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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드디어 15년 전 납치 사건의 비밀이 밝혀졌다. 주중원을 납치해서 잔인한 추리소설을 읽히며 난독증에 걸리게 한 사람은 차희주였고, 폭발하는 차량에 갇혀 비참하게 죽은 사람은 차희주의 쌍둥이 언니인 한나 브라운이었다. 똑같이 생긴 두 사람을 구분하지 못했던 주중원(소지섭)은 이제껏 차희주(한보름)를 생각할 때마다 혼란스러움을 느끼곤 했다. 납치범의 정체가 자신임을 밝히며 "미안하게 됐어, 주중원!" 하고 말하던 순간의 얼음장 같은 모습과, 불타는 차에 갇혀 죽어갈 때의 애달픈 눈빛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증오해야 할지 가여워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사실은 전혀 다른 두 사람이었다. 주중원이 사랑했던 착한 한나는 죽었고, 질투심에 눈 멀어 납치와 살인이라는 범죄를 저지른 차희주는 뻔뻔하게 살아 ..
서울 한복판, 그 중에도 가장 고급스런 부자 마을 청담동, 그 휘황찬란한 높은 건물들 사이에 유일하게 작고 초라한 건물 '청담 만화방' 그 곳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아차, 정체를 숨기고 있는 미스테리한 청년 현우 한 사람은 빼야겠군요. 모든 등장인물이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한다고 가정했을 때, 다른 사람들은 모두 최하위인 14등급을 받더라도 현우만은 1~2등급에 해당될 테니까요. 그리고 스펙은 보잘것없지만 젊고 예쁘장한 여주인공 오지은도 대충 10등급 안에는 들 수 있을 것 같군요. '청담동 살아요' 74회에서는 사람을 등급으로 나누어 관리하는 결혼정보회사의 비인간적 시스템에 빗대어, 이 각박한 세상을 풍자하는 내용이 방송되었습니다. '청담 만화방' 식구들은 모두 자기 인생에 불만이 가득..
태어나기도 전부터 미운 오리 새끼가 되어 버린 '1박2일' 시즌2가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첫방송을 본 후 시청자들의 소감은 극과 극으로 나뉘는 양상인데, 개인적으로 제 느낌은 나쁘지 않더군요. 물론 초보 제작진의 미숙함이 곳곳에서 드러나는 것이 좀 불편하긴 했지만, 기존 '1박2일'의 포맷이 워낙 잘 짜여져 있는지라 조금씩만 변형시키면 되기 때문에, 당분간 큰 문제는 없을 듯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간의 염려를 모으던 새 멤버들의 역량은 오히려 예상보다 훌륭한 편이었습니다. 모두들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고 나온 듯, 벌써부터 저마다 특정한 캐릭터가 잡히기 시작했어요. 1. 김승우 일단 큰형님 김승우는 좀 엉뚱한 캐릭터입니다. 자칭 예민해서 잠이 없는 편이고 잠자리를 옮기면 더욱 잠 못드는 사람이라 주..
게스트의 인원수와 그들의 네임밸류로 보았을 때, 여수 특집은 '런닝맨' 제작진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 마련한 회차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지진희, 김성수, 주상욱, 이천희가 '킬러팀'을 이루어 '런닝맨' 멤버들과 대결을 벌였던 지난 주 방송도 정말 흥미진진했었지요. 각자 영화와 드라마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자신만의 연기 세계와 프라이드를 지니고 있는 무게감 있는 배우들이 한꺼번에 무려 4명이나 출연했다는 사실부터가 예사롭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모두 균형잡힌 늘씬한 체격에 간지(?) 작렬하는 검은 양복들을 차려입고 와서, 나름 킬러랍시고 멋진 포즈까지 잡아 주니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긴 하더군요. 방송이 시작되면서부터 확실히 눈은 제대로 호강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킬러들의 어설..
착한 드라마 '글로리아'가 시청률 면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채 조용히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모처럼의 가슴 떨림과 행복을 전해 준 작품이었습니다. 다소 전형적이었던 권선징악의 메시지와 해피엔딩도 싫지 않았습니다. 착하게 살아가던 그들은 많은 고통을 겪어야 했지만 결국 이겨냈고, 행복해졌습니다. 그들에게 승리와 행복을 가져다 준 것은 바로 용서할 줄 아는 마음이었습니다. 처음에 이강석(서지석)은 나진진(배두나)을 향한 자신의 마음이 대체 무엇인지, 그 정체를 알지 못해 혼란스러워했습니다. 재벌가 회장의 서자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자신의 존재에 회의감을 느끼며 살아왔지만 그의 내면에는 뿌리깊은 상류층의 기질이 자리잡고 있었기에, 아침마다 더운 물도 나오지 않는 공동화장실 앞에서..
