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유재석 (69)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브라운관에서는 참 보기 어려웠던 영화감독들이 게스트로 출연하신다 해서 기대감을 갖고 '놀러와'를 시청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제 의견을 말한다면 전체적으로 유익하고 재미있는 방송이긴 했는데, 한 사람의 지나친 폭주만 아니었다면 족히 두세배는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 사람은 바로 '라이터를 켜라'의 감독 장항준이었습니다. 지금 어떤 예능에 고정출연하고 계신다기에 너무 황당해서 방송이 끝난 후 검색을 통해 찾아 보았더니 '야행성'에 출연중이시더군요. 제가 '야행성'을 본 적이 없어서 몰랐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야행성'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시는지 모르지만, 솔직히 '놀러와'에서는 최악의 게스트였습니다. 스스로 "방송을 좀 안다."고 말씀하셨는데 과연 장항준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방송이란 어떤..
제가 꾸준히 챙겨보는 드라마는 아니지만, 그래도 재방송이나 다시보기를 통해서 맥을 놓지는 않고 있는 드라마 '부자의 탄생'입니다. 그런데 저는 처음부터 계속 지현우보다 남궁민이 더 눈에 들어오는군요. 요즘 '부탄'에서 남궁민은 점점 더 비열한 악역으로 탈바꿈해 가고 있습니다. 길게 늘어뜨린 앞머리 뒤에서 음험하게 번뜩이는 눈빛이 섬찟할 지경이지요. 사실 처음 등장할 때부터 다크 프린스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기는 했지만 이렇게 대놓고 악역을 수행하게 될 줄은 몰랐었는데 조금은 뜻밖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저는 그가 좋군요. 선은 날카롭지만 인상은 부드러운 얼굴과 나직한 목소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니컬한 매력...ㅋㅋ 역할로 봐서는 도무지 예뻐할 수 없는 추운석이건만, 남궁민 때문에 미워할 수도 없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무한도전'을 보았습니다. 한때는 저도 '무한도전'의 애청자였는데, 언제부턴가 조금씩 멀리하게 되더니 한동안 시청하지 않고 있었거든요. 이제 와 생각해 보니 '무한도전'이 만만치 않은 중량감의 메시지를 담기 시작하면서부터, 예능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저의 개인적 취향과는 조금씩 어긋났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예능을 보면서 그저 가벼운 웃음으로 일상의 무게와 고통을 날려버리고 싶어했던 저에게는 그 묵직한 메시지들이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도 같아요. 어쩌다가 참으로 오랜만에 시청하게 된 '무한도전'은 F1 특집이었습니다. 차량에 대한 지식이 전무(全無)한 저로서는 대체 F1이 무엇인지를 인식하기 위해서도 설명을 대충 들어서는 안되고 주의 집중이 필요하더군요. "확실히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에는 약간..
2월이 시작되던 첫날,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에는 매우 특별한 손님들이 자리했습니다. 수십년째 라디오의 인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세 명의 '라디오 퀸'... 여성시대'의 양희은, '싱글벙글쇼'의 김혜영, '지금은 라디오 시대'의 최유라였습니다. 양희은씨는 간혹 TV나 공연 등에서도 얼굴을 볼 수 있었지만 김혜영씨와 최유라씨는 목소리만 익숙할 뿐 얼굴은 보기 어려운 연예인들이었지요. 정말 귀한 만남이었습니다. 저도 학창시절에는 라디오를 많이 들었었지요. 시간이 되면 기다렸다는 듯 주파수를 맞추고,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공부를 하면서도 발가락을 까딱까딱하며 박자를 맞추던 일들이, 이제 저에게는 추억 속으로 사라졌는데 그분들에게는 여전한 현실이더군요. 참으로 신기하고 반가웠습니다. 양희은씨는 지금도..
