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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나도 꽃으로 살고 있소. 다만 나는 불꽃이오." 역시 김은숙 작가의 작품답게 '미스터 션샤인'에는 재치있고 맛갈스런 명대사가 넘쳐난다. 하지만 그 중에도 최고의 명대사를 꼽는다면 나는 개인적으로 9회에서 고애신(김태리)의 입을 통해 표현된 "나는 불꽃이오"라는 대사를 선택하고 싶다. "꽃으로만 살아도 될 텐데, 사대부 여인들은 다들 그리 살던데"라는 유진초이(이병헌)의 말에 고애신은 담담히 미소지으며 그렇게 답했던 것이다. 거사에 나갈 때마다 죽음의 무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의병으로서의 삶을 그보다 더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을까? 서글프게도 대부분 존재의 흥망성쇠는 힘의 논리로 좌우된다. 선악이나 옳고 그름과는 별 상관이 없다. 국가든 개인이든 조직이든 마찬가지다. 아무리 옳고 선한 것이라 할지라..
정말 고맙게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끝까지 뒷심을 잃지 않고 멋진 엔딩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작품에 해를 끼치지 않는 자연스런 엔딩이라면 새드엔딩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해피엔딩이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날 정도로 좋았습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장혜성(이보영)과 박수하(이종석)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건 아쉽지만, 그들이 아주 오랫동안 함께 행복할 것을 믿기에 저도 즐거운 마음으로 보내줄 수가 있었죠. 최종회에서 가장 염려되었던 부분은 혜성과 수하가 민준국(정웅인)을 용서함에 있어 너무 지나치게 오버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는데, 다행히도 가장 적절한 수준의 용서를 보여주었으니 더 이상 좋을 수가 없군요. 이제 '너목들'은 제 인생 최고의 명작 드라마 중 하나로 기억될 것입니다. 그래..
세상살이가 점점 각박하고 힘겨워지면서, 요즘 사람들은 점점 더 '힐링'이라는 코드에 주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타인과 세상을 바꾸고 싶어도 그건 뜻대로 할 수 없으니, 차라리 자기 자신이 바뀌어 보려는 거죠. 부부 사이에도 서로 상대방을 자기에게 맞춰서 변화시키려 하면 끝없는 다툼이 이어지지만, 서로 자기 자신이 변화되어 상대에게 맞추려 하면 평화와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하는 것처럼요. 외부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서 문제점을 찾고 자신을 변화시키려 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자기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입니다. 그런 면에서 '용서'는 힐링을 위한 필수 과정이겠군요. 증오심을 품고 살면 누구보다 자기가 불행하니까, 용서해야 자기 마음이 편하고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이것은 기본적으로 대단히 옳고 바..
원래 저는 해피엔딩보다 새드엔딩을 선호하는 편이었습니다. 가슴 아릿하게 오랫동안 지속되는 새드엔딩의 여운이 저는 무척이나 좋더라고요. 정통 멜로라든가 진지한 분위기의 드라마는 말할 것도 없고, 시트콤에서마저 새드엔딩을 즐기는 저의 취향은 다른 사람들과 무척 달라서 외롭기도 했습니다. 시트콤의 거장이라 불리는 김병욱 PD의 작품이 방송될 때는 선풍적 인기를 끌다가 종영 이후에는 매번 욕을 먹는 이유도 바로 새드엔딩 때문이었죠. 다수 시청자들의 생각에 시트콤은 가볍게 웃으며 즐기자고 보는 것인데, 실컷 달달한 분위기를 조성해 놓고서는 갑작스레 슬프고 허망한 엔딩을 선보이니, 무방비 상태에서 뒤통수를 맞은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거센 비난을 쏟아붓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어요. 하지만 사상 최악의 엔딩으로 ..
모든 일이 기적처럼 잘 풀려가던 참이었습니다. 끝내 꺾이지 않을 것 같던 이서영(이보영)의 자존심도 끝내 아버지 이삼재(천호진)의 사랑 앞에서는 허물어지고 말았네요. 최근 아버지의 변화된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자기를 위해 얼마나 많은 배려를 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면서, 이서영의 차가운 마음은 조금씩 녹아들고 있었죠. 그러다가 3년 전 자기의 결혼식에 아버지가 하객 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러 왔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면서 이서영은 결국 무너져 내립니다. 아버지에게 해도 너무한 잘못을 저질렀다는 죄책감, 그런데도 내색하지 않고 참고 견디며 묵묵히 행복을 빌어주었던 아버지의 사랑, 그리고 예전 아버지의 잘못된 행동들도 사실은 자식들을 위하는 마음 때문에 무리한 것이었다는 깨달음 등, 이서영은 뒤..
