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숙빈 최씨 (4)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열심히 챙겨보던 드라마는 아니지만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 종영을 앞둔 시점에서 생각하니 크게 아쉬운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장희빈의 이야기는 이제껏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즐겨 차용되었지만, 등장인물들은 언제나 구태의연하고 전형적인 캐릭터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죠. 그나마 2000년대에 들어서는 야심찬 변화의 시도가 좀 있기도 했습니다. 김혜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7대 장희빈(2002년)의 경우, 초반에는 전형적인 악녀가 아니라 진취적인 여성으로 그려지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역시 문제는 시청률 부진이었습니다. 어차피 뻔한 내용인 줄을 다 알면서 또 '장희빈 드라마'를 선택한 시청자들의 잠재의식 속에는 '악녀 장희빈'과 '선녀(善女) 인현왕후'의 첨예한 대결을 지켜보다가, 장희빈이 천벌을 받고 인..
오랜만에 '동이'를 시청했습니다. 그 동안 제가 개인적으로 '동이'라는 드라마에 갖고 있는 불만은 한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우연으로 점철되다시피 하는 미션 해결 방식도 그렇고, 줄창 현대극의 이미지를 모락모락 풍기는 한효주의 연기에도 좀처럼 적응되지 않았고, 적정선을 넘어섰다 싶은 임금 숙종의 깨방정도 차마 오글거려서 보고 있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에는 의외로 볼만하더군요. 특히 화요일에 방송된 26회는 꽤나 감동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저에게 감동을 선사한 인물은 최근에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키며 새롭게 등장한 심운택(김동윤)이었습니다. 숙종에 이어서 깨방정2라고 불리운다는 이 인물에게 솔직히 별 관심은 없었습니다. 숙빈 최씨의 실제 애인이었다는 풍문의 주인공 김춘택이 그 모델이라는 이야기도 여기..
'동이' 5회에서 드디어 여주인공 한효주의 본격적인 활약이 시작되었습니다. 4회의 엔딩에서 해금을 켜는 장면으로 잠시 모습을 비추었을 뿐이니, 5회의 초반부는 어른이 된 최동이의 인물 소개에 집중해야 할 상황이었지요. 그런데 장악원을 바쁘게 돌아다니면서 여러 악공들의 뒤치다꺼리를 해주는 동이의 모습은... 분명히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이었는데... 깊이 생각할 것도 없었습니다. 꼭 7년 전의 장금이가 돌아온 것 같았어요. 이영애가 연기했던 '서장금' 역시 굉장히 활발하고 오지랖이 넓은 캐릭터였습니다. 남의 일도 자기 일처럼 생각하며 진심으로 도와주고, 곤경에 빠진 사람을 보면 절대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그녀였지요. 그런 성격 때문에 스스로 위기에 처하는 일이 잦았으나 그래도 장금이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
"세상 어디에도 도망친 노비가 갈 곳은 없다!" 이것은 '추노'의 대사일까요? 아닙니다. MBC에서 새로 시작된 월화드라마, 이병훈PD의 사극 '동이'의 첫방송에서 나온 대사입니다. 요즘 '추노'라는 드라마에 한동안 빠져서 지내고 있던 터라, '도망친 노비'라는 익숙한 표현을 들으니 왠지 반가웠더랍니다..^^ 사실 '동이'에서 도망친 노비나 추노꾼들은 중요한 역할이 아닙니다. 그들이 잠시 등장한 이유는 이 드라마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검계(劍契)를 인상적으로 등장시키기 위함이었지요. 검계는 조선후기에 실존했던 조직으로, 학자에 따라서는 민중 저항운동 세력이라고 보기도 하지만, 대개는 단순한 반양반 세력으로 본다고 합니다. 폭력을 행동강령으로 삼으며 약탈, 살인 등을 일삼고, 스스로 자기 몸에 상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