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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첫 회부터 제 눈을 사로잡은 김윤후(박해수)가 2회부터 거의 나오지도 않는 단역 수준으로 전락하면서 (물론 훗날에는 승려 장군이 되어 큰 활약을 한다지만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님) 저는 조금씩 '무신'에 대한 관심을 잃어갔습니다. 무엇보다 주인공 김준(김주혁)의 캐릭터에 별다른 공감이나 몰입이 되지 않았거든요. 게다가 무슨 격구시합 이야기를 그렇게 오랫동안 질질 끄는지, 이환경 사극 특유의 지루함이 초반부터 느껴지더군요. 결투 장면이 길게 이어지는 것은 전적으로 남성들 취향일 뿐, 그런 걸 좋아하는 여성은 드물거든요. 예를 들어 유난히 전투씬이 많았던 '반지의 제왕2'를 극장에서 볼 때, 저는 그 시끄러운 와중에도 쿨쿨 자고 있었다죠. 하지만 그래도 포기하긴 아쉬워서 띄엄띄엄 보고 있었는데, 드디어 격구시..
태어나기도 전부터 미운 오리 새끼가 되어 버린 '1박2일' 시즌2가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첫방송을 본 후 시청자들의 소감은 극과 극으로 나뉘는 양상인데, 개인적으로 제 느낌은 나쁘지 않더군요. 물론 초보 제작진의 미숙함이 곳곳에서 드러나는 것이 좀 불편하긴 했지만, 기존 '1박2일'의 포맷이 워낙 잘 짜여져 있는지라 조금씩만 변형시키면 되기 때문에, 당분간 큰 문제는 없을 듯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간의 염려를 모으던 새 멤버들의 역량은 오히려 예상보다 훌륭한 편이었습니다. 모두들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고 나온 듯, 벌써부터 저마다 특정한 캐릭터가 잡히기 시작했어요. 1. 김승우 일단 큰형님 김승우는 좀 엉뚱한 캐릭터입니다. 자칭 예민해서 잠이 없는 편이고 잠자리를 옮기면 더욱 잠 못드는 사람이라 주..
평소와 별다를 것 없는 '1박2일'이었습니다. 그들은 언제나처럼 황당한 미션을 수행하러 뛰어다녔고, 여느 때처럼 잠자리 복불복 게임을 했습니다.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오히려 다른 날보다 더욱 잔잔하고 평화로웠지요. 마당에서 스태프들과 족구 시합이라도 벌였다면 좀 더 요란 뻑적지근한 마지막 게임이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냥 좁은 방 안에서 멤버들끼리 서로를 붙잡으러 다니는, 평범한 좀비 게임을 했을 뿐입니다. 심지어 유일한 이벤트였던 영화관에서의 깜짝 팬미팅도, 그저 팬들이 보내준 케이크 두 개만 놓고 조촐하게 치렀습니다. 화려함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던, 그 어느 때보다도 소박하고 평범했던 마지막 여행... 어쩌면 가장 '1박2일'다운 마무리였습니다. 하긴 100회를 맞이했을 때도 특집 방송은 커..
드디어 5년 동안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1박2일'의 마지막회가 시작되었습니다. 굳이 시즌1의 마지막회라 규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시즌2가 어떤 형태로 시작될지는 모르지만, 아무리 '1박2일'의 이름을 이어받았다 해도 그것은 이미 새로운 예능일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정들었던 '1박2일'은 이것으로 마지막입니다. 많이 서운하고 아쉽지만 그저 회자정리(會者定離)라 여기며 받아들이려 합니다. 마지막회인 만큼 미션 하나 하나마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자 노력한 제작진의 정성이 엿보이더군요. 41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해장국집... 32년째 운영되고 있는 케이블카... 무려 40년 동안 쉼 없이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 정읍의 유일한 영화관까지, 모두 과거에서 현재로 변함없이 이어져 내려온 공..
정식 발표는 2월 중순에 될 거라고 하지만, 사실상 '1박2일' 시즌2의 새 멤버가 이미 확정되었다는 기사가 났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소식통에 의하면 새로 합류할 멤버는 김승우, 성시경, 주원의 3명이고 기존 멤버 중에는 엄태웅, 이수근, 김종민이 잔류한다고 합니다. 이승기와 은지원의 하차는 이미 결정된지 오래라고들 하더군요. 게다가 나영석 PD를 비롯한 제작진 또한 시즌2에 합류하지 않고 모조리 새로운 인물들로 바뀐다 하니 아무래도 우려가 커지긴 합니다. 특히 나영석 PD가 빠진 '1박2일'은 상상도 하기 힘든터라, 그 이름으로 계속 불러도 되는 걸까 하는 의문마저 생기네요. 실질적 에이스 역할을 해 왔던 이승기와 은지원의 하차도 치명적입니다. 강호동의 잠정 은퇴 후, 나영석 PD와 손발을 맞추며 '..
