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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어차피 몇 시간 후면 알게 될 일인데, 굳이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기왕지사 해 오던 일이니 끝까지 굳세게 삽질(or 헛발질)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에 또 짧은 글을 끄적대기 시작합니다. '하이킥3' 122회를 본 사람들은 모두가 서지석-박하선 커플의 이별을 믿고 있을까요? 여전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한 사람은 저 혼자뿐이었을까요? 지석-하선이 공항에서 보여준 애끓는 이별은 '거침없이 하이킥'의 최민용-서민정 커플의 이별과 무척이나 닮아 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표정부터 분위기까지 너무 똑같으니, 마치 배우만 바꿔서 재연드라마를 찍은 것 같은 느낌마저 들더군요. 그렇다면 민용-민정이 이별했던 것처럼 지석-하선도 이별하는 게 정말 맞는 걸까요? 하지만 ..
"저도 아저씨를 따라서 르완다에 가고 싶어요!" 언젠가는 김지원의 입에서 그 말이 꼭 나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장면에서 제가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할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사실은 오랫동안 설레면서 기다려 왔던 장면이었습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 어떤 표정과 목소리로 그 말을 할지가 늘 궁금했지요. 아직 신인에 불과한 김지원의 연기력에 큰 기대를 걸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김병욱이 선택한 여주인공이니까, 연기자가 좀 부족하더라도 정성껏 이리저리 고치고 다듬어서 최고의 모습으로 만들어 주리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도대체 무슨......;; 지난 번 놀이공원 에피소드 이후로 급격히 망가져 가고 있는 김지원의 캐릭터 때문에 좀 불안하긴 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생각해 보면 스텐레스김은 가난한 사람의 캐릭터를 멋지게 그려주었던 적이 거의 없습니다. '똑바로 살아라'에서도 가장 가난한 박영규가 가장 찌질한 못난이였죠. 손윗 동서 노주현의 집에 얹혀살고 있는 처지에 툭하면 병원 공금을 횡령하고 온갖 비리를 저지르는 등 민폐 행각이 장난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가진 자' 노주현이 너그러운 아량으로 늘 용서해주며 데리고 살았죠.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는 없겠지만, 어쩌면 그와 같은 설정은 현실적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극심한 가난은 사람의 마음조차 척박하게 만들어 버리니, 인간으로서의 품위나 사회적 정의 따위를 챙길 여유가 없겠지요. 스텐레스김의 특별한 사랑을 받았던 캐릭터, '지붕킥'의 신세경 한 사람을 제외하면 가난한 사람들은 대부분 찌질하게 그려졌습니다. 이번 ..
오늘 포스팅은 제목부터 비속어가 난무하니 참으로 면목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녀석들의 통통 튀는 개성과 특징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바로 저 두 가지인 듯 싶어서요. 인터넷 검색으로 정확한 뜻을 찾아보니 '호구(虎口)'는 명사로서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이라고 나와 있군요. 그리고 '싸가지'는 원래 '싹수'의 비속어로서 올바른 언어로 사용하려면 '싹수가 없다'라고 서술어와 연결시켜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어느 사이엔가 '싸가지'는 그 자체만으로도 어떤 사람을 지칭하는 독립적인 단어가 되어버린 느낌이네요. 대충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 예의와 염치가 없는 사람' 정도로 해석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재 '하이킥3'의 캐릭터상으로 보면, ..
김병욱 시트콤의 애청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하이킥 시리즈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 중에도 가장 발칙한 공통점이라면 언제나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삼촌과 조카가 연적(戀敵)이 된다는 것입니다. 삼촌은 대략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사이의 엘리트 훈남이고, 조카는 고등학생이거나 갓 스물의 청춘입니다. 이들의 관계에서는 당연히 아직 어리고 기반을 갖추지 못한 조카가 절대적인 약자입니다. 언제나 조카는 그녀에 대한 짝사랑으로 혼자 가슴이 타들어가지만, 무심한 삼촌은 한 번도 그것을 눈치조차 채지 못합니다. 참으로 기묘한 삼각관계죠. 세 번의 하이킥 시리즈를 통틀어, 저는 한 번도 조카의 사랑을 응원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들의 짝사랑이 아무리 순수하고 예쁘게 그려져도, 그저 청춘의 ..
