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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고영욱이 박하선에게 선물한 것은 클립을 이용해서 직접 만든 빨강 하트 목걸이였습니다. 그 하트 모양의 펜던트가 걸려 있는 목걸이 줄 역시 길거리에서 파는 대략 천원짜리 쇠줄이었죠. 박하선은 그것을 꼬박꼬박 목에 걸고 다니는데, 금속 알레르기 때문에 목덜미가 빨갛게 부풀어오르고 극심한 가려움에 계속 긁적거립니다. 그 모습을 본 윤지석(서지석)은 안타까운 마음에 목걸이를 빼라고 하지만, 박하선은 정성이 깃든 선물이라며 절대 빼지 않으려 합니다. 긁다 못해 피부가 벗겨질 지경이 되어서도 목걸이를 빼지 않으려는 박하선을 보면서 그녀를 짝사랑하는 윤지석의 안타까움은 더해만 가고, 급기야 수업 시간에 교사가 수시로 목을 긁어대면 안되니까 잠깐 빼놓고 박하선이 자리를 비운 사이 윤지석은 문제의 목걸이를 풀밭으로 던져..
저는 '하이킥3'를 오래 전부터 학수고대해 왔고, 출발하면서부터는 남다른 애정과 열정으로 시청하기 시작했습니다. 기대 이하의 시청률이나 세간의 이런저런 혹평들도 상관없었습니다. 지난 10여년간 줄곧 김병욱 시트콤의 광팬이었다는 이유만으로도 설명되지 않을 만큼, 이번 작품에 대한 저의 기대와 신뢰도는 그만큼 높았습니다. 화장실이며 엉덩이, 속옷, 노출 등의 소재가 허구헌날 등장하는 것은 충분한 비판의 대상이 될만했고, 저 역시 다른 작품이었다면 어김없이 볼멘소리를 늘어놓았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겉으로 보이는 자극적인 장면들 속에 김병욱 PD가 말하고자 하는 날카로운 진실이 숨어 있다고 믿었으며, 눈에 불을 켜고 찾아서라도, 머리에 쥐나도록 생각해서라도 그 숨겨진 주제를 찾아내어 칭찬해 주고 싶..
세상엔 참 많은 종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음이 약해서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렇지 않게 거절을 잘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후자의 관점에서 보면 전자의 태도가 무척이나 이해되지 않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러한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자기 주관을 뚜렷이 세우도록 교육받는 남성들에 비해, 타인에게 순종하고 봉사하며 살아갈 것을 교육받아 온 여성들에게서 그런 경향이 더 많이 나타납니다. 시대가 변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찾아보면 그런 사람이 은근히 적지 않아요. 이른바 '착한여자 콤플렉스'입니다. '하이킥3'의 박하선 캐릭터는 '착한여자 콤플렉스'의 전형적인 성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타인이 아무 이유 없이 무리한 부탁을 하거나 자신의 일을 떠넘겨도, 박하선은 ..
박하선과 고영욱의 커플 만들기가 본격화되면서, 시청자 게시판과 해당 기사의 댓글들은 온통 비난 일색입니다. 대부분의 의견은 호감형 캐릭터 박하선과 비호감 캐릭터 고영욱이 연결된다는 사실이 몹시 짜증난다는 반응이고,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이제부터 '하이킥3' 시청을 미련없이 접겠다고까지 하면서 분노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26회를 보고 나니 마음이 좀 편안해지더군요. 지금껏 김병욱 시트콤의 역사상, 이렇게까지 부자연스럽고 억지스런 커플 만들기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이 두 사람의 러브라인은 진짜가 아닐 가능성이 100%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윤지석(서지석)과 고영욱이 아슬아슬하게 횡단보도에서 반대 방향으로 스쳐 지날 때는 가슴이 철렁했었습니다. 25회의 내용을 한 마디로 간추린다면 '윤지석..
이제껏 안수정(크리스탈)의 캐릭터는 약간 위태롭긴 했어도 나름대로 귀여웠습니다. 매사에 너무 이기적인 면이 있어서 좀 눈살이 찌푸려질 때도 있었지만, 예쁜 얼굴과 특유의 발랄함으로 상쇄시킬 수 있을만한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비록 안내상의 캐릭터는 밉상이지만, 그래도 자기 가족을 책임지지 못하게 된 가장으로서의 쓰라린 심경은 짐작할 수 있을진대, 매사 무뚝뚝한 태도로 불만 가득한 표정을 하고 다니는 아들 안종석(이종석)보다는, 항상 웃는 얼굴과 살살 녹는 애교로 아빠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는 딸 수정이가 더 기특한 자식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파산으로 인한 충격은, 내내 운동만 하다가 갑자기 공부로 전향할 수밖에 없었던 종석이가 훨씬 더 크겠지만요. 다락방을 혼자 차지하겠다며 그악스럽게 굴 때가 제 눈..
