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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새로운 문화를 접할 때면 누구나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아무 준비도 없는 상태로 낯선 문화와 급격히 맞닥뜨리게 된다면 그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19세기 조선에는 서양을 비롯한 외국 문명들이 거센 파도처럼 밀려 들어왔고, 변화의 속도에 적응하지 못한 조선인들은 대혼란에 빠져들었다. 별다른 거부감 없이 남의 것을 쉽게 받아들이고 모방하는 일본인들과 달리, 조선인들은 독창적인 만큼 고집이 세고 남의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뜨거운 불과 차디찬 물이 만나는 것처럼, 전통적인 우리 고유의 패러다임과 새로운 서양의 패러다임이 격렬하게 부딪쳤고, 사람들은 마치 한 몸으로 두 인생을 겪는 것처럼 고통스럽고 힘겨운 시간들을 감내해야만 했다. 드라마 '조선총잡이'는 바로 그 시대를 살아간 우리 선조들의 이야..
억울한 누명을 쓰고 도망친 장태산(이준기)이 경찰과 폭력조직에게 쫓기며 나날이 액션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동안, 아무것도 모르는 수진이(이채미)는 병원 무균실에서 하루 하루 달력의 날짜를 지워 갑니다.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으로 매일 구토에 시달리면서도 수진이가 해맑은 웃음을 잃지 않는 이유는 굳건한 믿음 때문이었죠. 수술은 자신을 건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며, 아빠는 꼭 인형을 갖고 돌아와 줄 거라는 믿음 말이에요. 하늘나라가 어떤 곳인지 몰라서, 엄마도 아저씨도 같이 못 가고 혼자 가야 한다는 게 너무나 무서웠다고 말하던 수진이는 이제 기쁜 마음으로 희망의 그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투윅스' 14일의 시간 중 이제 9일이 남아 있네요. 수진이의 그 믿음을 배반해서는 안 되는데, 그 아이의 희망을 꺾어..
제가 좋아하고 신뢰하는 소현경 작가의 신작이지만 '투윅스'는 방송 전부터 몇 가지의 의문점을 품게 했습니다. 우선 내용과 인물 설정을 보면 진지하고 묵직한 드라마인데, 제목이 하필 '투윅스'라서 초콜릿 바를 연상케 한다는 점이 황당하게 느껴졌지요. 물론 의미를 따지면 운명의 2주일(週日), 살인 누명을 쓰게 된 아버지가 백혈병에 걸린 딸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14일간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뜻이지만요. 다른 좋은 제목을 찾을 수는 없었을까, 반드시 '투윅스' 라야만 했을까, 그보다는 차라리 '2주일'이 낫지 않았을까 등 여러가지 아쉬운 생각이 들더군요. 전작인 '내 딸 서영이'도 내용상의 퀄리티와 시청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으나 제목은 꽝이더니 (먼저 방영된 드라마 '내 딸 꽃님이'를 따라한 것처..
여주인공으로 내정되었던 배우 김민정의 건강상 이유로 제작 초반부터 난항을 겪었던 드라마 '히어로'가 3부까지 방송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시청한 소감을 말한다면, 드라마 '히어로'의 주인공이자 명실상부한 히어로는 역시 이준기였습니다. 현재 젊은 연기자들 중 이준기만큼 시청자를 몰입시킬 수 있는 강한 흡입력을 가진 배우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요. 그런데 저에게는 이 드라마에서 새롭게 발견한 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같은 여성으로서 보기에도 무척이나 시원스런 매력을 자랑하는 윤소이, 그녀입니다. 뛰어난 무술 실력을 지닌 여자 경찰이라는 배역 자체가 윤소이와 매우 잘 어울린다는 것은 단지 저만의 느낌은 아니었을 듯 합니다. 그녀를 처음 보았던 영화 '아라한 장풍대작전'에서 이미 윤소이는 고난도의 액션을 ..
'지붕뚫고 하이킥' 35회에 특별출연한 정일우를 보았습니다. 황정음의 첫사랑이며, 정음이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반려견 '히릿'의 옛주인으로 말이지요. 새 봄처럼 젊은 나이에, 눈물겹도록 화창한 날에 아련한 추억만을 남기고 불치병으로 스러져간 첫사랑... 그야말로 더 이상 식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식상함의 전형이지만, 아무리 뻔한 스토리라도 순정만화는 영원히 소녀들에게 사랑받는 것처럼 '우유빛깔 정일우'가 표현해내는 첫사랑의 이미지는 자못 매혹적이었습니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혜성처럼 등장했던 정일우는 삽시간에 톱스타의 위치로 올라서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습니다. 저도 그 때 담임선생님 서민정을 향해 순수한 열정을 불태우던 학교짱 윤호를 무척이나 사랑하던 누나(?)였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이후에 정일..
아무리 운(運)이 중요하다지만 노력(努力)을 이길 수 있을까? '아가씨를 부탁해' 2회에 등장한 정일우의 모습을 보며 나는 감탄과 동시에 애잔함을 느꼈다. '돌아온 일지매'의 방송을 앞두고 황인뢰 감독은 인터뷰 중에 이런 말을 했다. "카리스마는 본래 갖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무수한 시련과 고통의 관문을 하나씩 넘어가면서 얻어지는 것이다. 천성이 착하고 순한 정일우가 일지매 역을 맡고부터 시련과 고통의 문턱을 무수히 넘나들었다. 이제 그가 얻게 된 카리스마를 기대해도 좋다." (MBC드라마 '돌아온 일지매' 홈페이지 참조) 정일우의 나이는 이제 스물 세 살... 남자로서는 젊다는 말보다 오히려 어리다는 말이 더 어울릴 수도 있는 나이인데, 벌써 만만치 않은 눈빛의 깊이와 배우의 향기가 느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