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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하정우 배두나 주연의 '터널'을 관람했다. 설정상으로는 실베스타 스텔론의 1996년작 '데이라잇(Daylight)'과 비슷했다. 그런데 '데이라잇'은 터널 안에 갇힌 사람이 여러 명이었기에 다채로운 캐릭터를 감상할 수 있었던 반면, '터널'은 어두컴컴하고 좁은 공간에서 오직 하정우만이 원맨쇼를 벌이는지라 비교적 단조롭고 지루한 느낌을 부인할 수 없었다. 게다가 주인공 이정수(하정우)라는 캐릭터를 지나치게 영웅적인 인물로 설정해 놓은 탓에 몰입도가 떨어졌다. 거의 성자 수준의 희생 정신과 더불어 터미네이터를 연상케 하는 강철 체력과 정신력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던 탓이다. 무너진 터널 안에 갇힌지 무려 30일을 넘긴 상황에서도 이정수는 꽤나 멀쩡한 육체와 정신을 지니고 있었다. 몸의 상처에서는 피고름이..
감독 정주리 출연 배두나, 김새론, 송새벽 외 개봉 2014년 5월 22일 출연 배우들의 이름과 짧은 내용 소개만으로 강한 끌림을 느꼈기에 영화 '도희야'가 개봉하는 첫날 첫회 상영을 보러 갔다. 나를 가장 강렬하게 유혹한 것은 다름아닌 김새론의 연기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언제부턴가 아역들의 존재감은 성인 배우들을 압도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도희야'에서의 김새론은 단순한 아역이 아니라 배두나와 쌍벽을 이루어 작품의 균형을 잡는 당당한 주인공이었다. 한편 그녀들을 괴롭히는 송새벽의 악역 연기는 실제로 존재하는 '그런 인간'들의 일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자연스러워서 시종일관 소름이 끼쳤다. 작품의 배경이자 주요 촬영지는 전남 여수의 외딴 섬 금오도였다고 한다. 풍광이 아름다워 관광지로도 유명하다는데, 아직..
2005년작 드라마 '떨리는 가슴'의 6가지 에피소드 중 엔딩을 장식하는 11~12회의 소제목은 '행복'입니다. 인정옥 작가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적나라한 대사들이 정말 일품이죠. 다른 에피들도 거의 그렇지만 특히 제6화는 독립된 단편의 느낌이 강해서 애초부터 2회로 만들어진 단막극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5명 작가들에 의해 구축되어 온 하나하나의 캐릭터가 모두 생생히 살아 숨쉬며 비로소 완성에 이른 듯한 느낌도 받게 됩니다. 아무리 봐도 명작 중의 명작이에요. '떨리는 가슴' 시리즈 중에서도 특히 '제6화-행복'을 저는 대략 5~6번쯤 반복해서 보았던 것 같습니다. "꽃이라도 달고 가지..." 중얼거리며 흐느껴 우는 배종옥의 모습에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면 저도 모르게 먹먹해지는 가슴을 억누..
2005년작 드라마 '떨리는 가슴' 제4화-바람'과 '제5화-외출'은 간단히 말하면 김창완 배종옥 부부의 '일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같은 일탈이라도 그 주제는 확연히 달랐죠. 제4화는 별로 제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에 건너뛰고 제5화의 리뷰를 쓰려 합니다. 4회의 큰 줄거리만 짚고 넘어간다면, 40대의 착하고 소심한 중년 가장 김창완은 어느 날 회사 식당에서 식권을 나눠주는 20대 여직원 오수경(최강희)의 은근한 유혹을 받고 설렘과 떨림을 느끼며 위험한 중독에 빠져들 뻔하지만, 그 사실을 알게 된 아내 배종옥이 수경을 만나 현명한 대화로써 그녀의 처지를 깨닫게 함으로써 수경은 멀리 떠나고 김창완 인생의 한 줄기 바람은 그렇게 추억으로 남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김창완이 엄연히 유부남인 것을 알면서..
오늘도 2005년작 드라마 '떨리는 가슴' 리뷰입니다. 어제는 '제1화-사랑' 편을 다루었으니 순서대로라면 오늘은 '제2화-기쁨' 편이 되어야겠지만, 그건 리뷰를 쓰고 싶은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아서 그냥 건너뛰겠습니다. 큰 줄거리만 가볍게 짚고 넘어가자면, 제2화의 주인공은 김창완의 동생으로 등장한 하리수였습니다. 원래는 남동생 '김창우'였는데, 가출한지 몇 년만에 다시 돌아왔을 때는 여동생 '김혜정'으로 바뀌어 있는 인물이죠. 실제 트랜스젠더인 하리수를 등장시켜,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그들만의 아픔을 꽤나 실감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처음에는 성별이 바뀌어 버린 김혜정을 받아들이는 데 가족들조차도 어려움을 겪지만, 결국은 그녀의 아픔을 진심으로 이해하며 감싸주게 되지요. 몰이해의 두터운 벽을 허물고..
