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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무려 18년 전에 방송되었던 청춘시트콤 '뉴 논스톱'의 멤버들이 다시 모였다. MBC스페셜에서 '청춘다큐 다시 스물'이라는 이름으로 '뉴 논스톱 동창회'를 기획했기 때문이다. 그 시절의 풋풋한 청춘 신인들은 어느 덧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중견 연기자들이 되었고, 각자의 스케줄로 바쁜 상황이었음에도 (한 명을 제외하고는) 살아있는 모두가 기꺼이 한 자리에 다시 모여서 즐겁게 과거를 회상했다. 극 중 배역도 그랬지만 실제 배우들도 모두 20대 초반의 청춘들이었던 '뉴 논스톱'은 그들의 추억 속에 '청춘' 그 자체로 남아 있었다. 다만 그 청춘의 기억은 아름다운 만큼이나 혼란스러웠고 찬란했던 만큼이나 아픈 것이었다. 정돈되지 않은 불안함과, 또래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고달픔과, 제각각의 아픔들..
새로운 문화를 접할 때면 누구나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아무 준비도 없는 상태로 낯선 문화와 급격히 맞닥뜨리게 된다면 그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19세기 조선에는 서양을 비롯한 외국 문명들이 거센 파도처럼 밀려 들어왔고, 변화의 속도에 적응하지 못한 조선인들은 대혼란에 빠져들었다. 별다른 거부감 없이 남의 것을 쉽게 받아들이고 모방하는 일본인들과 달리, 조선인들은 독창적인 만큼 고집이 세고 남의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뜨거운 불과 차디찬 물이 만나는 것처럼, 전통적인 우리 고유의 패러다임과 새로운 서양의 패러다임이 격렬하게 부딪쳤고, 사람들은 마치 한 몸으로 두 인생을 겪는 것처럼 고통스럽고 힘겨운 시간들을 감내해야만 했다. 드라마 '조선총잡이'는 바로 그 시대를 살아간 우리 선조들의 이야..
SBS 아나운서 배성재가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 촬영 중 고달픔을 표현했다. 배성재는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원래 체력이 약하지는 않은데 완전히 바닥난 느낌이다. 비탈진 곳에서 뛰어다니다 보니 무릎을 굽히지 못하겠더라. 하지만 다른 멤버들이 일을 하니 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멤버들에게는 "이제까지 살아오면서는 군대가 제일 힘들었던 것 같은데 정글과는 비교가 안된다. 거긴 아무리 힘들어도 잠은 재운다. 그런데 여기는 첫 날 아예 잠을 못 잤다"고 하소연했다. 아마존에서의 마지막 밤, 둘러앉아 회포를 푸는 멤버들은 대부분 힘겨운 일정을 마쳤음에 뿌듯해하는 표정이었지만 배성재는 줄곧 웃음기 없이 지친 표정이었다. "힘들어도 시간은 빨리 가지 않았느냐?"고 예지원이 물었지만, 배성재는 정색을 ..
영화 '권법'에 캐스팅되었던 배우 여진구가 느닷없이 일방적 하차 통보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으나 여진구를 대신하여 캐스팅 물망에 오른 인물이 바로 김수현이라는 소식을 더해 들으니 결국은 제작사측의 욕심 때문 아닐까 싶다. 김수현은 최근 '별에서 온 그대'가 중화권에서 큰 인기를 끌며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고, 영화 '권법'은 CJ엔터테인먼트와 중국 국영 배급사 차이나필름그룹 등이 공동 투자 및 제작 배급을 맡은 작품이므로 충분히 김수현을 욕심냈을 법하다. 하지만 캐스팅되었던 배우에게 일방적 하차를 통보한 무례함은 최악의 결과를 불러왔다. 이미 김수현 측에서도 "부담스러워서 못 하겠다"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니 어찌 낭패가 아닐소냐! '권법'은 '웰컴 투 동막골'의 박광현 감독이..
요즘 '1박2일' 제작진이 심기일전하여 프로그램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듯하다. '런닝맨'이 단순한 게임의 무한 반복으로 지루해져 가는 동안 '1박2일'은 매번 새로운 기획으로 흥미를 더하는 중이다. 멤버들이 각자 3명씩의 친구를 데려왔던 '친구 특집'도 나름 재미있었지만, 특히 이번 주에 방송된 '캠퍼스 24시'는 다른 예능에서 본 적 없는 신선한 기획이었다. 멤버들은 경북대(유해진, 이수근, 주원), 카이스트(엄태웅, 차태현), 전남대(김종민, 성시경)로 파견되어 자유롭게 캠퍼스 생활을 체험했다. 학교마다 특색과 분위기는 달랐지만, 젊은 대학생들이 뿜어내는 열정과 활기찬 에너지는 모두 같았다. 2008년 방송분이었나, 문득 '1박2일' 시즌1에서 이수근, 은지원, MC몽이 느닷없이 충주..
