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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앞으로 김병욱 시트콤을 감상할 때는 매회마다 리뷰를 올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중입니다. 매번 리뷰를 쓰다 보니 개인적으로 두 가지 부작용이 있군요. 첫째는 너무 '하이킥'에만 빠져들어서 다른 글을 쓰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는 것이고, 둘째는 갈수록 스텐레스김의 손바닥 위에서 농락당하는 느낌이 든다는 것입니다..;; 떡밥은 점점 더 많아지는데, 그의 어장에 노는 물고기로서 받아먹지 않기에는 떡밥들이 너무나 크고 먹음직해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떡밥이라도 애써 던져주는데 매몰차게 외면하자니 좀 미안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허구헌날 판단과 예측이 바뀌며 횡설수설하게 되는군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원래 고집이 상당히 세고 초지일관하는 편인데, 이러면서 스타일도 무너지고 자존심도 구겨집니다...
박지선, 이제 보니 생각보다 참 속깊고 괜찮은 여자였군요. 툭하면 햇빛 알러지 등을 핑계삼아 자기 일을 박하선에게 떠넘기던 얌체에다가, 남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고 윤지석(서지석)을 자기가 찼다면서 SNS로 동네방네 떠들어대는 무매너에다가, 자조적인 듯하면서 은근히 오버하는 도끼병 환자에다가... 그 동안 박지선 캐릭터는 별로 좋아 보였던 적이 없는데, 갑자기 너무 어른스럽고 배려심 있는 사람으로 변하니까 좀 이상하긴 하네요. 어쩌면 일관성 없는 캐릭터 연출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109회에서의 박지선은 확실히 멋있었습니다. 특히 유치하게 다투고 있는 윤지석과 박하선을 붙잡아 놓고 학생들 가르치듯 훈계하면서 시원스레 화해시키던 장면에서의 카리스마는 정말 짱이었네요. "됐네, 이제 화해한 거지? 둘이 듀엣..
한 편의 공포영화처럼 스릴 넘치게 만들어진 105회는 나름 수작이라 할만했습니다. 짧은 분량 속에서 어쩌면 그토록 탄탄한 짜임새를 구축할 수 있는지, 새삼 김병욱 사단의 역량에 놀랄 수밖에 없는 회차였지요. 한 장면도 놓칠 수 없고 버릴 것도 없었던, 모든 장면이 암시와 복선으로 이루어졌던 24분이었습니다. 리뷰를 쓰면서 줄거리를 자세히 늘어놓는 것은 원래 제 스타일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그 섬세한 연출에 경외심을 느끼며 재미삼아 한 번 정리해 보았습니다. 조목조목 써놓고 보니 좀 길어지기는 했네요..ㅎㅎ 1. 박지선은 특별활동 영화부 지도를 맡아 자료를 검토하느라 어두운 학교 강당에서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던 중, 갑자기 불쑥 나타난 박하선 때문에 깜짝 놀란다. 서류를 찾으러 왔던 김에 박하선도 영화 관..
스텐레스김이 예측 불허 '뒤통수 반전'의 대명사가 된 것은 '지붕뚫고 하이킥'의 결말 때문이었지요. 별로 명예로운 칭호는 아니었습니다. 아무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을 만큼 충격적인 반전이었다는 것은, 그만큼 중간 부분의 개연성이 떨어졌다는 의미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이 발표된 후, 그 범인이 너무 뜻밖의 인물이라는 이유로 논란이 일었다지요. 최소한의 복선도 깔아놓지 않고 제멋대로 이끌어낸 결말이었다며 비난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전문가들의 세심한 분석을 통해 크리스티가 곳곳에 숨겨 놓은 미묘하고 세심한 복선들이 속속 드러나며 비난은 곧 감탄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붕킥'은 그런 경우가 아니었죠. '지붕킥'의 결말 때문에 온 세상이 시끄럽던 당시,..
예고도 없이 시작되었던 생뚱맞은 스페셜 방송을 거쳐 일주일만에 '하이킥3'가 다시 전개되기 시작했습니다. 오랜만에 시청자와 다시 만나는 방송일 뿐만 아니라 100회라는 숫자의 특성도 겸비한 회차였기 때문에,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을 거라며 잔뜩 부푼 기대감으로 시청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런데 막상 시청한 후에는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아무 내용도, 의미도, 웃음도 없는 듯 했거든요. 모처럼 인생의 진지한 의미를 찾는가 싶었던 윤유선은 생뚱맞게 춤바람이 나 버렸고, '카리스마 블랙하선' 에피소드는 그저 인기 높은 박하선의 팔색조 매력에 의존해서 겨우겨우 한 회를 때우려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일주일이나 쉬었으면서... 이쯤 되면 최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그래도 명색이 ..
