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박정아 (7)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솔직히 '오 나의 귀신님'의 초반 설정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제대로 된 연애조차 못 해보고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처녀귀신 신순애(김슬기)가 '처녀의 한'을 풀지 못해 이승을 떠돌고 있다는 설정부터가 황당했다. 따지고 보면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 중에는 그런 경우가 적지 않을 터인데, 처녀(또는 총각)의 한 때문에 편안히 하늘로 돌아가지도 못한다는 것은 매우 편협하고 모욕적인 발상이라 여겨졌다. 더욱이 이승을 떠돈지 3년이 되도록 그 한을 풀지 못하면 악귀가 되어 영원히 인간 세상에 해악을 끼치는 존재로 남게 된다니, 어찌 인간이 그토록이나 성(性)에만 얽매이고 종속된 존재일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박보영의 사랑스럽고도 능청스런 연기에 반했기 때문이다. ..
중반부터 후반에 이르기까지의 스토리가 굉장히 독특하게 진행되길래, 엽기적일 만큼은 아니어도 약간은 특이한 엔딩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내심 있었더랬습니다. 그토록 엷은 기대감마저 민망해질 만큼 식상한 엔딩... 어찌 보면 동화에 가깝다 싶을 만큼 작위적인 해피엔딩에 조금은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모든 등장인물이 약속이나 한 듯 너그러운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중년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저마다의 꿈을 이루고, 외로움에 시달리던 청춘들은 또 저마다의 짝을 찾고... 저는 다만 이삼재(천호진)가 죽지 않기만을 바랐을 뿐인데, 주인공 서영이(이보영)가 너무 불쌍해지지 않기만을 바랐을 뿐인데, 이건 행복해도 너무 행복해져 버렸으니 염려했던 마음조차 뻘쭘해지네요. 현실 속에서라면 어느 한쪽에서는..
모든 일이 기적처럼 잘 풀려가던 참이었습니다. 끝내 꺾이지 않을 것 같던 이서영(이보영)의 자존심도 끝내 아버지 이삼재(천호진)의 사랑 앞에서는 허물어지고 말았네요. 최근 아버지의 변화된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자기를 위해 얼마나 많은 배려를 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면서, 이서영의 차가운 마음은 조금씩 녹아들고 있었죠. 그러다가 3년 전 자기의 결혼식에 아버지가 하객 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러 왔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면서 이서영은 결국 무너져 내립니다. 아버지에게 해도 너무한 잘못을 저질렀다는 죄책감, 그런데도 내색하지 않고 참고 견디며 묵묵히 행복을 빌어주었던 아버지의 사랑, 그리고 예전 아버지의 잘못된 행동들도 사실은 자식들을 위하는 마음 때문에 무리한 것이었다는 깨달음 등, 이서영은 뒤..
이서영(이보영)은 참 복이 많은 아이입니다. 모나고 못나고 비뚤어졌지만, 그녀를 위해 기꺼이 고통을 감내하고 자기 삶의 방향도 변화시킬 수 있을 만큼,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참 행복한 서영입니다. 아니, 그보다 더 행복한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이해받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죠. 누구나 가족을 사랑하지만, 사랑하면서도 타인을 이해하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그런데 참 운 좋게도, 이서영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나고 못나고 비뚤어진 그녀를 마음 깊이 이해해 주고 있습니다. 지금 이서영의 주변 인물들은 모두 그녀를 진심으로 염려하며 그녀가 행복하기만 바라고 있는데, 여전히 독불장군처럼 '나 혼자'를 외치는 이서영의 모습은 참 못나고 이기적입니다. 하지만 그녀 스스로는 잘못되었다는 ..
드럼 학원에서 차지선(김혜옥)에게 접근해 왔던 마술사 배영택(전노민)의 정체는 안타깝게도 좋은 친구가 아니라 사기꾼이었습니다. 위너스 그룹의 하청업체를 운영하면서 각종 비리를 저지르다가 회장 강기범(최정우)에게 축출당한 안사장이 앙심을 먹고 일부러 배영택 부부를 사주해서 차지선을 이용하려 했던 것이지요. 가뜩이나 외로움 많이 타고 심기가 약한 차지선에게 최근 불어닥치는 시련들은 참으로 모질기만 하군요. 사랑하는 막내아들 강성재(이정신)가 남편 강기범의 혼외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믿었던 며느리 이서영(이보영)이 엄청난 거짓말을 하고 시집왔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는데, 이제는 제비한테 당해서 억울한 누명까지 쓰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남편의 비서 윤소미(조은숙)에게 속고, 며느리에게..
그저 사랑스런 업둥이라고만 생각했던 아이... 제 속으로 낳은 자식들보다도 훨씬 더 큰 애정을 쏟으며 금이야 옥이야 키워낸 막내아들이 사실은 남편과 여비서의 불륜(?)으로 태어난 아이였음을 알게 된다면 그 어떤 여자라도 깊은 충격과 슬픔에 빠질 것입니다. 설상가상 그 아들의 생모는 "기왕 들키고 말았으니 이젠 아이를 데려가겠다"면서 뻔뻔하게 엄마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으며, 남편은 "그저 한 순간의 실수였을 뿐이고 나는 기억도 못하지만 어쨌든 결과가 이렇게 되었으니 책임을 지겠다"면서, "이혼이든 뭐든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해 주겠다"고 쿨하게 나옵니다. 사실 감정을 철저히 배제하고 이성적으로만 따진다면 남편 강기범(최정우)의 그런 태도가 최선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상하게도 강기범의 쿨하다 못해 당당한 태..
솔직히 14회까지 시청한 후, 그들의 사랑이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 거라고는 예상 못했었습니다. 용서하기에는 마상태(마혜리의 아버지)의 잘못이 워낙 크고 무거웠기 때문이지요. 그가 살인을 저지른 것 자체는 실수였다 하더라도, 그 후에 자기 죄를 뒤집어쓰고 억울하게 감옥에서 죽어간 서동근(서인우의 아버지)을 내버려 두었다는 점에서는 변명할 여지가 조금도 없었습니다. 말하자면, 그가 살인죄인이든 아니든 간에 서인우(박시후)의 입장에서 볼 때는 똑같은 원수로 남아있게 된 셈이었습니다.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간 자를 어떻게 용서할 수 있었을까요? 그런데 놀랍게도 서인우가 찾아낸 해답은 아주 단순한 것이었습니다.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였습니다.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제가 생각했던, 죽은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