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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사극 이미지가 강했던 중견배우 최수종이 오랜만에 현대극으로 돌아온 작품이 '하나뿐인 내 편'이다. 죽어가는 아내의 병원비를 구하기 위해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강수일(최수종)은 수십 년간의 복역을 마치고 출소했지만, 성장한 딸 김도란(유이) 앞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살아간다. 살인자에 전과자인 생부의 존재가 도란의 인생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해만 끼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의 법칙이 늘 그렇듯 모든 등장인물들의 운명은 계속 엮이게 된다. 강수일은 봄앤푸드 왕진국 회장(박상원)의 운전기사로 고용되고, 김도란은 왕회장의 장남 왕대륙(이장우)과 결혼하게 되는 것이다. 설상가상 왕대륙의 차남 왕이륙(정은우)과 결혼한 장다야(윤진이)는 강수일이 과거 살해했던 남자의 딸이다. 이렇게 한 집안에서..
최근 '연애의 발견' 뉴스를 보다가 누군가 써 놓은 댓글을 발견했다. 하진(夏盡)은 여름이 다했다는 뜻이고 태하(太夏)는 큰 여름, 즉 영원한 여름이라는 뜻이니 결국 '한여름'은 '남하진'을 떠나 '강태하'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었다. 과연 정현정 작가는 그런 의미를 담고 캐릭터의 이름을 지었던 것일까? 꽤나 설득력 있다고 생각했는데 종영을 하루 앞둔 15회에서 끝내 남하진(성준)과 결별하는 한여름(정유미)의 모습을 보니 왠지 더욱 확신이 생긴다. 사실 나는 드라마가 시작된 초반부터 한여름이 강태하(에릭)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유는 같은 여자로서 한여름이 행복해지길 바랐기 때문이다. 깜찍한 여우짓이 얄밉긴 했지만 그래도 여자가 불행해지는 건 싫었다. 물론 현재 연인인 남하진도 ..
드라마 '연애의 발견'이 전파를 타기 시작한 이후 가장 뜨거운 화제를 일으킨 것은 여주인공 한여름(정유미)의 러블리한 매력이었다. 살아있는 아기 토끼를 소품처럼 함부로 다루는 바람에 동물 학대 논란도 제법 일었으나, 소수의 애묘인들을 제외하면 그 부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아주 컸다고는 보기 어렵다. '연애의 발견'이라는 키워드에 연관된 대부분의 기사들은 여주인공 한여름의 캐릭터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그것을 표현하는 배우 정유미의 연기가 얼마나 훌륭한지를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초반부터 한여름이라는 여자의 캐릭터가 전혀 사랑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실제인 듯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이는 정유미의 연기는 칭찬할만했으나, 캐릭터 한여름에게는 도대체 무슨 장점이 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남주인..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신사의 품격'이라는 드라마를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 나름대로 재미는 있지만 저의 감성과는 도통 맞지 않는 편이라서요. 이 작품뿐만 아니라 김은숙 작가의 남녀 주인공은 사랑을 한답시고 매번 지나치게 오버를 떨어대서 몰입이 힘들었기에, 제 시선은 언제나 잔잔하고 현실적인 사랑을 하는 서브남 쪽으로 기울곤 했었지요. 달리 서브남 캐릭터가 존재하지 않는 '신품'에서는 최윤(김민종)의 포지션이 비교적 그런 쪽에 가까웠습니다. 예상했던 그대로, 저는 여전히 김도진(장동건)과 서이수(김하늘)의 사랑에 몰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다 큰 아들이 나타났다는 신파적인 상황이라든가, 그래놓고 뭘 잘했다고 먼저 잔인하게 이별을 통보하는 남자의 모습이라든가, 볼수록 짜증만 솟구치는 경우가..
이건 뭐 40대 남성들의 사랑 이야기라는데, 무슨 10대 소년들의 첫사랑보다도 유치하기 짝이 없네요. 김도진(장동건)이 서이수(김하늘)에게 하는 행동은 꼭 유치원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여자아이의 치맛자락을 들추고 냅다 도망가는 (일명 아이스케키..;;) 짓거리와 별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게다가 여주인공 김하늘은 매회 점점 더 심해지는 오버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데, 솔직히 너무 오글거려서 닭이 될 지경입니다. 제가 원래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를 선호하는 취향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다른 때보다 특히 정 붙이기가 힘드네요. 형식만 부부일 뿐 '제비와 사모님'에 지나지 않는 이정록(이종혁)과 박민숙(김정난)의 이야기도, 코믹한 껍데기로 둘러싸 놓기는 했지만 그 내면을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역겨운 악취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