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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오랫동안 고민하고 아파했던 것에 비해 근본적 문제 해결은 허망하도록 쉽게 이루어지는 느낌이다. 자기 영혼을 팔아서라도 공씨 형제를 파멸시키고 싶어하는 듯했던 이경태의 부친(안석환)은 뜻밖에도 울며 불며 사죄하는 공준수(임주환)의 진심을 받아들였고, 죽은 아들의 복수를 위해 별다른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조용히 미국으로 돌아갔다. 동생을 위해 자기 목숨까지 버리려(...다가 말았지만)는 공준수의 희생 정신을 목격하긴 했으나, 그것만으로 완고한 노인의 피맺힌 원한이 삽시간에 풀린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결과였다.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과 친구들을 모두 외면하고 진실을 감추기 위해 죽음을 택하려던 공준수의 선택은 몹시 실망스러웠는데, 그 억지 설정이 노인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구실로 사용되니 더욱 실망스러웠다. ..
드라마 '못난이 주의보' 내에서 나인숙(이일화)의 캐릭터는 꽤나 독특하다. 현실에서는 오히려 흔한 인물일지도 모르지만, 드라마 속에서는 눈꼴이 실 정도로 열심히 튀는 중이다. 매사에 명철하면서도 너그러운 아버지 나상진(이순재) 회장, 수도승에 가까울 만큼 소탈하고 인내심 깊은 오빠 나일평(천호진) 사장, 부드럽고 순박한 성품으로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배려하는 남편 신태일(김일우) 전무... 경제력으로 대한민국 상위 1%에 속할 사람들이 인품까지 고결하니 나인숙의 가족들은 굉장히 비현실적인 무결점 캐릭터들이다. 그 와중에 나인숙 홀로 지독히 속물적이고 계산적인 데다가 머리까지 나쁘고 참을성 없는 다혈질성격이니 대체 어찌 된 일일까? 같은 피를 나누어 받고 수십년 동안이나 함께 살아가는데 어쩌면 그렇게도 다..
달콤한 사랑 이야기만 계속되던 '못난이 주의보'에 드디어 폭풍이 일기 시작했다. 하긴 어느 덧 84회에 이르렀으니 이제는 시간 끌기를 멈추고 다시 본격적인 스토리를 이어가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이번에 몰아칠 폭풍은 드라마 전체의 핵심 갈등을 다시 불러 일으키며 주인공들이 넘어서야 할 최대 고비가 될 것이다. 공준수(임주환)가 죽을 때까지 혼자 간직하려던 비밀... 사랑하는 나도희(강소라)에게도 털어놓지 않고 가슴 속 깊은 곳에 꽁꽁 숨겨 두었던 비밀은 과연 이 거센 폭풍 속에서도 지켜질 수 있을까? 하지만 아무래도 전조가 심상치 않다. 폭풍 전야의 고요함 속에 불어오는 바람이 벌써부터 소름끼치도록 차갑다. 10년 전의 살인 사건,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실수였고 불운이었다. 혈기왕성한 10대 소년들이 서..
"신주영씨는... 저기요, 라는 사람을 닮았습니다..." 공현석(최태준)의 말을 언뜻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기요'라는 별칭으로 불리우던 공상만(안내상)은 공현석과 공진주(강별)의 새아버지였고 공준수(임주환)의 친아버지였다. '저기요'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내 머릿속에는 '못난이 주의보'라는 드라마를 처음 발견했을 때의 희열이 다시 떠올랐다. 아역들이 열연하던 그 무렵의 '못난이 주의보'는 이 시대에 좀처럼 발견할 수 없는 명품 힐링 드라마로서 내 마음에 뿌듯한 만족감을 선사했던 것이다. 물론 그 이후로도 한참 동안, 10년의 복역을 마치고 세상에 나온 공준수가 운명처럼 나도희(강소라)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죽어도 이룰 수 없을 듯한 사랑에 절망하며 아파할 때까지도 감동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나도희가..
역시 120부작은 무리였던 걸까요? 명품의 향기를 풍기던 '못난이 주의보'가 늘어지는 전개로 침몰하기 시작했습니다. 별다른 스토리의 진전 없이 이곳 저곳에서 줄창 모두들 연애 놀음만 하는데, 그 연애 놀음에서 아무런 설렘이나 매력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죠. 우선 공준수(임주환)와 나도희(강소라) 커플부터 말해 본다면, 공준수가 자신의 살인 전과를 고백하고 나도희가 그것을 받아들인 후부터 이들의 러브라인은 예전의 설렘과 애틋함을 거의 잃었습니다. 제 생각엔 두 사람의 이미지에 어울리지도 않는 반말을 시작한 것이 돌이킬 수 없는 화근인데요. 계속 존대하면서 약간은 서로를 어려워하는 모습도 남겨 두었더라면 지금처럼 긴장감 제로의 상태가 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보거든요. 갑자기 나도희가 "연인끼리 반말하는 건 ..
원래는 같은 시간대의 경쟁작을 보느라 놓쳤었는데, 워낙 평판이 좋길래 뒤늦게 보기 시작했다가 푹 빠져버린 드라마입니다. 1회부터 20회까지 한꺼번에 정주행한 후, 21회부터는 본방사수를 하고 있죠. 주중 일일드라마인데다 방송 시간대가 이른 편이라 꼬박꼬박 챙겨 보기가 쉽지는 않지만, 정말 보기 드물게 아름답고 흠잡을 데 없는 작품이라 시청한 후의 만족감이 남다른 편이에요. 정지우 작가의 드라마 중 '가문의 영광' 이라든가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 등은 정말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나는데, 현재 집필 중인 '못난이 주의보'는 작가 특유의 따뜻한 휴머니즘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작품이라 여겨지는군요. 솔직히 제목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 의미는 충분히 와 닿습니다. "이토록 아름답고 사랑스런 못난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