2월부터는 글감이 있든 없든 무조건 1일 1포스팅을 해 볼 생각인데, 계획대로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요즘 볼만한 드라마가 별로 없군요. 노희경 작가의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기다리는 중인데 시작되려면 아직도 2주 가량이나 남았고, 예능 프로그램 중에도 제 마음을 잡아끄는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요 며칠간은 오래 전의 드라마 몇 편을 다운받아 보는 것이 쏠쏠한 재미였어요. 특히 2005년 4월부터 5월까지 MBC 주말극으로 방송되었던 '떨리는 가슴'은 아주 독특한 기획과 구성으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드라마를 다시 감상하며 알싸한 떨림과 뿌듯한 따스함을 다시 느낄 수 있었지요. 그래서 2월달에는 가끔씩 최신 프로그램에 대한 글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떨리는 가슴' 리뷰를 차례대로 써 볼까 생각중..
착한 드라마 '글로리아'가 시청률 면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채 조용히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모처럼의 가슴 떨림과 행복을 전해 준 작품이었습니다. 다소 전형적이었던 권선징악의 메시지와 해피엔딩도 싫지 않았습니다. 착하게 살아가던 그들은 많은 고통을 겪어야 했지만 결국 이겨냈고, 행복해졌습니다. 그들에게 승리와 행복을 가져다 준 것은 바로 용서할 줄 아는 마음이었습니다. 처음에 이강석(서지석)은 나진진(배두나)을 향한 자신의 마음이 대체 무엇인지, 그 정체를 알지 못해 혼란스러워했습니다. 재벌가 회장의 서자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자신의 존재에 회의감을 느끼며 살아왔지만 그의 내면에는 뿌리깊은 상류층의 기질이 자리잡고 있었기에, 아침마다 더운 물도 나오지 않는 공동화장실 앞에서..
작년 여름 '강심장'에 출연했던 서지석은 자신의 드라마틱한 인생사를 털어놓았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육상 선수로서 국가대표급의 100m 기록을 보유했었는데, 불의의 교통사고로 평생 키워 온 체육인의 꿈을 접을 수 밖에 없었던 슬픈 이야기였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불법주차된 차량들 때문에 정류장에서 내리지 못하고 중간 차선에서 하차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순간 차에 치어서 20~30m를 날아갔었다고 합니다. 병원에서도 3일간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했으며, 진단 결과는 하반신 마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천만다행히 재활치료에 성공한다 해도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거라고 하니, 미래가 촉망되던 육상선수로서는 절망적인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서지석은 독하게도..
가끔씩 어떤 연기자들을 보면, 정말 타고났구나 싶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치열하게 노력해서 몰입하지 않더라도, 대본을 받으면 그냥 스펀지가 물을 빨아 들이듯 온통 그 역할에 젖어서 자기를 잊어버리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물론 그런 사람이라고 해서 절대 아무런 노력 없이 훌륭한 배우가 될 수는 없겠지만, 재능을 타고나지 못한 사람에 비하면 그 어려운 길을 한층 수월하게 걷고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배두나를 보면서도 그런 느낌이 들었지요. 어머니인 연극배우 김화영의 피를 물려받은 데다가, 어머니의 독특한 교육관으로 어려서부터 각종 문화체험을 하면서 자라 온 것이 큰 이유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배두나는 시종일관 담담한 어조로, 그러나 매우 솔직하게 토크에 임했는데, 꽤 무..
요즘 제가 호감을 갖고 시청하는 드라마 '글로리아'의 주인공들이 '놀러와'에 출연해서 반가웠습니다. 네 명의 연기자가 모두 귀엽고 호감형이더군요. 그 중에도 배두나와 이천희에게서는 굉장히 순수한 매력을 발견할 수가 있었습니다. 연예인이란 항상 대중 앞에 나서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아무래도 '남들에게 보여지기 위한 자신'의 모습을 따로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싶거든요. 그런데 배두나와 이천희는 그런 면에서 좀 연예인 같지 않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친구네 집에 놀러 온 사람들처럼, 그랬어요. '글로리아'를 촬영하면서 다들 어느 정도는 친해진 듯, 분위기가 매우 편안하고 좋았습니다. 드라마 캐릭터상 매우 단아하고 얌전한 줄만 알았던 소이현의 엄청난 주량에 놀랐다고 이천희가 운을 띄우자, 소이현이 곧바로 이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