김병욱의 '하이킥' 시리즈에는 언제나 '삼촌'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이 '삼촌'들은 하나같이 훤칠한 외모의 싱글남으로서 멜로의 중심을 담당했고, 더불어 20~30대 젊은층의 입장을 대변하는 캐릭터였습니다. 그런데 '하이킥3'에는 특이하게도 삼촌이 두 명이나 등장합니다. 저는 처음부터 그 점이 매우 의외였고, 도대체 두 명이나 되는 삼촌 캐릭터를 어떻게 겹치지 않도록 조화시키며 이끌어 나갈 것인지가 매우 궁금했습니다. 일단 '거침킥' 최민용과 '지붕킥' 최다니엘의 계보를 이어가는 삼촌 캐릭터는 윤계상입니다. 까칠민용, 시크지훈과 달리 윤계상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의 따스한 남자로서 성격은 전혀 딴판이지만, 시트콤 전체를 장악할 만큼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며 여성 캐릭터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윤계상-김지원에 이어 또 하나의 러브라인이 예고되었습니다. 언뜻 보면 박하선-윤지석(서지석)의 러브라인 같지만, 정확히는 박하선-고영욱의 러브라인입니다. 이미 공홈의 인물관계도에 명시되어 있는 관계이므로, 맨 마지막에 반전이 있을지는 몰라도 초반에서 중반까지는 이 러브라인의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 저는 인물관계도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가장 불가사의하다고 생각했던 러브라인이 박하선-고영욱 커플이었습니다. 박지선-줄리엔강 라인도 좀 뜻밖이긴 했지만, 이들은 어차피 감초 역할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코믹하고 재미있는' 커플로 만들면 오히려 가장 시트콤에 어울리는 조합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박하선은 제가 보기엔 여성 캐릭터 중의 핵심이라고 할만합니다. 나름 코믹한 면도 있지만, ..
'하이킥3 - 짧은 다리의 역습' 제3회... 사기를 당해서 쫄딱 망한 안내상네 식구들은 당숙의 집에 의탁하러 경주까지 갔는데, 어이없게도 당숙이 오래 전에 죽었음을 알게 되었지요. 일가족 네 명은 무일푼으로 길바닥에 널부러진 채 배고픔에 시달리다가, 경주에서 제일 큰 한의원집 아들 강승윤을 만나 피자 한 판을 얻어먹습니다. 원래 부자였던 사람들로서는 엄청나게 굴욕적인 상황이지만, 그저 코믹하게 처리되는 바람에 큰 비애가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이 가족들은 천성적으로 그닥 자존심이 강하거나 심각한 타입은 아닌 모양입니다. 현재까지의 느낌으로는 모두들 푼수떼기라고 할만큼 즉흥적이고 주책맞은 편이며, 또한 최악의 상황에서도 별 고민 없는 듯 상당히 긍정적이군요. 어쨌든 살 길이 막막해진 이들은 결국 윤유선의..
김병욱 PD의 신작 '하이킥3 - 짧은 다리의 역습' 1회가 드디어 방송되었습니다. 일단 제 느낌에는 전작인 '지붕뚫고 하이킥'보다 훨씬 밝은 분위기로 출발했다는 점에서 약간 마음이 놓입니다. '지붕킥'은 제가 몹시 사랑했던 작품이긴 하지만, 솔직히 시트콤 치고는 너무나 분위기가 무겁고 마음이 아파서 보기가 조금은 힘들었거든요. 하지만 이번엔 그 정도까지는 아닐 것 같습니다. 비록 아빠(안내상)가 친구에게 사기를 당해서 잘 살던 집이 삽시간에 폭삭 망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들은 여전히 4인 가족이 함께이고, 비록 힘을 잃은 부모지만 그래도 엄마 아빠가 아이들 곁에 있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앞으로 외삼촌(윤계상)의 집에서 살게 될 예정입니다. '지붕킥'의 출발은 이보다 훨씬 열악했지요. 갓 스무살의 신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