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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내가 기억하는 연애 프로그램의 시초는 1994년에 시작되었던 MBC '사랑의 스튜디오'였다. 당시 나는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왔던 한동준의 '사랑의 마음 가득히'라는 노래에 반해서 끝없이 반복해 듣곤 했었다. "때로는 누군가 그리웠던 적도 있었지~ 그렇게 혼자만 있던 시간은 이제는 안녕~ 때로는 누군가 가슴에 품고 싶었었지~ 외롭게 보냈던 지난 날들은 잊고만 싶어~ 언제나 내 곁에서 날 위로해 줄~ 그 누군가가 필요한 거야~" 지금 들어도 참 좋은 이 노래의 가사는 사랑을 기다리는 마음의 간절함과 외로움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는 비범한 재능을 갖춘 젊은 연예인들이 '강호동의 천생연분'이나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 등의 연애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폭넓게 알리기 시작했다. '비'라..
가녀린 몸매에 하얀 면사포를 쓴 채 '화장을 고치고'를 열창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한없이 애절했다. 힘 있고 카랑카랑한 고음 속에는 연인과의 이별 후 재회를 갈망하는 여인의 애틋한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운 나쁘게도 지각없는 방청객이 흘린 스포를 먼저 접했던 시청자들을 제외한다면, 단언컨대 하얀 면사포 속 '미스터리 도장신부'의 정체가 남자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치렁치렁한 면사포 가면을 벗어던진 '도장신부'가 짧은 머리카락을 휙휙 털어내릴 때, 다소곳한 여인이 갑자기 터프한 청년으로 변신하는 광경을 눈앞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그대로 얼어붙지 않을 수 없었다. '위대한 탄생' 시즌1의 우승자로서 한창 활발히 활동하던 가수 백청강은 어린 나이에 직장암 판정을 받고 2년 동안이나 ..
'꽃보다 할배'를 시작으로 '꽃보다 누나'를 거쳐 '꽃보다 청춘-페루 편'까지 이어져 오는 동안 '꽃보다~' 시리즈를 향한 대중의 반응은 온통 열광과 감탄과 호평뿐이었다. 그런데 '꽃보다~' 시리즈의 최종편이라고 알려진 '꽃보다 청춘-라오스 편'에서 뜻밖에도 시청자의 날선 반응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비록 처음 생겨난 잡음이고 시리즈도 거의 다 끝나가는 참이니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겠지만, 꼭 한 번만으로도 '꽃보다~' 시리즈의 완벽했던 명성에 흠집을 남기기는 충분하다 싶을 만큼 대중의 분노는 거세고 뜨겁다. 진짜 문제는 그 분노가 일부 트집잡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방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다수의 시청자가 공감할 수밖에 없을 만큼 타당한 이유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다. 라오스 방비엥 시내에서 천연..
'꽃보다 청춘' 40대 팀의 페루 여행은 역시 제목답게 '청춘'의 진정한 의미를 추구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다음 주부터는 20대 진짜 청춘들의 라오스 여행이 시작되겠지만, 뜨거운 청춘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그들보다는 오히려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청춘의 실체에 더욱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40대 청춘 3인방 윤상, 유희열, 이적은 페루 여행의 마지막 날 부푼 꿈을 안고 새벽녘에 쿠스코의 숙소를 나섰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손꼽히는 마추픽추의 절경을 감상하기 위해서였다.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마추픽추 행 버스터미널은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드디어 고대하던 마추픽추 정상에 도착... 그러나 100일 중 95일 동안은 맑은 날씨를 자랑한다는..
사람은 누구나 다르다. 100명이면 100명 제각각 모두 다르다. 같은 것을 보고도 저마다 생각이 다르며, 같은 상황에 처했어도 저마다의 느낌과 대처 방식이 다르다. 그러므로 힘든 상황이나 특수 상황에 처했을 때 해당 인원 모두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기대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될 일이다. 더욱이 TV 프로그램에는 필히 '갈등 유발자'가 있어야만 그 재미가 배가된다. 여행 예능의 귀재 나영석 PD가 '꽃보다...' 시리즈를 기획하며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도 사실은 '갈등 유발자'의 존재 설정이었다. 그는 분명 갈등을 일으키는 존재이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을 지니고 있어야 했다. '꽃보다 할배'에서는 백일섭, '꽃보다 누나'에서는 윤여정, 그리고 이제 '꽃보다 청춘'에서는 윤상이 ..
