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인어 아가씨 (8)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즌2가 흥미를 더해가는 요즘, 나는 태풍처럼 휘몰아치는 주인공들의 스토리를 즐기는 한편, 어딘지 심상치 않은 가능성을 보이는 한 명의 어린 아가씨를 주목하고 있다. 바로 박해륜(전노민)과 이시은(전수경) 부부의 큰딸 박향기 역으로 출연 중인 1998년생 여배우 전혜원이다. 아빠 박해륜의 불륜 사실을 알기 전까지만 해도 향기는 연예인을 지망하는, 좀 예쁘고 춤 잘 추는 재수생에 불과해 보였다. 그런데 철석같이 믿었던 아빠의 불륜을 알게 되었을 때, 향기는 그저 착하고 답답하기만 한 엄마를 대신해서, 배신당한 아내가 해야 할 모든 말을 대신 해주었다. “아빠는 우리한테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 여자는 길이라고 생각되세요?” "우릴 위해서 엄말 위해서 한 번이라도 장봐온 ..
젊은 연예인들 중 누군가가 불시에 죽음을 맞이하면, 나는 그가 생전에 출연했던 작품들을 다시 찾아보며 회상에 잠기곤 한다. 한창 살아야 할 젊은 나이에,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보다 훨씬 더 우월한 외모와 특출한 끼와 재능을 지녔으면서, 반짝반짝 빛나는 그 모습을 좀 더 오래 보여주지 못하고 일찍 떠나가야 했던 운명이 안타까워서인 것 같다. 특히 최근 세상을 떠난 배우 김성민은 각종 인기 드라마와 예능을 통해 대중에게 매우 친숙한 연예인이었고, 개인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가졌던 인물이라 더욱 아쉬움이 컸다. 그래도 장기 기증을 통해 무려 5명에게 새로운 인생을 선물하고 떠날 수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은 적잖은 위로가 되어 주었다. 나는 그리운 마음에 그가 출연했던 드라마와 예능 몇 편을 다시 시청했다. 드라마 ..
드디어 비정한 엄마 서은하(이보희)를 향한 백야(박하나)의 한맺힌 복수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압구정 백야' 29회를 보고 있자니 임성한의 과거 히트작 두 편이 자연스레 연결되는 데자뷰 현상이 느껴졌다. 우선 '인어 아가씨'의 아리영(장서희)은 외도하느라 가족을 버린 아빠 때문에 엄마와 자신의 인생이 망가지자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쳐 냉혹한 복수를 전개했는데, 현재 백야의 모습은 복수의 상대가 아빠에서 엄마로 바뀌었을 뿐 그 내용면에서 아리영과 별로 다르지 않다. 또한 '하늘이시여'에서는 여주인공 자경(윤정희)이 친엄마인 영선(한혜숙)의 의붓아들 구왕모(이태곤)와 결혼하면서 족보가 황망하게 꼬여버리는데, 현재 백야가 선택한 복수의 방법 역시 친엄마의 의붓아들을 유혹하는 것이라 그 포맷이 대동소이하다. 결..
'보고 또 보고'(1998)의 김지수부터 '신기생뎐'(2011)의 임수향까지, 임성한 드라마의 여주인공으로 선택받은 배우들은 로또에 당첨된 것과 다를 바 없었다. 특히 20년 무명을 견뎌 온 중고신인 장서희에게는 '인어 아가씨'(2002)의 성공으로 배우 인생의 화려한 제2막이 열렸고, '왕꽃 선녀님'(2004)의 이다해와 '하늘이시여'(2006)의 윤정희는 연기 경험이 없는 신인이었지만 임성한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되면서 곧바로 전성기에 돌입했다. 물론 '아현동 마님'(2007)의 왕희지와 '보석 비빔밥'(2009)의 고나은처럼 혜택을 누리지 못한 경우도 없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임성한의 여주인공은 무명 또는 신인 여배우에게 놓칠 수 없는 대박 기회로 인식되어 있었다. 그런데 '오로라 공주'(2013)에서..
