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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국무 장녹영(전미선)은 말을 듣지 않으면 성수청을 없애겠다고 협박하는 대비 윤씨(김영애)의 명을 끝내 거역하지 못하였습니다. 남몰래 굿을 거행하여 세자빈 허연우(김유정)에게 흑주술을 거는데, 놀랍게도 그 신력은 정확히 허연우의 몸을 공격하여 급작스런 병을 일으키는군요. 별궁 은월각에서 잠들어 있던 허연우는 느닷없이 목을 졸리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앓아눕고 마는데, 성조대왕(안내상)이 파견한 어의조차 병세의 원인을 밝혀내지 못합니다. 그 비밀스런 굿판에는 민화공주(진지희)가 관련되어 있습니다. 자기가 사랑하는 허염(임시완)의 누이동생 허연우가 세자빈으로 책봉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민화공주는, 할머니인 대비 윤씨의 사주를 받아 허연우를 없애기 위한 그 굿판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 것 같군요. 대체..
세자 이훤(여진구)에게 자칫 염문이 날까 우려한 성조대왕(안내상)은 서둘러 금혼령을 내리고 세자의 혼례를 추진하기 시작합니다. 혼인 적령기에 달한 사대부가의 처녀들에게는 모두 처녀단자를 올릴 의무가 주어졌으나, 사실상 이미 세자빈은 내정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왕가의 혼례는 내명부에서 주관하는 것이고 내명부의 최고 권위자는 대비 윤씨(김영애)였기에, 허울뿐인 간택의 절차를 거쳐서 결국은 이조판서의 딸 윤보경(김소현)이 뽑힐 것임을 누구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홍문관 대제학의 딸 허연우(김유정)를 마음에 품고 있던 세자 이훤은 과감히 기존의 질서에 도전하며 자신의 사랑을 지키려 합니다. 대제학 허영재(선우재덕)의 집안에서도 갈등이 시작됩니다. 세자빈 간택 과정에서 최종 3인의 후보에까지 오른 처녀들은 ..
세종(한석규)의 한글 반포를 막으려는 정기준(윤제문)과 밀본의 계략은 일단 성공한 듯 보입니다. 반촌 노비 서용이 과거에 응시하여 장원급제를 하고 성균관 유생 박세명의 투신 자살 사건이 일어나면서, 한글에 대한 사대부의 저항은 극에 달했습니다. 반포되기도 전에 곳곳에 피가 뿌려지고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살벌한 상황에 이른 것입니다. 이토록 심각한 문제인 줄 모르고 그저 단순하게만 생각했던 강채윤(장혁)의 놀라움은 컸습니다. "모두가 글자를 안다는 것이... 그렇게 사대부를 분노케 하는 거야? 자기 목숨을 내버릴 만큼?" 역사적으로 보아도 그렇거니와 드라마의 전개 상황을 보아도 어차피 밀본은 패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이 당당하게 내세우는 대의는 사실상 근본적으로 모순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의정 이신적..
'성균관 스캔들' 5회와 6회를 온통 단조로운 활쏘기 장면으로 메꾸게 만들었던 대사례가 드디어 7회에서 끝이 났다. 역시 장원은 온갖 시련을 극복하고 악의 세력을 물리친 탕평접이었다. 탕평접이란 노론 이선준, 소론 문재신, 남인 김윤식이 함께 함으로써 당색을 뛰어넘은 팀이라는 뜻이다. 악의 세력을 대표하는 장의 하인수는 최고의 실력을 지녔으나 기생 초선에게 한눈을 팔다가 마지막 화살이 빗나가 5점에 그치고 말았다. 그리고 김윤희는 하인수의 지시를 받은 임병춘이 활시위에 온통 유리가루를 묻혀 놓은 탓에 손이 피투성이가 되고 말았으나, 초선이가 감아 준 손수건의 힘을 입어 이를 악물고 홍심을 명중시킨다. 초선이는 선견지명이라도 있었던 걸까? 필요 이상으로 오래 끌던 대사례가 이렇게 극적으로 마무리되었으니 이..
'성균관 스캔들'에서 서효림이 연기하고 있는 하효은 낭자는 매우 특이한 캐릭터입니다. 그녀는 병조판서 하우규(이재용)의 딸이며 성균관 장의 하인수(전태수)의 여동생이지요. 아버지도 오라비도 진지한 악역을 수행중인데 그녀만 등장하면 삽시간에 이 사극은 오갈 데 없는 시트콤이 되고 맙니다. 처음 등장부터 범상치 않은 포스를 자랑하던 효은은, 엄연한 사대부가의 규수가 자기 방에서 속옷 차림으로 외간남자인 이선준(박유천)과 맞닥뜨리고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노골적인 유혹의 시선을 던졌습니다. 과연 성균관의 신입을 골탕먹이겠답시고 "자기 여동생과 하룻밤을 지내고 오라"는 미션을 던져주는 그 오라비의 누이답게 가볍고 천박한 태도였습니다. 그런데 이선준은 나중에 미션 수행 실패의 책임을 묻는 선배에게 "부..
'성균관 스캔들' 4회에서는 몇 가지의 주목할 일들이 발생했습니다. 고독한 원칙주의자 이선준(박유천)과 생계형 현실주의자 김윤희(박민영)는 충돌을 거듭하면서도 차츰 '내 편'으로 가까워졌고, 주요인물이면서도 3회까지 더벅머리 휘날리며 가끔씩 얼굴 한 번씩 비춰 주시는 것이 전부였던 걸호 문재신(유아인)이 드디어 공식적으로(?)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문재신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해본다면, 저잣거리에서 부랑아로 살던 그를 볼 때는 오히려 어울리지 않는 유아인의 곱상한 외모가 마음에 들었었습니다. 그 언밸런스함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지요. 그런데 성균관에 들어와 단정하게 상투를 틀고 의관을 갖추니 이젠 오갈 데 없는 꽃미남이라, 아무리 버럭질을 하고 난동을 부려도 그 느낌이 별로 살지 않더군요. 선이 굵고 ..
'성균관 스캔들'은 고요한 밤중에 갑작스런 우뢰 소리처럼, 내 마음을 강렬하게 두드렸네. 이곳에는 치렁치렁한 도포자락에 감싸였을 망정 어린 나무처럼 싱싱한 젊음들이 가득한데, 마음껏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어나가지 못하도록 만드는 현실의 벽은 지금보다 더욱 높았다네. 하지만 어느 시대에나 젊음이란 그 자체만으로도 빛나는 무기가 아니던가! 아직 연륜이 일천하기에 가진 힘은 없지만, 이들은 당차게 기성세대와 맞서며 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고 있었다네. 1. 김윤희 (박민영) 몰락한 양반가의 장녀이며 당돌한 소녀가장이로세. 아비 김승헌이 노론의 모함을 받아 억울한 누명을 쓰고 비명횡사한 후, 가냘픈 몸으로 어머니와 남동생을 이 처자가 홀로 부양해 왔네. 아무리 가난해도 반가의 규수로서 그 차림 그대로 돈을 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