지난 주에 방송된 '남자, 여자를 만나다' 편에서는 '남자의 자격'의 오랜 숙원(?)이던 김국진의 공개맞선이 드디어 이루어졌습니다. 지금은 종편으로 갔지만 신원호 PD가 '남격'을 맡고 있을 때부터 대놓고 욕심내던 프로젝트가 김국진의 소개팅이었죠. 2010년 11월 당시, 김성민과 이정진의 소개팅 미션을 기획한 것도 원래는 김국진을 노린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김국진은 느닷없이 불가마 위에라도 올려진 듯 화들짝 놀라면서 극구 사양을 했습니다. 그 때 PD와 동료들이 합심해서 너무 심하다 싶을만큼 김국진을 몰아붙이는 모습을 보고 저는 매우 불쾌한 심정이 들었지요. 타인의 사생활에 해당하는 부분을 너무 지나치게 간섭하고, 심지어 당사자가 그토록 거북해하는데도 마구 강요하다시피하는 그 태도들이 보기에 좋지 않았..
나날이 더해가는 설렘과 불안함에 가슴 졸이며 기다렸던 것에 비해서는 어처구니 없을 만큼 허무하고 김새는 결말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 하나 확실하게 결정된 것 없이 엉거주춤하게 멈춘 상태에서 열린 결말로 처리해 버리다니...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엔딩이니까 이것도 나름대로 역습이라 해야 할까요?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안내상의 새로운 사업 '안스월드'는 야심찬 첫발을 내딛었지만 아직 성공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박하선이 미국에서 돌아옴으로써 서지석-박하선 커플의 앞날에는 강력한 청신호가 켜졌지만, "미안해요, 너무 늦어서..." 라는 박하선의 마지막 대사 뒤에 또 어떤 말이 이어졌을지 모르기 때문에 해피엔딩을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지만 어쩌면 이별 통보였을지도 ..
부제 : 윤계상의 고백과 김지원의 눈물, 가슴 미어지는 엇갈림의 시간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처럼, '하이킥3'의 결말도 아직은 알 수가 없습니다. 미국에 계신 박하선 어머니의 상태가 갑자기 안 좋아짐으로써, 윤지석-박하선 커플의 미래도 장담할 수는 없게 되었군요. 당장 미국으로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아버지의 전화는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게 했는데, 그렇다고 지하커플에게 위기가 닥쳤다고 단정짓기도 어렵습니다. 박하선의 부모님이 굳이 반대하실 만큼 윤지석이라는 인물에게 큰 결함이 있는 게 아닌 이상, 오히려 어머니의 건강 악화는 두 사람의 결혼을 바짝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보면 그렇더군요. 결국 이적의 아내는 반전없이 백진희로 확정되었습니다. 그녀는 이적과 얽히는 에피소드..
지나치다 싶을 만큼 순조로운 진행이 오히려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현재, '하이킥3'는 마지막 3회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원래 마지막회가 될 뻔했던 120회의 내용 또한 순조로운 진행에서 벗어남이 없더군요. 강승윤과 안수정의 러브라인은 승윤의 생일을 맞이하여 큰 보폭으로 한 걸음 전진하였고, 백진희는 그토록 원하던 광고회사에 합격하여 정든 보건소와 박하선네 집을 떠났습니다. 현재까지 '짧은 다리의 역습'이라는 제목에 가장 걸맞는 행보를 보여주는 인물은 바로 백진희가 되겠군요. 드디어 경제적인 독립을 시작했을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누군가에게 얽매이지 않고 지극히 자유로우며 자율적인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충분히 사람을 오해하게 만들 법한 윤계상의 오버스런 친절 행각은 오늘도 계속되었습니다. ..
오랜만입니다. 이러다가는 훌쩍 건너뛰고 마지막회 리뷰나 쓰게 되지 않을까 했는데 좀 일찍 돌아왔습니다. 몇 분이라도 반겨 주신다면 다행이겠네요..^^ 종방이 다가올수록 우리는 점점 지쳐서 받아먹을 힘도 없는데, 스텐레스김이 던지는 떡밥은 점점 커져만 가니, 그걸 일일이 쫓아다니다가는 꽥~ 맞아 죽을지도 몰라요. 저는 이제 아무리 탐스러운 떡밥이 던져져도 일단 슥~ 피하고 볼 생각입니다. 김병욱은 116회의 엔딩에 "삶은 참 불가측하다. 그래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것도 예측할 수가 없다..." 라는 이적의 의미심장한 나레이션을 삽입함으로써 모든 애청자를 공포의 도가니에 몰아넣었지만, 저는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제 눈에는 떡밥 티가 너무 심하게 났거든요. 며칠 후면 다시 만나게 될 윤지석(서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