차승조(박시후)가 정신질환의 일종인 조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초반부터 드러나 있었죠. 심지어 차승조의 가장 친한 친구 허동욱(박광현)의 직업은 정신과 전문의로 설정되어 있는데, 그는 친구이자 주치의로서 언제나 차승조의 정신 상태 변화를 예민하게 주시해 왔습니다. 10살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받았던 충격... 아버지로부터 위자료를 받아내기 위해 승조를 이용하려 했던 어머니... 어린 아들에게 그 이야기를 여과 없이 털어놓으며 "사랑한다는 말을 믿어서는 안 된다. 그건 너를 이용하겠다는 뜻이다" 라고 가르쳤던 아버지... 그 후로 사랑을 믿지 못하게 되었지만, 누구보다 사랑을 갈망하며 지내왔던 시간들... 그러다가 처음으로 알게 된 사랑 서윤주(소이현)...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그녀..
'유령'은 상당히 특이한 드라마입니다. 보통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는 1회에 총력을 기울이고 2회부터는 슬슬 힘을 빼는 법이죠. 그래야 첫방송에서 시청자를 사로잡기가 수월하니까요. 최근 시작된 '추적자'와 '각시탈'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숨막힐 듯 진행이 빠르고 역동적이던 1회에 비해, 2회는 현저히 늘어지고 약간은 지루한 느낌마저 들었지만 그래도 실망하지는 않았어요. 원래 그게 당연한 거니까요. 그런데 '유령' 만큼은 예외였습니다. 1회는 첫방송치고 임팩트가 부족하다 싶을 만큼 평이하고 잔잔하더니만, 오히려 2회가 상상초월 대박이군요. 저는 편안히 누워서 보다가 중반 이후부터는 벌떡 일어나 가슴을 졸이며 손에 땀을 쥐고 시청했습니다. 드라마든 영화든, 이렇게까지 완벽 몰입해 본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네..
나날이 더해가는 설렘과 불안함에 가슴 졸이며 기다렸던 것에 비해서는 어처구니 없을 만큼 허무하고 김새는 결말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 하나 확실하게 결정된 것 없이 엉거주춤하게 멈춘 상태에서 열린 결말로 처리해 버리다니...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엔딩이니까 이것도 나름대로 역습이라 해야 할까요?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안내상의 새로운 사업 '안스월드'는 야심찬 첫발을 내딛었지만 아직 성공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박하선이 미국에서 돌아옴으로써 서지석-박하선 커플의 앞날에는 강력한 청신호가 켜졌지만, "미안해요, 너무 늦어서..." 라는 박하선의 마지막 대사 뒤에 또 어떤 말이 이어졌을지 모르기 때문에 해피엔딩을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지만 어쩌면 이별 통보였을지도 ..
제가 많이 좋아하는 배우 엄태웅이 '1박2일'에 합류하게 되어서 매우 기쁩니다. 그래서 모처럼 이 기회에 배우 엄태웅의 존재를 세상에 널리 알린 드라마, 저를 엄태웅의 팬으로 만들었던 드라마, 그리고 엄태웅에게 처음으로 '엄포스'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던 드라마, '부활'을 추억하며 포스팅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현재 입원중이며 수술 후 회복중이(겠)지만, 이 글은 미리 써 두고 예약 발행된 것입니다..^^ 엄태웅은 그 자체로 매력적인 배우이고 맡는 역할마다 수준급의 연기를 보여 주었지만, 솔직히 2005년 여름에 방송되었던 '부활' 이외의 작품에서는 그때만큼의 매력을 발산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일례로 '선덕여왕'에서도 답답하도록 우직하기만 했던 김유신의 캐릭터는 엄태웅의 이미지에 큰 도..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는 듣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아름다운 OST들이 있습니다. 이승기의 '정신이 나갔었나봐'에서 풍겨나오는 싱그러운 젊음과 경쾌함도 좋고, 생각지도 못한 노래솜씨를 뽐내는 신민아의 '샤랄라'도 청순한 매력을 그대로 전해 주더군요. 그런데 제 가슴에는 특히 이선희의 목소리로 들려오는 애절한 '여우비'가 제대로 꽂히고 말았습니다. "난 당신이 자꾸만 밟혀서... 그냥 갈 수도 없네요... 이루어질 수도 없는 이 사랑에... 내 맘이 너무 아파요..." '여우비'의 가사 중 일부입니다. 그런데 "난 당신이 자꾸만 밟혀서... 그냥 갈 수도 없네요" 라는 부분이 끊임없이 저의 머리에, 가슴에, 귓가에, 입가에 맴돌며 왠지 눈물을 차오르게 합니다. 그 사람이 자꾸만 밟혀서 그냥 갈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