사실 저는 연말마다 각 방송사에서 개최되는 연기대상이나 연예대상 등의 시상식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평소 TV 연예에 관심이 많고 드라마와 예능을 무척 좋아하지만, 저 같이 평범한 시청자 입장에서 시상식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을 언제부턴가 하기 시작했거든요. 어차피 그들만의 공간에서 그들끼리 북치고 장구치는 일...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동료들끼리 서로 힘내라고 격려하는 차원에서 1년에 한 번씩 여러가지 상을 만들어 골고루 나눠갖는 것... 시상식을 그런 정도로 인식하면서, 저는 그들이 만들어낸 드라마나 예능 등의 작품을 즐기면 그뿐이지, 누가 상을 받고 안 받는 문제까지 신경쓸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예외적으로 좀 뒤늦은 관심이 생기더군요. KBS 연예대상에서 '1박2일'..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꾸며진 '강심장'은 화려한 게스트로 가득했습니다. 예능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여배우 김현주와 삼촌들의 로망 아이유, 훤칠한 비주얼의 이정진과 류태준 등 훈남들까지 함께 한 자리였지요. 하지만 그들이 야심차게 털어놓은 이야기보다, 어떤 스쳐 지나가는 한 장면이 제 마음속에 남았습니다. 방송이 시작될 무렵, 언제나처럼 고정 패널들의 엽기적인 분장쇼가 짧게 펼쳐졌습니다. 사람을 한껏 기괴한 모양으로 꾸며놓고 웃음을 주는 것인데, 주로 정주리와 신동이 희생양(?)이 되곤 했지요. 개인적으로 제 생각에는 재미도 없고 민망할 뿐이어서 그 코너를 없앴으면 하는 바램도 있지만, 오히려 그게 아니면 방송 내내 한 번도 주목받지 못하고 앉아 있어야 할지도 모를 희생양들의 입장에서는 가장 고맙고 소중한 코..
"임금이 태평한 태평성대를 보았느냐? 내 마음이 지옥이기에, 그나마 세상이 평온한 것이다!" 세종(한석규)의 이 대사를 듣는 순간, 제 머릿속은 텅 비워지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의 드라마 내용은 그저 건성으로 보아 넘겼을 뿐입니다. 한글을 기습적으로 반포하려던 세종의 계획은 한 발 앞선 밀본의 폭로로 인해 수포로 돌아갔고, 자기 민족의 글자를 갖는 것이 스스로 오랑캐가 되는 길이라 여기던 사대부들은 세종에게 격렬한 저항을 시작했습니다. 설상가상 한글에 관련된 연구 자료들을 몰래 옮기려던 광평대군과 소이(신세경)는 밀본에게 납치까지 당하지만, 모든 집착을 내려놓고 혼자 멀리 떠나려던 강채윤(장혁)이 하필 그 현장을 목격하는 바람에 뜻하지 않은 구원자가 되어 줍니다. 이 일을 계기로 강채윤도 결국 세종의 사..
'1박2일 - 답사여행' 편에서 이승기의 '너우동' 쇼를 보는 동안 저는 거의 웃음이 나지 않았습니다. 보통 입수라고 해봤자 물에 첨벙 들어갔다가 곧바로 나오는 게 보통이었죠. 밖에 나오면 곧바로 코디들이 달려들어 커다란 수건 등으로 몸을 감싸주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승기의 '너우동'은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상체의 맨살을 드러내 놓고 찬물을 끼얹어 가며 한참이나 연기를 하는데, 그 몸에서 아지랑이처럼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것을 보니 살짝 울컥하는 마음까지 생겨났습니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감기에 걸리기 딱 좋은 상황이었으니까요. 강호동의 잠정 은퇴 후, 이승기는 갑작스레 '1박2일'과 '강심장'의 메인 MC가 되었습니다. 예능 스케줄 자체가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
이승기의 단독 진행으로 두번째 진행된 '강심장'에는 이경실과 조혜련을 비롯한 강한 컨셉의 여자들이 많이 출연했습니다. 이름하여 무슨 '강한 여자 스페셜'이라는데, 개인적으로는 정말 이번 주 방송의 컨셉 자체가 무척 맘에 들지 않더군요. 뭐 그건 그렇고, 이경실은 출연하자마자 폭탄 발언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MC 이승기가 먼저 반갑게 인사하면서 조언을 구했지요. "제가 오늘 단독 MC 두번째 녹화입니다. 오늘 어떻게 해야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요?" 그러자 이경실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 너무 죽는소리 하시네요. 이미 잘 하고 있다고 많은 분들이 인정을 하시던데... 호랑이 밑에서 호랑이 나오지 여우가 나오겠어요?" 이 말을 들었을 때도 약간 고개를 갸웃하긴 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았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