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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최웅(최우식), 그의 느낌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나는 '새털구름 같은 남자'라 부르고 싶다. 한없이 가볍고 포근하면서도 가장 높은 곳에서 눈부신 빛을 발산하는 그런 사람... 말하자면 이건 그냥 '사기캐'다. 매우 비현실적인 존재라는 뜻이다. 꿈도 욕심도 없다고 스스로 말해 온 사람, 낮에는 햇빛 아래 누워 있고 밤에는 등불 아래 누워 있는 것이 제일 좋다고, 평생 그렇게 사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하던 한심한(?) 소년... 하지만 그는 타고난 재능으로 불과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세계적인 스타 화가가 되어 있다. 그런 최웅에 비해 국연수(김다미)의 느낌은 상당히 무겁고 어둡다. 또 그만큼 현실적이기도 하다. 부모 없이 할머니와 단둘이 살며, 그러잖아도 빠듯한 생활에 얼굴도 본 적 없는 삼촌의 빚까지..
요즘 볼만한 드라마가 하도 없어서 그냥 무심히 틀어놓고 있었을 뿐, 초반에는 그닥 흥미롭게 느끼지 못했던 '풍문으로 들었소'(이하 '풍들소')가 최근 엄청나게 재미있어졌다. 갓 스무 살의 여주인공 서봄(고아성)의 캐릭터가 무섭도록 급격히 변화하는데, 그 변화의 과정을 지켜보는 맛이 제법 쏠쏠하다. 그런데 재미있기는 하지만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다는 것이 함정이다. 쫄깃한 긴장감 속에서 '풍들소' 14회를 숨죽이고 시청한 후, 내 마음속에 남은 것은 씁쓸한 감정과 묘한 두려움이었다. 서봄은 가난한 서민 가정의 둘째딸이며, 청소년 미혼모 출신의 중졸 여성이다. 19세가 되던 해 봄, 불장난같은 첫사랑으로 덜컥 임신을 한 후 고등학교에서는 자퇴를 해 버렸다. 그러나 만삭이 되어가던 어느 날, 기적과도 같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