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안종석 (29)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나날이 더해가는 설렘과 불안함에 가슴 졸이며 기다렸던 것에 비해서는 어처구니 없을 만큼 허무하고 김새는 결말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 하나 확실하게 결정된 것 없이 엉거주춤하게 멈춘 상태에서 열린 결말로 처리해 버리다니...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엔딩이니까 이것도 나름대로 역습이라 해야 할까요?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안내상의 새로운 사업 '안스월드'는 야심찬 첫발을 내딛었지만 아직 성공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박하선이 미국에서 돌아옴으로써 서지석-박하선 커플의 앞날에는 강력한 청신호가 켜졌지만, "미안해요, 너무 늦어서..." 라는 박하선의 마지막 대사 뒤에 또 어떤 말이 이어졌을지 모르기 때문에 해피엔딩을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지만 어쩌면 이별 통보였을지도 ..
부제 : 윤계상의 고백과 김지원의 눈물, 가슴 미어지는 엇갈림의 시간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처럼, '하이킥3'의 결말도 아직은 알 수가 없습니다. 미국에 계신 박하선 어머니의 상태가 갑자기 안 좋아짐으로써, 윤지석-박하선 커플의 미래도 장담할 수는 없게 되었군요. 당장 미국으로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아버지의 전화는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게 했는데, 그렇다고 지하커플에게 위기가 닥쳤다고 단정짓기도 어렵습니다. 박하선의 부모님이 굳이 반대하실 만큼 윤지석이라는 인물에게 큰 결함이 있는 게 아닌 이상, 오히려 어머니의 건강 악화는 두 사람의 결혼을 바짝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보면 그렇더군요. 결국 이적의 아내는 반전없이 백진희로 확정되었습니다. 그녀는 이적과 얽히는 에피소드..
지나치다 싶을 만큼 순조로운 진행이 오히려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현재, '하이킥3'는 마지막 3회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원래 마지막회가 될 뻔했던 120회의 내용 또한 순조로운 진행에서 벗어남이 없더군요. 강승윤과 안수정의 러브라인은 승윤의 생일을 맞이하여 큰 보폭으로 한 걸음 전진하였고, 백진희는 그토록 원하던 광고회사에 합격하여 정든 보건소와 박하선네 집을 떠났습니다. 현재까지 '짧은 다리의 역습'이라는 제목에 가장 걸맞는 행보를 보여주는 인물은 바로 백진희가 되겠군요. 드디어 경제적인 독립을 시작했을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누군가에게 얽매이지 않고 지극히 자유로우며 자율적인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충분히 사람을 오해하게 만들 법한 윤계상의 오버스런 친절 행각은 오늘도 계속되었습니다. ..
오랜만입니다. 이러다가는 훌쩍 건너뛰고 마지막회 리뷰나 쓰게 되지 않을까 했는데 좀 일찍 돌아왔습니다. 몇 분이라도 반겨 주신다면 다행이겠네요..^^ 종방이 다가올수록 우리는 점점 지쳐서 받아먹을 힘도 없는데, 스텐레스김이 던지는 떡밥은 점점 커져만 가니, 그걸 일일이 쫓아다니다가는 꽥~ 맞아 죽을지도 몰라요. 저는 이제 아무리 탐스러운 떡밥이 던져져도 일단 슥~ 피하고 볼 생각입니다. 김병욱은 116회의 엔딩에 "삶은 참 불가측하다. 그래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것도 예측할 수가 없다..." 라는 이적의 의미심장한 나레이션을 삽입함으로써 모든 애청자를 공포의 도가니에 몰아넣었지만, 저는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제 눈에는 떡밥 티가 너무 심하게 났거든요. 며칠 후면 다시 만나게 될 윤지석(서지석..
전작들에 비해 큰 이슈를 불러일으키지 못했음에도 '하이킥3'의 연장이 결정되었습니다. 비록 3회에 불과하지만, 최소한 방송국 내에서 버린 자식 취급을 받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은 증명된 셈이라, 나름 기뻐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좋을까요? 웬만하면 최선을 다해서 변호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건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습니다. 연장의 이유는 못다한 이야기가 많아서라던데, 현재의 진행을 보면 연장은 커녕 조기 종영을 해도 모자랄 판입니다. 이야기가 완전히 바닥나서 억지로 무의미한 에피소드를 짜내고 있는 느낌이에요. 방패가 되어주진 못할망정 직접 나서서 돌을 던지고 싶지는 않았기에 며칠간이나 리뷰를 쉬었습니다. 하지만 뜬금없이 강승윤의 시나리오라는 명목으로 주된 내용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막장드라마 한 편을..
