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이영하 (4)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드라마를 보면서 이렇게 느닷없는 충격으로, 갑자기, 생각지도 않은 눈물을 흘려 본 적이 있었던가 싶습니다. '오작교 형제들'은 처음부터 지나치게 막장스런 내용들이 많았고, 지금도 몇몇 설정에 있어서는 그 막장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에, 높이 평가하지도 않고 늘 대충 보면서 딴짓이나 하곤 했었는데, 무심히 보다가 갑작스레 흐르는 눈물은 저 자신을 무척이나 당황시켰습니다. 한 여자아이의 사랑이, 밀고 당기기 따위는 할 줄도 모르는, 어린애처럼 순수한, 사랑 오직 그 하나밖에 모르는 듯한, 안하무인 철딱서니 공주님을 어느 새 희생적인 천사로 변화시켜 버린 그 사랑이, 정말 대책없는 그 사랑이 저를 울려 버렸습니다. 솔직히 백자은(유이)의 캐릭터가 처음부터 호감으로 다가왔던 것은 아닙니다. 아빠는 실종되..
'막장'이라든가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등의 수식어를 줄줄이 달고 다니는 드라마 작가가 몇 명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서영명, 문영남, 임성한 등이 그렇습니다. 이들의 드라마에는 참으로 기이한 공통점이 있는데, 방송될 때마다 논란이 그치지 않고 호평보다는 악평이 자자한데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동시간대 1위를 놓치지 않을 정도로 높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서영명과 문영남의 작품은 제 취향에 맞지 않아서 거의 안 보았고, 임성한의 작품은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며 좋은 시선으로 보았기 때문에, 그 동안 저의 사전에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의 인생 최초로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가 생겼으니 바로 구현숙 작가의 '불굴의 며느리'입니다. 한동안은 너무 짜증나서 시청을..
막장 없는 일일드라마, 따스한 가족드라마를 만들겠다던 초반의 포부는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맨 처음 계획은 시누이 김연정(이하늬)과 올케 오영심(신애라)이 한 남자 문신우(박윤재)를 사이에 두고 연적이 되는 거였지만, 오현창 PD는 그 설정이 막장스럽다 하여 삭제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할 거라면 차라리 처음부터 작가의 계획대로 진행하는 편이 나았을 거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아직 두 커플이 모두 결혼에 골인한 것은 아니지만, 이변이 없는 한 문진우(이훈)와 한혜원(강경헌) 커플에 이어, 오영심과 문신우 커플도 결혼하게 될 것 같습니다. [한혜원이라는 여자는 정말 운이 좋군요. 귀여운 딸 비비아나(박민하)의 덕을 많이 봤다고 해야겠죠?ㅎㅎ] 그런데 특히 메인 커플인 문신우와 오영심은 시청..
원래 KBS 주말연속극은 그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잘 안 보는 편인데, 최근 사소한 계기가 있어 '오작교 형제들'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원래는 초반에 흘러나온 스포일러를 들어 보니, 막장도 이런 저질 막장이 없겠다 싶어서 절대 안 보려고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직접 시청한 느낌은 의외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어느 쪽에 초점을 맞추고 보느냐에 따라서 이것은 가족드라마의 탈을 쓴 최악의 막장드라마일 수도 있고, 외로운 아이들의 슬픈 사랑 이야기일 수도 있겠더군요. 저는 후자 쪽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습니다. 정의감에 넘치고 융통성 없는 열혈 형사 황태희(주원)와 철부지 된장 소공녀 백자은(유이)의 사랑 이야기로 말입니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로서 공중파 드라마의 첫 주연을 맡았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