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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김병욱 PD의 신작 '하이킥3 - 짧은 다리의 역습' 1회가 드디어 방송되었습니다. 일단 제 느낌에는 전작인 '지붕뚫고 하이킥'보다 훨씬 밝은 분위기로 출발했다는 점에서 약간 마음이 놓입니다. '지붕킥'은 제가 몹시 사랑했던 작품이긴 하지만, 솔직히 시트콤 치고는 너무나 분위기가 무겁고 마음이 아파서 보기가 조금은 힘들었거든요. 하지만 이번엔 그 정도까지는 아닐 것 같습니다. 비록 아빠(안내상)가 친구에게 사기를 당해서 잘 살던 집이 삽시간에 폭삭 망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들은 여전히 4인 가족이 함께이고, 비록 힘을 잃은 부모지만 그래도 엄마 아빠가 아이들 곁에 있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앞으로 외삼촌(윤계상)의 집에서 살게 될 예정입니다. '지붕킥'의 출발은 이보다 훨씬 열악했지요. 갓 스무살의 신세경..
한때는 매일을 행복하게 해 주던 김병욱표 시트콤을, 일주일에 달랑 1번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것은 차라리 고문에 가깝군요. '원스어폰어타임 인 생초리' (이하 '생초리')는 이제 겨우 3회까지 방송되었지만, 각각의 캐릭터는 거의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 중에도 단연 압도적으로 눈에 띄는 인물은 바로 조민성(하석진)입니다. 그런데 왠지 하석진을 보면, 김병욱의 전작인 하이킥 시리즈에서 보았던 최민용과 최다니엘의 캐릭터가 자꾸만 겹쳐서 떠오르는군요.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이 3명의 남자에게서는 적잖은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우선은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 혹은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 등의 단어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추억에도 잠길 겸 해서 이들의 흥미로운 캐릭터를 간단히 분석 비교해 보았습니다. ..
준혁(윤시윤)의 친구 세호(이기광)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소설의 내용이 '지붕뚫고 하이킥' 90회의 주요 테마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세호의 소설은 그냥 단순한 환타지 충족이라는 수준에서 머물지 않고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는 듯 하네요. 물론 좀처럼 진행되지 않는 준혁과 세경(신세경)의 러브라인을 지지하는 팬들을 위한 서비스 개념도 있었겠지만, 김병욱 PD의 시트콤은 군데군데에 세심한 복선을 깔아놓는 경우가 많으니 만큼, 이렇게 한 회차를 모조리 소비하면서까지 세호의 소설을 형상화시킨 이유를 단지 팬서비스 차원으로만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보기에 세호의 소설이 암시하는 것은, 현재 진행중인 네 청춘 남녀의 러브라인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호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 이..
2009년의 마지막 날,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허참 아저씨의 특별 출연으로 이벤트처럼 꾸며진 가족오락관을 통해 전체적으로 조성된 분위기는 화해와 화합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보사마 정보석의 활약으로 '이구동성' 퀴즈에서 승기를 잡은 이순재 옹은 모처럼 사위를 끌어안고 뽀뽀까지 하면서 예뻐해 주었고, 늘 개와 고양이처럼 앙숙이던 현경(오현경)과 김자옥 여사도 같이 게임을 하다보니 저절로 웃으며 장난을 치게 되어 조금은 가까워진 듯 했고, 이지훈(최다니엘)과 황정음 역시 게임을 통해 그 동안 쌓여 왔던 둘만의 추억들을 되새기며 미묘한 눈빛을 교환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부드럽게 흘러가는 분위기 속에, 한쪽에서는 사고(?)가 일어나고 말았군요. '입으로 종이 옮기기' 게임을 하다가 준혁(윤시..
그를 모 통신사 CF에서 처음 보았을 때는, 연예인이 아니라 일반인인 줄 알았습니다. 이십대 후반의 넉살좋은 신입사원인 줄 알았습니다. 부장 싫으면~ 피하면 되고~ 못 참겠으면~ 그만두면 되고~ 견디다 보면~ 또 월급날 되고~ 띠띠띠띠 띠리띠리~ 여보세요~ 넵! 부장님~~ 생각대로 어쩌구~ 대략 2년 전쯤인가? 아니, 2년도 채 못된 것 같군요. 하여튼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이들어 보이는 모습입니다...^^ 작년 5~6월경, 스타골든벨에 출연한 것을 보고서야 연예인인 줄을 알았습니다. 그 당시 '우리 결혼했어요'에 한창 앤디와 더불어 출연중이던 솔비에게 호감을 표시하며 하트춤을 선보였었지요. "앤디 싫으면~ 나 만나면 되고~" 이런 식으로 되고송을 개사해서 불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의외로 풋풋한 모습에 ..
'지붕뚫고 하이킥' 속 청춘남녀의 러브라인은 아직 확실히 결정되지는 않았으나 대략적인 방향은 드러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 제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라인은 이지훈(최다니엘)과 정음(황정음) 커플입니다. 왜냐하면 지훈 쪽에서 이젠 확실하고도 나름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시하고 있으니까요. 젊은 의사 이지훈은 네 명의 남녀 중에서 가장 능력있고 힘있는 인물입니다. 일단 그가 마음을 정한 이상, 그의 뜻대로 흘러가게 되기가 쉽습니다. 솔직히 저는 지훈과 연결되는 여성이 신세경이었으면 하고 바랬었기에, 지금 보이는 커플라인에는 명백한 불만을 갖고 있습니다. 세경의 캐릭터가 워낙 불쌍하게 나오는 데다가, 이젠 사랑하는 사람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하니 그녀에 대한 동정론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지요. 그러면 곧바로 이어서..
'지붕뚫고 하이킥' 35회에 특별출연한 정일우를 보았습니다. 황정음의 첫사랑이며, 정음이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반려견 '히릿'의 옛주인으로 말이지요. 새 봄처럼 젊은 나이에, 눈물겹도록 화창한 날에 아련한 추억만을 남기고 불치병으로 스러져간 첫사랑... 그야말로 더 이상 식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식상함의 전형이지만, 아무리 뻔한 스토리라도 순정만화는 영원히 소녀들에게 사랑받는 것처럼 '우유빛깔 정일우'가 표현해내는 첫사랑의 이미지는 자못 매혹적이었습니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혜성처럼 등장했던 정일우는 삽시간에 톱스타의 위치로 올라서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습니다. 저도 그 때 담임선생님 서민정을 향해 순수한 열정을 불태우던 학교짱 윤호를 무척이나 사랑하던 누나(?)였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이후에 정일..
나는 시트콤을 매우 좋아한다. 일반 드라마보다도 예능 프로그램보다도 더 좋아하는 장르가 시트콤이다. 그런데 시트콤이라는 장르는 자칫 잘못 만들면 웃기지도 못하고 감동도 주지 못한 채 딱한 모양새로 주저앉기가 일쑤이다. 하지만 김병욱 PD의 작품은 한 번도 실망을 준 적이 없다. 김병욱의 시트콤은 언제나 꽉 짜여진 구성과 독특한 인물들의 확실한 캐릭터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일부러 웃기려고 하지도 않는다. 각각의 캐릭터가 성공적으로 구현되니까 자연스럽게 웃음이 발생한다. 또 김병욱 시트콤의 특징 중 하나는 웃음과 동시에 슬픔과 감동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방송 내내 유쾌하게 진행되던 시트콤을 몇 번씩이나 새드엔딩으로 마무리함으로써 충격을 주기도 했다. 1. 순풍 산부인과 (SBS 1998~2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