약한 사람들에게는 민폐를 끼치기보다 오히려 도와주고 싶어하는 정음의 착한 마음씨가 그 동안에도 틈틈이 보였으니까요. 그 부분은 ..
'지붕뚫고 하이킥' 82회는 언제나처럼 두 갈래의 에피소드를 보여주었지만, 묘하게도 그 안에서 보여준 감정은 하나였습니다. 바로 '질투'였지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멋지기만 한 그 남자, 신애의 첫사랑인 '발냄새 왕자님' 줄리엔 아저씨가 그만 악동 해리의 눈에 제대로 꽂히고 말았습니다. 하교길에 우연히 만난 신애에게 목마를 태워주는 줄리엔을 보자 해리는 자기도 목마를 타고 싶은 욕망에 불타게 되지요. 집에 와서 자기 아버지 정보석에게 목마를 시도해 보지만 허약한 보석은 일어나지도 못합니다. 어쩌면 보석이 너끈히 해리를 어깨 위에 태우고 일어섰더라도 해리의 허전한 마음은 채워지지 않았을 겁니다. 이미 키 크고 건장하고 멋진 서양 출신 우등 말(馬) 줄리엔을 목격한 이후였는걸요. 자기가 시험에서 100점..
'지붕뚫고 하이킥'의 어린 악역 '해리'(진지희)는 그야말로 최강 캐릭터라 할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내꺼야!"를 외치며 신애(서신애)의 물건을 빼앗기도 하고, 신애의 먹을 것도 다 빼앗아 먹는 해리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 모처럼 준비한 오빠 준혁(윤시윤)의 계획은 보기 좋게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예상에 비해서도 너무 싱거운 결말이었습니다. 이순재의 집에 한 상자의 홍어가 선물로 도착하는데, 가족들 중 아무도 그 독한 냄새를 즐기는 사람이 없어서 처치곤란이 됩니다. 준혁은 해리의 버릇을 고치는 데에 홍어를 이용해보기로 합니다. 치킨이나 피자 등 맛있는 음식 안에 홍어를 한두 점씩 숨겨놓고 일부러 큰 소리로 "신애야, 이거 먹어봐. 정말 맛있다~" 하고 외치면, 아니나 다..
'지붕뚫고 하이킥' 72회에서도 미중년 정보석의 대활약은 계속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찌나 어설프고 한심하던지,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도무지 개선의 기미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 타고난 허술함과 부주의성과 좋지 않은 머리로 인해 평생을 그렇게 이리저리 부대끼며 살아가야만 할 것 같은 중년 남성의 모습이란, 차마 가벼운 마음으로 웃어 넘기기에는 너무 비감했으니까요. 그런데 '보사마의 대형 실수 종합 선물세트'를 받은 오늘은 왠지 그가 정겹게 느껴지는군요. 오직 신세경에게만은 예외지만, 기본적으로 정보석은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자상한, 착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가족 내에서 추진되는 무슨 일에든 나서서 열심히 동참하고자 하는 적극성도 지니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의 모든 행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