'못난이 주의보'를 계기로 취미 없던 일일연속극에 맛을 들여놨더니, 요즘은 볼만한 작품이 없는데도 그 시간이 좀 허전해서 일일연속극 하나쯤 골라 시청하게 된다. '믿고 보는 배우' 중 한 명인 장서희가 오랜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기에 나름대로는 '뻐꾸기 둥지'에 기대가 컸다. 황순영 작가의 전작들 중 맘에 끌리는 작품이 없어서 좀 염려스럽긴 했지만, 장서희의 안목을 믿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인어 아가씨', '아내의 유혹' 이후 복수극의 여신이라 불리는 장서희가 다시 복수극으로 컴백했다는데, 궁금증 때문에라도 어찌 안 볼 수 있겠는가? 하지만 드라마는 예상과 달리 진행되고 있다. 복수의 칼자루는 뜻밖에도 장서희가 아니라 내공 부족한 여배우 이채영에게 넘어갔다. 이전 리뷰에서도 누차 밝혔지만, 백연희(..
장서희의 처연한 모습으로 흰빛 화면을 가득 채웠던 '뻐꾸기 둥지' 예고편은 많은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인어 아가씨', '아내의 유혹' 이후 복수극의 여신이라 불리는 그녀가 다시 복수극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은 일말의 설렘마저 느끼게 했다. 그런데 이번에 장서희는 복수의 주체가 아니라 그 대상이다. 복수를 하는 쪽이 아니라 당하는 쪽인 것이다. 독한 연기를 할 때조차 여리고 상처받은 이미지로 가슴 저리게 하는 배우인데 설상가상 억울하게 처절한 복수를 당하는 비련의 여인이라니, 이제 '뻐꾸기 둥지'는 안방극장에 넘치는 눈물을 예고한다. 그런데 문제는 복수의 타당성이다. 타당한 복수는 시청자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고, 시청자는 복수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통해 쾌감을 얻는다. 장서희를 복수극의 여신으로 만들어 ..
만약 '주군의 태양'에서 그 멋진 소지섭이 찌질남으로 변신한다면 시청자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그 해맑은 이종석이 스토커로 변신하여 싫다는 이보영을 지긋지긋하게 쫓아다녔다면 시청자는 용서할 수 있었을까? 어느 정도의 못난 모습, 인간적으로 봐줄 수 있는 차원이라면 용납 가능하겠지만 이건 아니다. '오로라 공주' 공식 홈페이지 대문에는 아직도 오로라(전소민)와 황마마(오창석)를 주인공으로 한 포스터가 걸려 있다. "너무 다른 두 완벽 남녀의 운명적 사랑 스토리!" 라는 표제도 아직은 유효한 모양이다. 그러나 황마마는 이미 주인공으로서의 자격을 잃었다. 설설희(서하준)의 등장 이후로 걷잡을 수 없는 내리막길을 걸어 왔지만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은 남아 있었는데, 74회에서 최후의 마..
단사란(임수향)과 아다모(성훈)가 결혼하여 아수라(임혁)의 집에 들어가 살기 시작하면서, '신기생뎐'에는 느닷없이 귀신이 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설의 고향도 아니고 엄연한 현대극에 갑자기 소복입은 할머니 귀신의 등장은 너무도 생뚱맞았기에 여기저기서 불만과 비판의 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황당하다고 느끼긴 했지만 일단은 그냥 지켜보았습니다. 대체 귀신의 정체는 무엇이며 갑자기 왜 나타난 것인지 그 이유나 알고 나서 무슨 말을 하더라도 하자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드디어 49회에서 밝혀진 정확한 귀신의 정체는 아다모의 집안 조상신 중 하나였더군요. 언젠가 한의원에서 마주쳤던 정체 모를 여인이 단사란에게 아다모와 결혼하지 말라면서 뭔가 귓속말을 했었는데, 궁금했던 그 말의 내용도 이제 와서야 밝혀졌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