'1박2일' 안동편에서 그들은 다시 OB팀과 YB팀으로 나뉘어졌습니다. 김종민의 합류로 7명의 홀수가 됨으로써 가장 염려되었던 부분이, 3:3 복불복이 불가능해졌기에 멤버들끼리의 경쟁구도를 볼 수 없어서 긴장감이 떨어졌다는 점이었는데, 의외로 쉬운 해결책을 찾아냈더군요. 시민들 또는 스탭들과 함께 하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OB팀은 기존대로 강호동, 김C, 이수근으로 구성되고, 김종민은 은지원, MC몽, 이승기와 더불어 YB팀에 포함시켰습니다. 3:4로는 공정한 게임을 진행할 수 없으므로 OB팀은 각 게임마다 시민 또는 스텝을 4명씩 섭외하고 YB팀은 3명씩 섭외하여 각팀 총인원을 7명으로 만들어 진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놓고 보니 간단해 보이지만, 이 방식을 생각해 내기까지 얼마나 머리를 쥐..
MBC 연기대상의 사회를 이휘재가 맡은 것은, 적어도 이번에는 실패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휘재라는 연예인을 꽤 좋아하는 편이었습니다. 팬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사회자로서 평소에 보여주던 그의 진행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으며, 깔끔하고 신사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이바람' 이라는 부정적 이미지 또한 절반 이상이 컨셉일 거라고 생각했으며, 다소 그런 면이 있다 하더라도 미혼의 남성으로서 그다지 흠잡힐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의 연기대상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은 실망스럽기 이를데 없었습니다. 그간 제가 생각해 왔던 그의 긍정적인 이미지는 거의 모두 와장창 깨져 버렸습니다. 큰 행사의 진행을 맡았다고 해서 무조건 고품격으로 무게를 잡아야 하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어제 29일 방송된 MBC 연예대상에서 버라이어티 부문 여자 최우수상은 이경실에게 돌아갔습니다. 그녀의 수상 소감은 그야말로 역동적이었습니다. 강력한 웃음과 강렬한 눈물이 어우러졌거든요. 큰 소리로 엉엉 울면서도 할 말 다 하고, 그 말들의 내용은 재치로 흘러넘쳐, 보는 사람들은 눈물로 얼룩진 그녀의 얼굴을 보며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그녀와 친분을 나누고 있는 동료들은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하더군요. 이경실의 수상 소감이 끝나고, 시상자였던 박미선이 했던 멘트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울면서 웃기는...... 우리 개그맨들의 모습 그대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경실,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선덕여왕'의 미실이 떠올랐습니다. 이경실은 국내의 개그우먼들 중, 가장 드센 이미지..
개인적으로 이번 주에는 '1박2일보다 '패밀리가 떴다'가 재미있었습니다. 1박2일의 주된 에피소드는 이른바 '등산팀의 공금횡령'을 둘러싼 추격전 및 토론이었는데 별로 공감이 되지 않더라구요. 언제부터 1박2일 멤버들이 그렇게 원칙을 따졌다고 새삼스럽게들 그러는지 ㅎㅎ 이번에는 아무래도 방향을 좀 잘못 잡았던 것 같아요. 그에 비해 '패떴'에는 뉴패밀리로 김현중이 출연했던 분량이 방송되었는데, 비록 신종플루 감염 이전에 촬영된 분량이긴 했지만 한동안 그의 건강을 염려했던 탓인지 그의 환한 미소가 더욱 반갑게 느껴졌답니다. 한 때 같은 소속사의 선후배였다는 이효리와 김현중의 투 샷은 매우 정감있고 아련하게 다가오더군요. 하조대로 나란히 걸어 올라가는 그 둘을 보면서 저는 왠지 '가을동화'가 생각났습니다. 어..
1박 2일 예천편 2부를 보면서 문득 강호동의 캐릭터가 예전과는 거의 180도로 달라져 있음을 발견하였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달라진 것이 아니라 조금씩 천천히 변해 왔기 때문에 뚜렷하게 인식을 못 했었는데, 한자쓰기 문제를 풀면서 3년 전 '1박 2일'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었던 프로그램 '준비됐어요'의 한 장면이 나오더군요. 그 순간 예전의 강호동은 분명 지금 같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3년, 아니 2년 전까지만 해도 강호동은 카리스마와 폭력(?)으로 군림하는 캐릭터였습니다. 그것은 유재석과 콤비를 이루어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리기 시작했던 '공포의 쿵쿵따' 시절부터 그의 이미지였지요. 항상 당하는 약자 유재석과 약자를 괴롭히는 악당 강호동의 조합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그 이후로도 쭉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