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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이장일이 김선우의 뒤통수를 내리치고 벼랑에서 밀어 바다로 떨어뜨리던 그 충격적인 명장면은, 두 명품 아역들이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선물이었습니다. 저는 그 장면을 보며 정말 소스라치게 놀랐었지요. 임시완의 눈빛이 갑자기 정신나간 것처럼 변해서 몽둥이를 들고 이현우의 뒤를 바짝 쫓아갈 때만 해도 "설마... 설마..." 했는데, 한 번도 모자라 두 번씩이나 선우의 머리를 몽둥이로 있는 힘껏 내리치는 장일의 모습이 너무도 뜻밖이었던 이유는, 첫 회의 프롤로그에 등장했던 선우와 장일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프롤로그에서 이장일(이준혁)은 마치 절대악을 응징하려는 정의로운 검사처럼 진노식(김영철) 회장을 찾아가 총구를 겨누었습니다.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면 진노식은 이미 김선우(엄태웅)..
김선우(엄태웅)가 시력을 회복한 후의 모습으로 이장일(이준혁) 앞에 나타나 본격적인 복수의 서막을 알렸으니, 앞으로는 엄태웅의 동공 연기를 더 이상 볼 수 없을 듯합니다. 이장일과 이용배를 불러내서 마치 "내가 돌아왔다!"고 선포라도 하듯이 보여주었던 섬뜩한 그 연기가 마지막이었나봐요. 스토리의 흐름이나 설정으로 봤을 때는 어째서 그와 같은 만남이 필요했는지 썩 납득이 안 가는데, 아마도 시청자들로 하여금 다시 한 번 그 소름돋는 연기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주려 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엄태웅의 맹인 연기는 단지 동공뿐만 아니라 온 몸과 표정에서부터 생생히 전해져 오는, 명품 중의 명품이었습니다. 오래 전, 안재욱의 데뷔작이었던 '눈 먼 새의 노래' 이후 더 이상의 맹인 연기를 볼 수는 없을 ..
주인공 김선우와 라이벌 구도를 이루는 역할이니, 이장일이라는 캐릭터가 근본적으로 아주 선한 인물일 수는 없었습니다. 김선우의 선량함이 부각되면 될수록, 상대적으로 이장일은 악역일 수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요즘의 악역은 예전과 달리 무척이나 매력적이지 않습니까? 나쁜 짓을 하더라도 충분히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려 고뇌하는 모습은 연민을 불러 일으킵니다. 언제나 흔들림 없이 선량한 주인공보다, 오히려 야누스적인 내면과 역동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악역 캐릭터에 많은 시청자는 열광하곤 하지요. 이장일은 분명 그런 캐릭터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드라마 '적도의 남자'에서 동정의 여지가 없는 '악의 축'은 따로 있었습니다. 중견탤런트 김영철이 연기하고 있는 진노식 회장이 그 인물이죠. 그러..
2012년 3월21일 수요일, 공중파 3사에서 일제히 새로운 수목드라마가 방송되며 제2차 대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제1차 대전에서는 MBC의 '해를 품은 달'이 싱거울 만큼 큰 편차로 경쟁작들을 따돌리며 압승을 차지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2차 대전의 결과가 더욱 궁금합니다. 제가 선택한 1순위는 KBS '적도의 남자'이고, MBC '더킹 투하츠'가 그 뒤를 잇습니다. '더킹 투하츠'도 놓치기는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 꼬박꼬박 볼 생각인데, 아무래도 SBS '옥탑방 왕세자'까지 욕심내기는 힘들 것 같군요. '적도의 남자'는 김인영 작가가 2008년 화제작 '태양의 여자'를 남성 버젼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첫방송을 볼 때는 '태양의 여자'보다는 김지우 작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