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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생각해 보면 스텐레스김은 가난한 사람의 캐릭터를 멋지게 그려주었던 적이 거의 없습니다. '똑바로 살아라'에서도 가장 가난한 박영규가 가장 찌질한 못난이였죠. 손윗 동서 노주현의 집에 얹혀살고 있는 처지에 툭하면 병원 공금을 횡령하고 온갖 비리를 저지르는 등 민폐 행각이 장난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가진 자' 노주현이 너그러운 아량으로 늘 용서해주며 데리고 살았죠.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는 없겠지만, 어쩌면 그와 같은 설정은 현실적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극심한 가난은 사람의 마음조차 척박하게 만들어 버리니, 인간으로서의 품위나 사회적 정의 따위를 챙길 여유가 없겠지요. 스텐레스김의 특별한 사랑을 받았던 캐릭터, '지붕킥'의 신세경 한 사람을 제외하면 가난한 사람들은 대부분 찌질하게 그려졌습니다. 이번 ..
오늘 포스팅은 제목부터 비속어가 난무하니 참으로 면목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녀석들의 통통 튀는 개성과 특징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바로 저 두 가지인 듯 싶어서요. 인터넷 검색으로 정확한 뜻을 찾아보니 '호구(虎口)'는 명사로서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이라고 나와 있군요. 그리고 '싸가지'는 원래 '싹수'의 비속어로서 올바른 언어로 사용하려면 '싹수가 없다'라고 서술어와 연결시켜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어느 사이엔가 '싸가지'는 그 자체만으로도 어떤 사람을 지칭하는 독립적인 단어가 되어버린 느낌이네요. 대충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 예의와 염치가 없는 사람' 정도로 해석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재 '하이킥3'의 캐릭터상으로 보면, ..
윤시윤의 특별 출연이 예고되며 기대를 모으던 88회가 드디어 방송되었습니다. 지금껏 등장한 모든 카메오들 중, 윤시윤의 존재감은 단연 압도적이었군요. 다른 카메오들의 출연은 모두 극의 흐름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독립 에피소드로 마련되었던 것에 비해, 오직 윤시윤은 주요 여성 캐릭터인 박하선의 첫사랑으로 등장하여 '지하커플'의 미래에 청신호를 켜주는 막강한 역할을 담당했으니까요. 저는 '제빵왕 김탁구' 이후로 윤시윤의 출연작을 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이 친구의 꽃미모는 그 사이에 더욱 샤방샤방해졌군요..ㅎㅎ 마냥 수줍기만 하던 국문과 신입생 박하선이 생각지도 않은 암벽등반 동아리에 가입한 이유는, 그 동아리에 있는 선배 윤시윤을 보고 첫눈에 반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항상 그의 모습을 곁눈질하며 짝사랑을 ..
참 오랫동안 가슴만 졸이게 하던 윤지석(서지석)과 박하선 커플이 드디어 78~79회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행복한 연인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그 동안 김병욱 시트콤에서 중반부쯤에 결성된 커플들은 대부분 해피엔딩을 맞이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긴 합니다. 그들은 온갖 달콤한 연애 행각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화제의 중심에 놓이지만, 결국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헤어지게 됩니다. '거침킥'의 최민용-서민정 커플이나 '지붕킥'의 이지훈(최다니엘)-황정음 커플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제가 보기에 윤지석-박하선 커플은 무사히 해피엔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병욱의 전작에서도 모든 연인들이 쓸쓸한 결말을 맞이했던 것은 아니지요.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는 청춘 커플이 2쌍 있었는..
120부 예정으로 시작되었으니, 77회까지 방송된 현재 시점에서는 43회가 남았군요. 아무래도 너무 긴 듯합니다. 100회 정도면 충분할 듯한데 말이죠. 사실 지금까지 달려오는 와중에도 쓸데없는 에피소드가 적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총 80부작 정도로 타이트하게 꾸며도 좋았을 것입니다. 그러면 괜히 이런저런 불필요한 사족을 끼워넣지 않아도 되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방송 여건상 그게 쉽지 않았겠죠. 이런 상태라면 스텐레스 김의 고집과 능력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진정한 걸작은 탄생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앞으로 남은 시간의 많은 부분을 괴로움과 지루함 속에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76~77회를 보면서는 한숨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아, 지붕킥의 악몽이 다시 시작되는구..