사실은 초반부터 김서현(김새론) 캐릭터를 편애하던 터라 8~9회 방송에 많은 기대를 했습니다. 주인공 심하나(김향기) 못지 않은 의리와 정의감을 지니고도 친구들과 좀 더 격의없이 어울리거나 진심으로 가까워지지 못하게 만드는 김서현의 트라우마가 무엇일지 궁금했거든요. 알고 보니 서현이 아빠는 2년 전의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되고 말았는데, 하필 그 날은 서현이가 전국 경시대회에서 상을 타던 날이었다죠. 원래는 의사인 엄마가 시상식에 오려고 했지만 응급환자 때문에 발이 묶였고, 뒤늦게 소식을 들은 아빠는 급히 딸을 축하해 주러 가다가 사고를 당했던 겁니다. 물론 아빠의 사고가 자기 때문도 엄마 때문도 아니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죄책감을 억누를 수 없었던 서현이는 그 날 이후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왔습니다..
MBC의 새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은 방송 전부터 여러모로 기대되는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경성 스캔들'을 집필한 진수완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믿음이 갔습니다. 원작소설이 아무리 재미있다 해도 드라마로 변형시키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면 망작이 되기 십상인데, 진수완 작가라면 안심해도 될 듯 싶었거든요. '해를 품은 달'은 1년 전쯤 방송되어 인기를 끌었던 '성균관 스캔들'과 마찬가지로 정은궐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사극입니다. 하여 일각에서는 '해품달'을 가리켜 '경복궁 스캔들'이라 부르기도 하더군요..ㅎ저의 개인적 느낌으로는 '성스'보다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로열패밀리'에서 '공순호' 역할을 맡아 소름끼치는 연기를 보여주었던 김영애가 다시 한 번 강력한 악역으로 돌아왔습니다. ..
누구인들 쉬운 길로 가고 싶지 않았을까요? 누구인들 모두가 칭찬하고 박수갈채 치는 방향으로 가고 싶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쉬운 선택을 한 사람들을 탓할 수 없는 이유는, 나 자신부터가 그런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진짜 좋은 작품과 인기 많은 작품이 꼭 같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또한 진정한 명작 예술품과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작품이 같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문외한도 다 아는 원칙을 그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베테랑이 모를 리가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대다수에게 칭찬받고 시청률을 높이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지, 김병욱 PD가 모를 리는 없습니다. '하이킥3'는 유난히 초반부터 대중의 관심이 높았고, 또 그만큼 질책도 심한 작품입니다. 김병욱은 언제나 그렇듯 자기 고집대..
여주인공 세령(문채원)은 이제 슬슬 민폐 캐릭터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승유(박시후)의 형수와 조카딸 아강이는 노비의 신세가 되어 원수의 일당 중 한 명인 온녕군(윤승원)의 집에서 일하게 되는데, 세령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 가엾은 모녀를 구해 승법사로 피신시킵니다. 역적의 수괴로 몰린 김종서(이순재)의 가족을 도왔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다른 사람이라면 죽을 위기에 처할 것이나, 수양대군(김영철)의 딸인 세령으로서는 자신의 안위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었지요. 하지만 어쨌든 이 정도의 활약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령은 더 이상 민폐 캐릭터가 아님을 증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김승유를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자기 목에 칼을 들이대고 죽겠다는 협박(?)으로 아비를 설득하려던 모습도..
원래 사극을 좋아하는 저이지만 최근 들어 새삼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현대물에서는 '약한 남자'도 매력적으로 그려질 수가 있지만 사극에서는 절대 '약한 남자'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신분이 낮은 사내라도 상관없고, 심산유곡에 은거하는 선비라도 상관없습니다. 반드시 권력을 휘두를 수 있어야만 강한 남자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곤경에 처했을 때 스스로 비범한 능력을 발휘하여 그 상황을 타개해 나갈 정도의 능력은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속수무책으로 주저앉은 채 모든 비극의 소용돌이를 홈빡 뒤집어쓰고 만다면, 그 무력한 모습으로는 어떤 공감도 이끌어낼 수 없습니다. 현재 방송 중인 '계백'과 '공주의 남자'에서는 매력적인 남성 캐릭터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초반이라서 그럴 것입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