박신양은 원래 연기를 참 잘 하는 배우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신인 시절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1996년작 드라마 '사과꽃 향기'에서 저는 그를 처음 보았습니다. 무려 15년 전이군요. 김혜수와 김승우가 주연을 맡았고, 김혜수의 예전 남자친구 역할은 배우 윤동환이었습니다. 그럼 박신양은 뭐였냐구요? 마치 동성 친구처럼 김혜수를 이해하고 아껴주는, 아주 성격 좋은 베스트프렌드 역할이었지요. 메인 러브스토리는 오히려 좀 어둡고 칙칙하게 느껴졌는데, 이 친구만 등장하면 갑자기 분위기가 확 밝아졌습니다. 밝고 명랑하고 사려깊은 친구 역할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표현해냈는지, 연기가 아닌 실제처럼 보일 정도였어요. 그 후에도 박신양은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를 보여주며 배우로서의 탄탄한 입지를 쌓아갔습니다. 그랬는데 ..
이번 주 '런닝맨'에서는 1:9 대결이 2차례나 펼쳐졌습니다. 첫번째 대결은 하하를 1의 주인공으로 삼아, 그가 철저히 자기 방식대로 선정한 문제를 다른 멤버들이 맞히도록 하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두번째 대결은 추격팀의 역할을 김종국 혼자 맡아서 나머지 9명을 잡도록 하는 '방울 숨바꼭질'의 변형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느끼기에 두 가지의 1:9 대결은 모두 재미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번 주 '런닝맨'의 하이라이트는 음식맛 평가단으로 외국인 손님들을 초대해 벌였던 '요리 대결'이었어요. 예능보다는 오히려 다큐에 가까운 코너였지만, 그래도 3팀으로 나뉘어 요리를 진행해 가는 과정이나 평가단의 반응을 관찰하는 것이 생각보다는 흥미진진하더군요. 갈비찜, 김치낙지수제비, 닭떡갈비의 실제 맛은 어땠을지 모르나 ..
배우 진이한의 모습을 '세바퀴'에서 발견한 것은 약간 의외였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소유진과 더불어서 얼떨결에(?) 출연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더군요. 얼마 전 소유진은 '다짜고짜 스피드 퀴즈'에서 전화 연결이 되었을 때 '세바퀴' 출연 약속을 했었고, 마침 얼마 후 개봉하게 될 영화 '탈주'에서 진이한과 더불어 주연을 맡았던 인연이 있기에, 함께 얼굴이나 비추자고 진이한에게 제안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죠. '탈주'는 제작한지 무려 2년만에 개봉하는 저예산 영화지만 상당히 공을 들인 작품이고, 소유진은 제작비까지 직접 지원할 정도로 애착을 보였다고 합니다. 저는 2007년 '한성별곡-正'에서 진이한을 처음 보았습니다. 갸름하게 생긴 서구적 미남형의 얼굴에 도포를 입고 갓을 쓴 모습이 언밸런스한 ..
요즘 제가 호감을 갖고 시청하는 드라마 '글로리아'의 주인공들이 '놀러와'에 출연해서 반가웠습니다. 네 명의 연기자가 모두 귀엽고 호감형이더군요. 그 중에도 배두나와 이천희에게서는 굉장히 순수한 매력을 발견할 수가 있었습니다. 연예인이란 항상 대중 앞에 나서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아무래도 '남들에게 보여지기 위한 자신'의 모습을 따로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싶거든요. 그런데 배두나와 이천희는 그런 면에서 좀 연예인 같지 않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친구네 집에 놀러 온 사람들처럼, 그랬어요. '글로리아'를 촬영하면서 다들 어느 정도는 친해진 듯, 분위기가 매우 편안하고 좋았습니다. 드라마 캐릭터상 매우 단아하고 얌전한 줄만 알았던 소이현의 엄청난 주량에 놀랐다고 이천희가 운을 띄우자, 소이현이 곧바로 이천..
사실 이강석(서지석)과 정윤서(소이현)는 커플이 아닙니다. 이강석은 나진진(배두나)과, 정윤서는 하동아(이천희)와 커플이죠. 앞으로는 그렇게 될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일시적으로나마 자기들끼리 커플이 될 것 같은 낌새를 풍기고 있습니다. 자기의 진정한 삶과 행복을 포기해 버린 젊은이들만이 할 수 있는 선택, 오직 부모의 결정에 따라 아무런 감정도 없이 결혼이라는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들은, 소개로 만나자마자 서로 의견의 일치를 보고 결혼을 결심했습니다. 그들은 재벌가의 서자와 서녀입니다. 경제적으로는 아무런 어려움 없이 풍족하게 자라왔고 지금도 그렇게 생활하고 있습니다만, 그들의 마음이 누구보다 공허한 까닭은 이쪽에도 저쪽에도 완벽히 녹아들 수 없는 서글픈 교집합의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아주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