'지붕뚫고 하이킥'의 청순 글래머 신세경이 '하이킥3'에 카메오로 출연했습니다. 본인은 벌써 예전부터 출연을 희망해 왔다는데, 김병욱 PD는 그녀를 아무 때나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시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판단했던 모양이에요. 그 동안에도 정일우를 비롯해서 전작의 인물들이 적잖이 카메오 출연을 했지만 모두 큰 의미 없는 단발성 에피소드에 그쳤던 반면, 신세경의 경우는 확실히 좀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러브라인의 윤곽이 거의 잡히고 등장 인물들의 감정이 고조되기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 신세경의 재등장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이제까지의 다른 카메오들은 모두 전작과는 상관없는 캐릭터로 등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교복입은 아줌마 윤유선에게 한 눈에 반해버린 고등학생 정일우는, 서..
제가 워낙 김병욱 시트콤의 광팬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번에는 특별히 결심한 바가 있어 되도록 불평이나 쓴소리를 안 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지붕킥' 리뷰를 쓸 때는 불평도 엄청 많이 쏟아냈었지만, 종영하고 나니까 후회스럽더라고요.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것처럼 허전한 마음이었죠. 그래서 어차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도 않을텐데, 불평을 늘어놓기보다는 되도록 좋은 점만 보아 주자고 결심했던 겁니다. 하지만 제가 이제껏 시청했던 김병욱 시트콤들에 순위를 매겨 본다면 '하이킥3'는 최하위권에 해당될 것입니다. 물론 개별적인 회차나 장면으로만 따지면 그 어떤 작품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던 아름다움과 감동을 느낀 적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윤계상과 김지원이 함께 돌보아 드리던 독거노인 할머니가 세상을..
"옛날 제 친구 생각이 나요... '겨울의 짧은 황혼 앞에 서 본 적 있니?' 하고 가끔 묻던..." 윤지석(서지석)과의 짧은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차창 밖으로 하늘 가득 펼쳐진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박하선이 중얼거린 말입니다. 가벼운 미소를 띤 채 하염없이 창 밖을 응시하는 그녀의 얼굴은 석양빛에 물들어 마치 꿈결처럼 아름다웠지만, 제 마음은 점점 슬퍼졌습니다. 그녀의 잔잔한 목소리... 왠지 서글퍼 보이는 미소... '겨울의 짧은 황혼'이라는 언어가 뿜어내는 이별의 아쉬움... 이 모든 것들이 저를 슬프게 했습니다. 현재 다른 인물들의 감정선이 비교적 뚜렷이 정리되고 있는 반면, 윤계상과 박하선 두 사람의 감정선은 오리무중입니다. 최고의 성품과 외모를 겸비한 그들은 수많은 이성의 짝사랑을 ..
예전의 리뷰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하이킥3'의 백진희는 '지붕뚫고 하이킥'의 황정음을 그대로 이어받은 캐릭터입니다. 그녀들은 전형적인 88만원 세대, 가난한 청춘이지만 언제나 밝은 얼굴로 힘차게 살아가는 아가씨들이죠. 그런데 제가 '지붕킥'에 빠져있을 당시 리뷰를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아시겠지만, 저는 그 예쁘고 사랑스런 황정음을 무척이나 싫어했더랬습니다. 초반에 어필되었던 된장녀스런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기 때문입니다. 쇼핑 중독으로 인해 스스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씀씀이를 자랑하던 황정음은, 하다못해 신세경의 식모살이 첫 월급 50만원을 빌려다가 자기 카드값을 메꾸고는 그것을 갚지 못해서 이리저리 도망다니는 만행까지 저질렀습니다. 매달 날아오는 카드 청구서는 그녀에게 저승사자나 다..
제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예비 커플(?), 윤계상과 김지원의 에피소드가 오랜만에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62회에서 이 두 사람은 본의 아니게 코믹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군요. 영화의 제목은 '노량진의 중심에서 길을 묻다' 이며, 극본 따위는 없고, 제작과 총연출은 강승윤이 맡았습니다. 자기가 직접 영화를 찍어 보겠다고 설레발을 치면서 식구들의 일상을 아무 가감없이 그대로 찍어놓은 것이니, 사실은 영화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안내상이 혼자 밥먹는 장면이 15분, 윤유선이 혼자 설거지하는 장면이 15분, 뭐 이런 식입니다. 통로로 사용되는 땅굴 속에 임시 극장을 설립하고, 종석이네 가족들과 옆집 식구들까지 불러모아 시사회를 가졌지만, 관람객들은 모두 하품하면서 중간에 나가 버렸지요. 하지만 그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