앞으로 김병욱 시트콤을 감상할 때는 매회마다 리뷰를 올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중입니다. 매번 리뷰를 쓰다 보니 개인적으로 두 가지 부작용이 있군요. 첫째는 너무 '하이킥'에만 빠져들어서 다른 글을 쓰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는 것이고, 둘째는 갈수록 스텐레스김의 손바닥 위에서 농락당하는 느낌이 든다는 것입니다..;; 떡밥은 점점 더 많아지는데, 그의 어장에 노는 물고기로서 받아먹지 않기에는 떡밥들이 너무나 크고 먹음직해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떡밥이라도 애써 던져주는데 매몰차게 외면하자니 좀 미안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허구헌날 판단과 예측이 바뀌며 횡설수설하게 되는군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원래 고집이 상당히 세고 초지일관하는 편인데, 이러면서 스타일도 무너지고 자존심도 구겨집니다...
박지선, 이제 보니 생각보다 참 속깊고 괜찮은 여자였군요. 툭하면 햇빛 알러지 등을 핑계삼아 자기 일을 박하선에게 떠넘기던 얌체에다가, 남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고 윤지석(서지석)을 자기가 찼다면서 SNS로 동네방네 떠들어대는 무매너에다가, 자조적인 듯하면서 은근히 오버하는 도끼병 환자에다가... 그 동안 박지선 캐릭터는 별로 좋아 보였던 적이 없는데, 갑자기 너무 어른스럽고 배려심 있는 사람으로 변하니까 좀 이상하긴 하네요. 어쩌면 일관성 없는 캐릭터 연출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109회에서의 박지선은 확실히 멋있었습니다. 특히 유치하게 다투고 있는 윤지석과 박하선을 붙잡아 놓고 학생들 가르치듯 훈계하면서 시원스레 화해시키던 장면에서의 카리스마는 정말 짱이었네요. "됐네, 이제 화해한 거지? 둘이 듀엣..
"저도 아저씨를 따라서 르완다에 가고 싶어요!" 언젠가는 김지원의 입에서 그 말이 꼭 나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장면에서 제가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할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사실은 오랫동안 설레면서 기다려 왔던 장면이었습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 어떤 표정과 목소리로 그 말을 할지가 늘 궁금했지요. 아직 신인에 불과한 김지원의 연기력에 큰 기대를 걸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김병욱이 선택한 여주인공이니까, 연기자가 좀 부족하더라도 정성껏 이리저리 고치고 다듬어서 최고의 모습으로 만들어 주리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도대체 무슨......;; 지난 번 놀이공원 에피소드 이후로 급격히 망가져 가고 있는 김지원의 캐릭터 때문에 좀 불안하긴 했지만 설마 이 정도일..
한 편의 공포영화처럼 스릴 넘치게 만들어진 105회는 나름 수작이라 할만했습니다. 짧은 분량 속에서 어쩌면 그토록 탄탄한 짜임새를 구축할 수 있는지, 새삼 김병욱 사단의 역량에 놀랄 수밖에 없는 회차였지요. 한 장면도 놓칠 수 없고 버릴 것도 없었던, 모든 장면이 암시와 복선으로 이루어졌던 24분이었습니다. 리뷰를 쓰면서 줄거리를 자세히 늘어놓는 것은 원래 제 스타일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그 섬세한 연출에 경외심을 느끼며 재미삼아 한 번 정리해 보았습니다. 조목조목 써놓고 보니 좀 길어지기는 했네요..ㅎㅎ 1. 박지선은 특별활동 영화부 지도를 맡아 자료를 검토하느라 어두운 학교 강당에서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던 중, 갑자기 불쑥 나타난 박하선 때문에 깜짝 놀란다. 서류를 찾으러 왔던 김에 박하선도 영화 관..
오래 전 '데드맨 워킹(Dead Man Walking)'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원래는 사형 제도의 부당함을 호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였는데, 사형수로 등장한 숀펜의 캐릭터가 소름끼치도록 극악무도하고 파렴치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저 개인적으로는 그 주제에 별로 공감하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팀 로빈스 감독은 무조건 한 쪽의 타당성만을 주입식으로 전달하지 않고,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면서 양쪽의 입장 모두를 관객에게 제시하려 했다는데, 저의 견해로는 객관적인 거리 유지를 너무 심하게 한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헬렌 프레장이라는 수녀가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헬렌 수녀(수잔 서랜든)는 영적 지도자로서 사형수 매튜(숀펜)의 상담을 해주고 있었는데, 영화 초반에 억울한 누명을 쓴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