영화나 드라마는 물론이고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즌2가 만들어진다는 자체가 일단 시즌1의 엄청난 성공을 증명하는데, 그보다 뛰어넘는 작품을 비슷한 포맷으로 만들어낸다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죠. 그렇다고 포맷이 완전히 바뀐다면 굳이 시즌2라고 명명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요. 따라서 웬만한 프로그램의 시즌2는 전작만큼 인기를 끌지 못한 채 오히려 시즌1의 명성마저 깎아먹는 망작이 되거나, 간신히 흉내만 내는 수준에서 그치다가 조기 종영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패밀리가 떴다2' 정도가 있겠군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시즌1을 뛰어넘는 시즌2를 찾아보기 힘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 시즌2는 아무래도 극소수의 특별한 경우에 해당되지 않을까 싶군요..
그러잖아도 갈 길이 바쁜데 95~96회에서 별 의미 없는 에피소드를 끼워넣으며 주춤거리는 것을 보고 저는 몹시 황당했습니다. 무심히 보는 프로그램이라면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가겠지만, '하이킥'에는 각별한 애정을 지닌 만큼 실망도 컸습니다. 특히 95회에서는 윤계상의 과거 에피소드가 나온다 해서 무척 기대가 컸고, 게다가 최다니엘이 카메오로 출연한다 하니 잔뜩 설레며 기다렸었죠. 어쩌면 과거 윤계상이 명인대학 병원에서 쫓겨난 이유가 밝혀진, 그 완벽했던 24회보다도 퀄리티가 더욱 높을 거라 기대했는데, 어쩌면 그렇게도 뜻밖의 유치함과 허망함으로 뒤통수를 칠 수 있을까요..;; 그래도 마지막 자존심까지 버리고 학교로 돌아갈 만큼 김지원을 향한 짝사랑에 올인하는 안종석(이종석)의 순수함 때문에 허..
오늘 포스팅은 제목부터 비속어가 난무하니 참으로 면목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녀석들의 통통 튀는 개성과 특징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바로 저 두 가지인 듯 싶어서요. 인터넷 검색으로 정확한 뜻을 찾아보니 '호구(虎口)'는 명사로서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이라고 나와 있군요. 그리고 '싸가지'는 원래 '싹수'의 비속어로서 올바른 언어로 사용하려면 '싹수가 없다'라고 서술어와 연결시켜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어느 사이엔가 '싸가지'는 그 자체만으로도 어떤 사람을 지칭하는 독립적인 단어가 되어버린 느낌이네요. 대충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 예의와 염치가 없는 사람' 정도로 해석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재 '하이킥3'의 캐릭터상으로 보면, ..
백진희의 취중 고백을 받은 윤계상이 과연 어떤 방식으로 그녀의 마음을 거절할지, 사실은 그것이 궁금했었습니다.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거절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니까요. 그런데 윤계상이 어떤 제스처를 취하기도 전에, 백진희 본인이 먼저 나서서 모든 상황을 정리해 버렸군요. 이렇게 될 거라는 생각은 못했었는데... 조금은 씁쓸하고 서글픈 생각이 듭니다. "저는 원래 아무나 쉽게 좋아하고, 아무한테나 쉽게 고백해 버리는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부담 갖지 마세요" 라고 진희는 계상에게 말하는군요. 자기의 사랑이 얼마나 깊고 진심어린 것이었는지를, 왜 그녀는 끝내 들키지 않으려고 했던 걸까요? 이제 와서 무슨 자존심 때문에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머지않아 먼 길을 떠나야 하는 그 ..
저는 언제나 윤지석(서지석)과 박하선 커플의 해피엔딩을 확신했지만, 그래도 결혼은 엔딩 무렵이 되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했습니다. 워낙 속도가 느려서 말이죠. 그런데 박하선이 마음을 열자마자, 언제 머뭇거렸냐는 듯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지금의 연애전선을 보면, 의외로 결혼이 빨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게다가 애써 주변에 숨긴다고 숨기는데, 둘 다 어설프기 짝이 없습니다. 교무실에 마주 앉아 티나게 띵동띵동 문자를 주고받고... 수시로 둘이 눈 마주치며 웃고... 하물며 모든 이의 시선이 집중된 시상식장에서 보란듯이 수신호로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고... 이러면서 남들이 눈치 못 채길 바랍니까?;; 제가 보기에 이건 차라리 동네방네 광고하는 수준이에요. 동굴 속에서 데이트하며 시시덕거리는 모습이 양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