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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현고운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드라마 '빛나거나 미치거나'는 '로맨틱 코미디 사극'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표방하며 출발했다. 남주인공 왕소(장혁)는 고려의 제4대 임금 광종(光宗, 925 ~ 975)이며, 여주인공 신율(오연서)은 발해의 마지막 공주로 설정되어 있는데 주요 캐릭터 중에는 거의 유일한 가상 인물이다. 왕소의 연적 왕욱(임주환)은 태조 왕건의 아들이자 광종의 이복형제이며 8대 임금 현종의 부친으로 기록된 인물이고, 신율의 연적 황보여원(이하늬)은 광종의 비(妃)인 대목왕후(大穆王后)로서 역시 실존 인물이다. 일단 묵직하고 비장한 시대적 배경에 마음이 끌리는데, 어울리지도 않는 코미디 욕심 때문에 망가질 듯하여 미리 걱정을 좀 했다. 하지만 첫방송을 보니 의외로 코믹 요소가 자연스..
지금껏 드라마를 시청하며 그 초점을 '애국'이 아니라 '인간'에 맞추어 왔던 저로서는 어떤 식으로 결말이 지어질지가 늘 궁금했습니다. 아마도 주제가 '애국'인 듯하니까 '애국심'을 고취하는 방향으로 결론내지 않을까 싶었죠. 그 와중에 '인간'의 '감정'이 묵살될까봐 걱정했던 건 저뿐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각시탈'은 끝까지 살아남았고, 그 정신을 수많은 타인들에게 전하여 수천 수만의 각시탈을 탄생시켰으니까요. 이 정도만 해도 '애국'이라는 주제는 충분히 살아난 셈인데, 그 와중에 '사람'도 보여주었으니 더 바랄 것 없는 최상의 결말이라 하겠습니다. 1. 여주인공 목단, 드디어 제 역할을 다하다 이제껏 여주인공 오목단(진세연)에 대한 반응은 썩 좋지 않았..
첫 느낌이 상당히 좋습니다. '계백'은 '선덕여왕' 이후로 주춤했던 사극의 화려한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싶군요. 삼국통일 후 승자에 의해 기록된 역사는 한때 찬란했던 백제의 영광을 무참히 짓밟았고, 삼천궁녀의 낭설 등으로 갖가지 흠집내기의 표적이 된 의자왕은 우리나라 역대 망국 군주 중에서도 최악의 임금으로 알려졌지만, 숨겨졌던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백제의 역사는 최근 재조명을 받고 있는데, 과연 그 시절의 이야기를 얼마나 흥미롭고 공정하게 풀어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퓨전사극 '다모'를 집필하여 드라마 폐인 시대를 이끌었던 정형수 작가와 '주몽', '선덕여왕'을 연출하며 삼국시대 사극의 새 장을 열었던 김근홍 PD가 '계백'에서 손을 잡았습니다. 김근홍 PD의 드라마 배경은 고구려에..
보라매 안전체험관에서 열린 지난 주 '런닝맨' 최고의 영웅은 바로 송지효였습니다. 속도는 느리지만 조금씩 더 깊이 예능에 젖어들며 자기의 확고한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는 송지효는 이제 거의 '패밀리가 떴다' 에서 보여주던 이효리의 존재감에 가까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효리가 독한 여왕의 이미지였다면, 송지효는 순하고 착한 구박덩이면서도 악바리같은 캐릭터라서, 인기의 폭발력은 이효리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비교적 안티를 끌어모을 가능성이 적다고 볼 수 있지요. '런닝맨'의 시청자들은 대부분 그녀에게 호감을 느낄 뿐, 밉다고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처음부터 그녀에게 쏟아졌던 관심들과 달리 저는 별로 희망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예능감이 결코 이효리에 비할 바는 못된다고 느꼈기 때문에, 단..
개인적으로 중견배우 이재용의 연기를 아주 많이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는 명실상부한 정극 배우입니다만, 처음으로 그의 존재가 제 머릿속에 각인되었던 작품은 놀랍게도 시트콤 '달려라 울엄마' 였지요. 작품 자체도 워낙 재미있었고 김영애, 이보희, 이원종 등 쟁쟁한 중견배우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서 그들의 연기를 보는 즐거움이 적지 않았는데, 그 중에도 이재용의 독특한 캐릭터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재용은 그 시트콤을 계기로 '쟁반노래방'에도 2차례나 출연했었는데, 연기할 때 못지 않게 실제로도 만만치 않은 예능감을 지닌 것을 보고 새삼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의 출연작은 워낙 많아서 일일이 열거할 수 없지만, '해신', '주몽', '이산' 등의 사극에서 특히 그의 연기가 돋보이더군요. 최근 종영한 '동이..
드라마 '김수로' 의 첫 느낌은 한 마디로 "정신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린 시절에 보던 것보다 조금 더 발전한 수준의 만화영화를 보는 듯하던 어설픈 CG의 문제는, 그런 분야에 문외한인 제가 보기에도 좀 심하다 싶긴 했지만 더 이상은 할 말이 없으니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그런데 첫회부터 우르르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을 도대체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역사 속의 인물과 허구의 인물이 뒤섞여 있는데, 아직 가야가 건국되기 전의 태고적 배경인 만큼 역사 속 인물들도 낯설기 이를데 없었습니다. '주몽' 이후로 참 어려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높이 사겠으나, 고구려의 역사보다도 더욱 생경하게 다가오는 가야의 역사를 다루는 만큼, 첫회에서 산만한 느낌을 주지 않도록 훨씬 더 신경을 써..
2월이 시작되던 첫날,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에는 매우 특별한 손님들이 자리했습니다. 수십년째 라디오의 인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세 명의 '라디오 퀸'... 여성시대'의 양희은, '싱글벙글쇼'의 김혜영, '지금은 라디오 시대'의 최유라였습니다. 양희은씨는 간혹 TV나 공연 등에서도 얼굴을 볼 수 있었지만 김혜영씨와 최유라씨는 목소리만 익숙할 뿐 얼굴은 보기 어려운 연예인들이었지요. 정말 귀한 만남이었습니다. 저도 학창시절에는 라디오를 많이 들었었지요. 시간이 되면 기다렸다는 듯 주파수를 맞추고,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공부를 하면서도 발가락을 까딱까딱하며 박자를 맞추던 일들이, 이제 저에게는 추억 속으로 사라졌는데 그분들에게는 여전한 현실이더군요. 참으로 신기하고 반가웠습니다. 양희은씨는 지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