120부 예정으로 시작되었으니, 77회까지 방송된 현재 시점에서는 43회가 남았군요. 아무래도 너무 긴 듯합니다. 100회 정도면 충분할 듯한데 말이죠. 사실 지금까지 달려오는 와중에도 쓸데없는 에피소드가 적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총 80부작 정도로 타이트하게 꾸며도 좋았을 것입니다. 그러면 괜히 이런저런 불필요한 사족을 끼워넣지 않아도 되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방송 여건상 그게 쉽지 않았겠죠. 이런 상태라면 스텐레스 김의 고집과 능력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진정한 걸작은 탄생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앞으로 남은 시간의 많은 부분을 괴로움과 지루함 속에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76~77회를 보면서는 한숨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아, 지붕킥의 악몽이 다시 시작되는구..
예전의 리뷰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하이킥3'의 백진희는 '지붕뚫고 하이킥'의 황정음을 그대로 이어받은 캐릭터입니다. 그녀들은 전형적인 88만원 세대, 가난한 청춘이지만 언제나 밝은 얼굴로 힘차게 살아가는 아가씨들이죠. 그런데 제가 '지붕킥'에 빠져있을 당시 리뷰를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아시겠지만, 저는 그 예쁘고 사랑스런 황정음을 무척이나 싫어했더랬습니다. 초반에 어필되었던 된장녀스런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기 때문입니다. 쇼핑 중독으로 인해 스스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씀씀이를 자랑하던 황정음은, 하다못해 신세경의 식모살이 첫 월급 50만원을 빌려다가 자기 카드값을 메꾸고는 그것을 갚지 못해서 이리저리 도망다니는 만행까지 저질렀습니다. 매달 날아오는 카드 청구서는 그녀에게 저승사자나 다..
비극일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지독한 비극으로 '뿌리깊은 나무'는 막을 내렸습니다. 역사적 실존 인물을 제외하고 허구로 창조된 인물들은 모두 죽음을 맞이했지요. 지난 번 리뷰에서 제가 예상했던 대로 소이(신세경)가 가장 먼저 죽음을 맞이했지만, 어차피 강채윤(장혁)의 목숨도 그리 길게 남아 있지는 않았습니다. 소이가 죽어가면서 치맛자락에 남긴 훈민정음 해례를 가슴에 품고 그녀의 유언에 따라 반포식장으로 달려온 강채윤은, 다행히 늦지 않게 도착하여 세종(한석규)의 목숨을 지켜내고 소이가 그토록 원했던 반포식을 끝까지 지켜본 후 눈을 감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오늘 리뷰의 스크롤 압박은 제 블로그 역사상 최대치입니다. 이건 뭐... 한 편의 소설이네요;;) 돌궐의 위대한 전사이며 천..
'뿌리깊은 나무'는 이제 막바지 3회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21회에서는 지금껏 생각도 못했던 처절한 비극이 살짝 예고된 듯한 느낌이 들어 제 마음을 불안하게 합니다. 광평대군(서준영)은 역사적으로도 이 무렵에 죽었다고 기록되어 있는지라, 죽음의 상황에 대한 극적인 각색은 있겠지만 어쨌든 오래 살지 못할 것을 예감했었지요. 그러나 여주인공 소이(신세경)는 세종(한석규), 강채윤(장혁)과 더불어 드라마의 처음과 끝을 책임져야 할 인물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 번도 그녀의 죽음을 예상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왠지 막판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뿌나' 리뷰의 스크롤 압박은 오늘도 계속됩니다..^^;;) 밀본의 수령 정기준(윤제문)은 세종의 글자를 막기 위해 어떠한 수단 방법도 가리..
그 동안 제가 예상한 것과는 좀 다른 방향의 러브라인이 갑자기 55회부터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예상하던 커플은 윤계상-김지원이었는데, 이 둘이 따로 떨어져서 각각 윤계상-백진희, 김지원-안종석 커플로 진행될 듯한 기미를 문득 보이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55회를 시청하면서, 오히려 저의 예상이 궁극적으로는 맞을 거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윤계상은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실없는 농담을 던지는 캐릭터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 방향이 백진희 한 사람에게로 집중되는군요. 윤계상은 백진희가 자신의 블로그에 악플을 남겼음을 다 알면서도, 일부러 기밀 자료를 빼내간 범인을 찾는다면서 짖궂게 놀려댑니다. 별로 고차원적인 수단의 장난도 아니어서 금방 눈치챌 법도 하건만, 백진희는 끝까지 눈치를 못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