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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폭행 사건으로 '동이'에서 하차하게 된 최철호의 모습을 33회에서는 그대로 볼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 하차 의사를 밝혔고 제작진 측에서도 받아들였으나 이미 촬영해 놓은 분량은 편집하지 않고 방송하기로 결정했다 하더군요. 도를 넘어선 폭행과 거짓말로 걷잡을 수 없는 분노를 일으켰던 최철호이지만, 의외로 연기하는 모습에서는 큰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첫째로는 기자회견을 통해 사죄하는 모습에서 뜻밖의 진실함이 묻어났으며, 둘째로는 '음주 후 폭행'이 반복되는 그의 행동 패턴은 엄연한 질병으로 볼 수 있다는 의학계의 판단을 접했기에 분노의 일부가 동정으로 바뀌었고, 셋째로는 평소에 무척이나 좋아했던 그의 연기를 어쩌면 이제 다시는 볼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짙어졌던 것입니다. '꽃보다 경종'..
'동이' 9회와 10회에서 느닷없이 등장한 비중있는 연기자들을 보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특히 단역에 가까워 보이는 감찰부 나인 '정임'으로 나온 배우가 정유미라는 것을 보고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심지어는 까메오 출연이 아닐까 생각조차 했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동이와 초반에는 적대적 관계였다가 나중에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하니, 결과적으로 보면 '대장금'에서 박은혜가 맡았던 '연생이'와 비슷한 캐릭터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노비였다가 후궁이 된 동이(숙빈최씨)의 일생을 다룬 드라마에서, 내명부의 감찰부 궁인들이 큰 역할을 담당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제가 보기에는 김혜선이나 김소이와 같은 중견 배우들이 감찰부 상궁으로 등장한 것도 상당히 뜻밖이었습니다. 하지만 놀라움을 금치 못해 ..
요즘 사극은 코믹이 대세일까요? '추노'가 기본적으로 음울한 분위기를 띠고 있었으면서도 곳곳에 적지 않은 코믹 요소를 심어 놓았더니만, '동이'는 한술 더 떠서 아예 드라마 자체의 컨셉을 코믹으로 잡고 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1. 숙종 (지진희) 놀랍게도 코믹의 중심에는 임금 숙종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동이와 함께 음변 사건의 배후를 조사하다가 발각되어 위기에 처했을 때, 근엄하게 "내가 이 나라의 왕이니라!" 하고 소리치다가 안 먹히자, 눈을 감고 에잇 에잇 마구 칼을 휘둘러대던 모습은 정말이지 답이 안 나오는 허당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무슨 연예인처럼 궁녀들에게 손을 흔들면서 걸어다니더만, 임금이 이렇게 코믹하니 전체적 분위기도 코믹할 수밖에 없겠네요. 2. 오태풍(이계인) 음변 사건으로 인..
'동이' 5회에서 드디어 여주인공 한효주의 본격적인 활약이 시작되었습니다. 4회의 엔딩에서 해금을 켜는 장면으로 잠시 모습을 비추었을 뿐이니, 5회의 초반부는 어른이 된 최동이의 인물 소개에 집중해야 할 상황이었지요. 그런데 장악원을 바쁘게 돌아다니면서 여러 악공들의 뒤치다꺼리를 해주는 동이의 모습은... 분명히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이었는데... 깊이 생각할 것도 없었습니다. 꼭 7년 전의 장금이가 돌아온 것 같았어요. 이영애가 연기했던 '서장금' 역시 굉장히 활발하고 오지랖이 넓은 캐릭터였습니다. 남의 일도 자기 일처럼 생각하며 진심으로 도와주고, 곤경에 빠진 사람을 보면 절대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그녀였지요. 그런 성격 때문에 스스로 위기에 처하는 일이 잦았으나 그래도 장금이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