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악마를 보았다 (5)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노희경 작가의 새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는 마음이 병든 사람들의 이야기다. 남녀 주인공 장재열(조인성)과 지해수(공효진)는 인기 추리소설 작가와 유능한 정신과 의사로서 빼어난 지적 능력과 출중한 외모를 지닌 선남선녀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상처로 인해 마음이 병든 그들은 행복한 삶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있다. 장재열과 지해수뿐 아니라 이 작품의 등장인물 대부분은 마음이 병든 사람들로서,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매일처럼 자기 안의 자신과 힘겹게 싸우고 있다. 타인은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자기만의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그 싸움은 매우 치열하여, 매일 아침 방문을 열고 나설 때면 피투성이가 되어 있지만 타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상처이기에, 그들은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함을 가장하며 평범한 일..
물론 모든 여성 관객에게 해당되지는 않을 것이다. 남성 못지 않게 액션과 전투씬을 즐기고, 배우 최민식을 열렬히 좋아하는 여성이라면 '명량'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평소 액션이나 전투씬을 즐기지 않고, 배우 최민식을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여성에게는 결코 추천하고 싶지 않은 영화가 '명량'이었다. 일단 전투씬이 너무 길다. 광활한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전투씬은 제법 장관을 이루어 상당한 제작비와 공을 들였음이 느껴지지만, 신기한 눈으로 감탄하며 지켜보는 것은 처음 몇 분에 지나지 않고 후반에는 무척 지루하게 느껴진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드라마적 스토리를 즐기기 때문에 전투씬은 그저 스쳐지나가는 스토리의 일부로 인식할 뿐인데, '명량'은 대략 70~80% 가량이 해상 전투씬으로 채워져..
'무사 백동수'에서 흑사초롱의 살수 '인'(박철민)이 검선의 딸 황진주(윤소이)를 납치해서 무차별 폭행하는 장면이 방송되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이 드라마를 안 본지가 오래 되었고 앞으로도 볼 생각이 없습니다. 그리고 폭행 장면에 대한 저 기사를 본 후로는 일찍부터 안 보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연성 없는 스토리 전개만도 참기 힘든 수준이었는데, 저런 장면까지 봐야 했다면 정말 끔찍했을 거예요. 그럼에도 굳이 안 보는 드라마에 관해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저의 한 가지 신념을 주장하고 싶어서입니다. 여자를 납치해다가 밧줄로 꽁꽁 묶어 놓고는, 무술을 익힌 남자가 저항할 힘도 없는 그녀의 뺨을 연거푸 때리고, 발로 수없이 퍽퍽 걷어차고, 심지어 몽둥이까지 가져다가 잔인하게 두들겨 ..
김정은의 드라마 복귀와 만만치 않은 명품 조연들의 대거 출연으로 초반부터 관심을 갖고 시청하던 '나는 전설이다'가 예상보다 너무 안일한 전개로 기대에 못 미치는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안정된 연기력과 분위기 있는 비주얼은 역시 만족스러운 수준이지만, 기본 스토리의 진행이 자연스럽게 받쳐 주지 않는 드라마를 연기자들의 활약만으로 이끌어 나가기는 어려운 법이지요. 현재 '전설이다'의 스토리는 얼핏 보기에 잘 짜여진 것 같습니다.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적어도 생뚱맞지는 않을 만큼, 각자 끌어다 붙인 이유들이 분명 존재하니까요. 하지만 필연성을 확보하기에는 그 이유들이라는 것이 너무 대수롭지 않고 단순하기 때문에, 얼개가 탄탄하게 짜여 있는 것 같으면서도 시청한 후에는 뭔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이..
관람하러 들어갈 때만 해도 은근히 자신이 있었습니다. 제가 여자이긴 하지만 그리 겁이 많은 편은 아닌데다가, 공포영화 등에는 거의 무감각할 정도로 센 편입니다. 어차피 만들어진 영상이라는 것을 알고 보는 거니까요. 충격적일 만큼 잔인하고 끔찍하다는 소문을 벌써 귀에 못박히도록 듣고 갔지만, 속으로는 "잔인해봐야 그냥 영화지, 뭐" 이렇게 오만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제대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입니다. 역시 겪어보지 않고서는 함부로 예측하면 안 돼요. 생각지도 않은 충격이 처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국정원 요원인 김수현(이병헌)의 약혼녀 장주연은 눈 덮인 한적한 지방도로를 혼자서 차를 몰고 달리다가 타이어가 펑크나는 바람에 발이 묶이게 됩니다. 견인차를 불러 놓고 기다리는 동안, 김수현과 통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